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공격 극대화와 변칙 리시브, 계속될 한국전력 라인업 딜레마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1-01-22 0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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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대전/서영욱 기자] 러셀 공격력 극대화와 이를 위한 리시브 라인 운영을 둘러싼 고민은 계속된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0년 12월 25일 삼성화재전부터 러셀을 거의 리시브에서 배제하고 미들블로커(상황에 따라서는 박철우까지)가 리시브 라인에 가담하는 변칙적인 운용을 하고 있다. 해당 경기를 포함해 1월 21일 삼성화재전까지 여섯 경기에서 한국전력은 4승 2패를 기록했다. 결과만 보면 나쁘지 않다. 러셀도 리시브 부담이 거의 사라지면서 강점인 공격과 서브에서 충분한 화력 지원을 해주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현대캐피탈전에서 한국전력 변칙 리시브 라인이 지니는 약점이 크게 드러났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이 우려하던 미들블로커를 향한 서브 집중 공략이 이날 제대로 이뤄졌다. 당시 신영석은 리시브 시도 8회, 안요한은 16회를 기록하며 두 미들블로커가 총 리시브 시도 24회를 기록했다. 변칙 리시브 작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리시브 시도였다. 

 

노골적인 미들블로커 공략에 한국전력 리시브도 흔들렸고(팀 리시브 효율 31.96%) 러셀과 박철우도 공격 성공률 36.14%, 20.83%에 그치며 고전했다. 떨어지는 공격 성공률과 함께 네트 위로 넘어가는 리시브에서 이어지는 상대 다이렉트 공격 견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4세트 초반 박철우 대신 공재학을 투입하면서 러셀이 아포짓 역할을 소화하고 공재학이 윙스파이커 역할로 리시브에 가담하는 일반적인 라인업으로 돌아갔다. 한국전력은 라인업 변화 이후 역전에 성공해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가기도 했다. 

21일 삼성화재전은 변화를 주는 타이밍이 더 빨랐다. 한국전력은 변칙 리시브 라인을 활용하는 라인업으로 다시 임했고 이날 삼성화재 역시 최대한 미들블로커에게 서브를 넣고자 했다. 1세트를 내준 한국전력은 2세트 초반 러셀 대신 임성진을 투입해 일반적인 리시브 라인을 가동했다. 미들블로커 한자리도 안요한 대신 조근호를 투입했다. 리시브가 안정되고 박철우와 신영석, 임성진까지 고루 득점을 올리며 2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다. 반대로 3세트에는 러셀이 선발로 나서지 않은 가운데 박철우가 부진하면서(3세트 3점, 공격 성공률 37.5%) 패했다.

4세트에는 박철우를 선발에서 빼고 러셀을 아포짓으로, 임성진과 이시몬이 윙스파이커 자리를 지키는 라인업으로 나섰다. 윙스파이커 두 명이 온전히 리시브에 가담해 리시브 효율 56.25%에 달할 정도로 안정감을 찾았고 김광국이 신영석 활용을 극대화하면서(4세트 신영석 8점, 공격 성공률 77.78%, 공격 점유율 42.86%) 승리했다. 한국전력은 5세트 역시 같은 라인업으로 임했고 결정적인 순간 범실도 있었지만 5세트에 혼자 14점을 기록한 러셀과 마지막 듀스 상황에서 강서브로 상대 범실을 유도한 신영석 활약에 힘입어 승리했다.

접전 끝에 승리했지만 장병철 감독 고민도 늘어날 만한 경기였다. 장 감독이 21일 경기 후 밝힌 것처럼 윙스파이커 두 명이 온전히 리시브에 참여하고 아포짓이 큰 공격을 해주는 게 이상적인 운영이다. 하지만 러셀 불안한 리시브(러셀 리시브 효율 11.78%)를 가리고 공격력을 극대화하고자 지금과 같은 변칙 리시브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러셀 강점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미들블로커가 리시브에 가담하는 만큼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명확하다. 리시브 후 공격 선택지에서 속공이 거의 사라진다. 공격에서 러셀과 박철우, 좌우 쌍포 의존도가 더 커지기 때문에 둘 중 한 명만 부진해도 공격을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박철우가 4라운드 다섯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이 39.72%에 그칠 정도로 좋지 않기에 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러셀 역할이 더 중요해 진다. 러셀을 위한 팀 내 자원 투자가 많은 만큼 러셀이 공격에서 꾸준함을 보여줘야 한다. 변칙 리시브 도입 이후 초반 경기력은 좋았지만 17일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고 21일 경기에는 세트별 기복으로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쳐야 했다.

러셀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용하는 라인업도 고민거리는 있다. 박철우가 빠지고 임성진 혹은 공재학이 투입되는 만큼 윙스파이커 공격력은 그만큼 약해진다. 21일 경기에서도 임성진은 공격 득점 3점에 공격 성공률은 27.27%에 불과했다. 공재학도 공격 득점은 1점이었다(공격 성공률 25%). 러셀과 미들블로커를 활용한 세트 플레이 비중이 그만큼 커진다. 정석적인 라인업과 변칙 라인업 모두 한국전력이 안고 가야 할 딜레마는 분명하다.

미들블로커를 노리는 서브 공략과 이로 인해 흔들리는 경기력은 17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드러났고 러셀 기복이 가져오는 불안 요소는 지난 두 경기에서 두드러졌다. 4위 추격을 이어가고 더 나아가 3위 자리까지 노려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전력 변칙 리시브 라인업과 이를 둘러싼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전/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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