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데이] ‘환상의 호흡’ 최태웅-석진욱-장병철 절친 감독들의 수다
- 남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9-10-10 15:16:00
[더스파이크=리베라호텔/이광준 기자] 어린 시절부터 함께 배구를 해온 세 감독이 미디어데이 행사장을 뜨겁게 달궜다.
10일 서울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2019~2020 도드람 V-리그 미디어데이가 진행됐다. 각 팀 감독과 대표선수 7인, 뒤이어 각 팀 외국인선수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은 KB손해보험 브람은 참가하지 않았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주목을 끈 건 최태웅, 석진욱, 장병철 세 감독이었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그리고 프로에 와서도 한 팀에서 뛰며 지낸 절친 감독들이다.
먼저 새로 감독직을 맡게 된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과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에게 질문이 주어졌다. 이번 시즌 상대 팀과 맞대결에서 몇 승을 거두고 싶으냐는 질문이었다.
석진욱 감독은 “동기인 최태웅 감독도 껴 달라”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빠뜨렸다. 석 감독은 이어 “경기는 이기려고 하는 거다. 친구 사이지만 코트 위에서는 무조건 이기려고 할 것이다. 만나면 전부 다 이기겠다”라고 과감하게 말했다.
장병철 감독은 “석 감독이 저렇게 나올 줄 알았다”라며 “나 역시 두 친구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 리그에서 여섯 경기 다 이기고 싶지만, 최소 4승 2패를 노려보도록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뒤늦게 낀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약한 모습이었다. “좀만 봐줬으면 좋겠다. 너무 우리에게 심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어 “아마 잠이 안 올 거다. 무엇을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소신을 갖고 잘 버텨냈으면 한다”라고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다소 짓궂은 질문도 있었다. 어린 시절 폭로와 함께 덕담을 해달라는 질문이었다. 장병철 감독은 “가장 먼저 최태웅 감독이 대답했으면 한다”라고 마이크를 넘겼다.
최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건 늘 나 먼저였다. 항상 내가 리더 역할이었다. 그러니 다들 내 뒤를 잘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또 한 번 밝게 웃었다.
이어 석진욱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셋이 보낸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재미가 없다. 술을 마셔도 재미가 없었다. 친구끼리 흔한 욕도 한 마디 안 한다. 참 재미없는 친구들인데, 배구 얘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편이다.”
장병철 감독은 “나도 배구 얘기에 흥분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경쟁체제에서 세 친구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우정이 영원하길 바란다”라고 훈훈하게 마무리지었다.
이를 들은 최태웅 감독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별로 없다. 그 때 매번 책임지는 일만 해서 싫었다. 이제는 다른 친구들이 앞장서 줬으면 한다”라고 반박했다.
최태웅 감독은 일화 하나를 꺼냈다. “내가 선수 은퇴를 하기 전 석진욱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본인이 OK저축은행 코치로 간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 석 감독이 ‘내 밑으로 들어와서 같이 뛰자’라고 했다. 밑이라고 해서 절대 안 간다고 그랬다.”
석 감독은 “솔직히 레벨이 다르다. 최태웅 감독이 훨씬 높은 레벨이다. 다만 평소 잘 하는 명언은 좀 그렇다. 그건 아니다 싶다. 그걸 들으면 온 몸에 닭살이 돋는다”라고 했다. 분위기가 또 한 번 뜨거워졌다.
최태웅 감독은 “평소에도 그런 말을 많이 들으니 싫을 것이다. 거의 35년을 들었으니 지겹지 않을까 싶다.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절친 세 감독의 환상의 호흡 덕분에 이번 미디어데이 분위기가 한껏 뜨거웠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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