‘시즌 성패 척도’ 2020-2021시즌 외국인 선수 중간점검…②여자부

여자프로배구 / 박대해 / 2021-01-02 23: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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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박대해 기자]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는 외국인 선수 중요성이 도드라지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경기 당일 몸 상태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며 절대 강자로 꼽혔던 흥국생명도 루시아가 이탈하자 주춤하기 시작했다. 남자부에 이어, 이번에는 여자부 외국인 선수들 기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활약을 돌아보았다. 모든 기록은 3라운드가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교체가 확정된 루시아는 제외했다. 


여전한 위력을 자랑하는 러츠와 디우프의 고공 폭격, 좀 더 올라와야 할 켈시
공격 성공률에서는 러츠(44.00%)와 라자레바(43.04%)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라자레바 공격 성공률은 시즌 내내 디우프에게 뒤처졌으나, 3라운드 막판 세 경기에서 라자레바가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순위가 바뀌었다. 공격 득점에서는 디우프와 러츠가 각각 440점과 429점으로 선두권을 형성했다.

앞선 두 부문에서 중상위권에 위치했던 것과 달리, 공격 효율에서는 라자레바가 27.30%로 다섯 선수 가운데 네 번째에 머물렀다. 그는 공격 시도 횟수가 934회로 외국인 선수 중 세 번째로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블로킹 차단과 범실의 개수를 더한 기록은 147개로 제일 많았다. 반면 디우프는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인 31.74%의 공격 효율을 기록했다. 특히 디우프 공격 범실 개수는 공격 횟수에 비해 유의미하게 적었다. 미팅 감각이 좋아서 볼 컨트롤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손목 활용까지 잘하는 선수이다 보니 불필요한 범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공격 점유율이 높아지면 상대의 견제가 심해지므로 성공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디우프는 팀 내에서 48.56%의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면서도 계속해서 위력적인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오픈 공격 성공률 순위도 러츠(41.08%), 라자레바(41.03%), 디우프(40.63%), 루소(40.38%), 켈시(36.67%)로 다른 기록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러츠는 공격 관련 전 부문에서 최상위권 활약을 펼치며 팀 공격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디우프 역시 각종 기록에서 러츠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뛰어난 경기력을 유지 중이다.

2m가 넘는 타점 높은 공격이 V-리그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공격수의 타점이 높으면 공격의 각도가 크기 때문에 수비하기에도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선수는 다섯 외국인 선수 중 한국 무대가 처음이 아닌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은 계속해서 멋진 활약을 펼치며 재계약의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라자레바는 공격 효율에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대부분 기록에서 중상위권에 속하며 1순위 외국인 선수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이 세 선수 활약에 힘입어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 그리고 KGC인삼공사는 나란히 리그에서 2위부터 4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러츠는 팀 삼각편대 중 한 명인 강소휘가 부상으로 선발 출전하지 못하는 동안 기록이 더욱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료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이 기간 러츠의 공격 성공률은 48.58%까지 치솟았다.

좋은 기록을 남긴 이들과 달리, 켈시와 루소는 공격 지표 전 부문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며 전반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루소는 팀 내에서 부여받은 역할 자체가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들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최근 경기에서 루소는 로테이션상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오면서 실제 역할은 리시브에 가담하는 윙스파이커 역할을 소화 중이다. 리시브를 비롯한 수비적인 부분에 국내 선수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루소 덕분에 현대건설은 정지윤을 윙스파이커로 출전시킬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현대건설은 다른 팀보다 중앙 공격 활용 빈도가 높다는 점이다. 루소 공격 점유율은 31.22%로, 외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점유율이 낮은 켈시(38.64%)에 비해 무려 7.42%p나 낮은 수치이다. 루소의 팀 내 역할을 감안한다면, 지금도 루소는 공격에서 어느 정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판단도 가능할 수 있다.

더군다나 루소의 기록은 중하위권에 속하기는 했어도 상위권에 속한 기록들과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공격 성공률에서도 3위 디우프(42.84%)에게 불과 1.24%p 뒤졌으며, 효율에서도 2위 러츠(30.26%)보다 1.58%p 낮았다.

