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틸리 시스템, 그게 뭔데
- 남자프로배구 / 강예진 / 2020-11-12 04:31:43
[더스파이크=인천/강예진 기자] ‘집중, 집중 그리고 또 집중’
특별함보다는 기본적인 부분이다. 산틸리 감독은 매 경기가 끝난 뒤 항상 외치곤 한다. “시스템 속에 잘 녹아들고 있다.”
밑바탕은 ‘집중력’. 즉 선수들의 정신 상태다. 산틸리 감독은 경기 도중 어이없는 범실이 나올 때면 유독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월 30일 KB손해보험 경기에서 범실을 쏟아내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건 지려고 하는 경기다”라고.
정지석은 “감독님께서 경기 중 화를 많이 내시곤 한다. 지적을 많이 하신다. 맞다고 본다”라고 밝혔고, 한선수 역시 “할 수 있는 걸 하지 못했을 때 화를 많이 내신다.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거지 정신력이 떨어져선 안 된다고 하신다”라고 이야기했다.
훈련 방식도 달라졌다. 몸 푸는 시간이 짧아진 대신 워밍업은 게임 형태로 진행한다. 더불어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는 마음가짐에도 단단함이 더해졌다. 워밍업일지라도 완벽한 집중력이 요구되며 본격적인 훈련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처음엔 선수들도 적응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훈련 시간이 눈에 띄게 는 건 아니지만, 활동량 자체가 많아졌다. 한선수는 “처음에는 힘들어 죽을 뻔했다. 시즌 들어와서 조금 줄긴 했지만 아직도 힘들다”라며 웃기도 했다.
여기에 요구 사항이 많고 까다롭다. 산틸리 감독도 인정한 부분이다. 선수들의 멘탈, 동기부여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기에 산 감독은 더욱 신중하게 다가선다.
다음은 ‘블로킹’이다. 산틸리 감독은 수비의 첫 번째를 블로킹에 두고 모든 경기를 구상한다. 이는 대한항공 블로킹 개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1라운드 기준, 지난 시즌 대한항공 블로킹은 39개로 최하위였다. 반격의 시점이 될 수도 있는 유효 블로킹 역시49개. 최하위. 이번 시즌은 다르다. 75개로 2배가량 상승, 유효 블록도 99개를 기록했다.
팀 내 미들블로커 다섯 명을 고루 기용한다. 상황마다 그에 맞는 선수를 투입해 분위기를 바꾼다. 세터 한선수에게 다소 힘들법한 로테이션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한선수는 “나뿐 아니라 미들블로커들도 신경 많이 쓴다. 전체적으로 다 같이 하려 한다”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2라운드 첫 경기,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산틸리 감독이 생각하는 배구에 한 발짝 다가선 대한항공의 비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인천/박상혁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