반면 켈시의 기록은 다른 선수들과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3라운드까지 켈시는 외국인 선수 중 공격 성공률 5위, 공격 효율 5위, 오픈 공격 5위, 공격 득점 4위에 그쳤다. 켈시를 제외한 네 선수 공격 성공률이 41%를 모두 넘긴 것과 달리 켈시는 38.29%를 기록했다. 한국도로공사 중위권 경쟁을 위해서는 켈시가 좀 더 나은 결정력을 보여줘야 한다.

블로킹에서까지 힘을 발휘하는 디우프와 러츠, 서브에서 강점을 드러낸 라자레바
세트당 블로킹 득점에서도 디우프와 러츠는 다섯 선수 중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디우프는 0.525개의 세트당 블로킹으로 리그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부터 9위까지 디우프를 제외한 8명은 모두 미들 블로커이다. 디우프와 러츠는 신장이 워낙 큰 데다가 블로킹 손 모양까지 아주 좋아서 상대 공격수들에게 굉장한 부담을 안겨준다.

사실 디우프와 러츠의 블로킹 공헌도는 수치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더 높다. 현재 리그에서 블로킹 1위와 2위를 달리는 선수는 한송이와 한수지이다. 각각 디우프와 러츠 팀 동료이다. 디우프와 러츠가 워낙 블로킹이 좋고 신장에서 오는 압박이 있으니 이들을 피해서 때리려다가 옆에 있는 미들블로커에게 블로킹을 당하는 일이 지난 시즌부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송이와 한수지의 기록이 비약적으로 좋아질 수밖에 없다. 러츠와 디우프는 본인의 블로킹 득점뿐만 아니라 동료의 블로킹 득점 수까지 늘어나게 하는 파급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나머지 세 선수 가운데에서는 켈시가 세트당 블로킹 0.426개로 가장 좋았다. 라자레바는 세트당 블로킹 0.390개로 다섯 명 중 기록이 제일 떨어지기는 했지만, 유효 블로킹이 57개로 러츠와 함께 제일 많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라자레바는 세트당 서브 득점 0.322개로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을 갖고 있다. 높이 떠서 날아가다가 상대편 코트에서 뚝 떨어지는 구질의 서브라서 리시브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라자레바는 서브 범실 관리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230번의 서브 시도에서 33개의 범실이 나온 것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디우프와 루소는 서브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3라운드까지 단 10개, 9개의 서브 득점을 각각 기록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기록으로 보는 여자부 외국인 선수들의 전망은?
지금까지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낸 켈시이지만, 그의 최근 흐름을 보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점이 상당히 많다. 시즌 초반에는 맞지 않던 세터 이고은과 호흡이 많이 개선되었다. 뛰어난 점프력을 이용해 상대 블로커 위에서 공을 내리꽂는 듯한 공격을 최근에 많이 보여주었다. 또한, 팀의 또 다른 주포 박정아가 2라운드 연패 탈출과 함께 살아나면서 켈시에게 주어지는 공격 부담 역시 상당 부분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켈시 기록을 보면 상대 블로커가 2명 따라붙었을 때보다 1명 따라붙었을 때 성공률은 7%p 이상, 효율은 9%p 가까이 상승한다. 그러므로 박정아가 살아났다는 점은 켈시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라자레바도 전체적으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공격 효율 면에서 유의미하게 기록이 떨어진 점을 고려해 볼 때 기복을 줄이고 공격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 워낙 타점과 힘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안정감만 갖춘다면 본인의 장점이 더욱 잘 살아날 수 있다. 클러치 상황이나 오픈 공격, 후위 공격 상황에서 공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상대가 쉽게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이 점에서 힘을 보태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러츠와 디우프는 우선 한국에서 한 시즌을 이미 보내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라는 점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덜 겪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공격 방향별 성공률을 보더라도 이들의 강세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러츠와 디우프는 전위 라이트에서 공격할 때 직선-반(半)대각-대각 코스 공격 성공률이 각각 50.8%-46.1%-42.4%, 44.7%-43.2%-44.0%로 골고루 좋았다. 특정 방향 공격에만 강점이 있는 선수라면 수비수들의 대처가 가능하지만, 러츠와 디우프처럼 방향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선수라면 막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루소는 85개의 범실을 기록하며 범실 관리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배구의 기본기가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리그에 적응을 마치고 세터와의 호흡을 좀 더 가다듬는다면 기록이 한층 더 나아질 수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바꾼 라인업과 이로 인한 역할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한다면 더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다.


사진=더스파이크_DB(홍기웅, 유용우,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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