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2 프리뷰] 에이스들의 부상 투혼, 이제는 정신력 싸움이다
- 남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9-03-18 03:34:00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끝일까, 아니면 최종전으로 향할까.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 두 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지난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플레이오프는 3전 2선승제로 진행된다. 2차전마저 현대캐피탈이 잡을 경우, 3차전 없이 챔피언결정전으로 진출한다. 우리카드가 2차전을 승리한다면 승부는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까지 이어진다.
지난 1차전에서는 양 팀의 총력전이 펼쳐졌다. 우리카드에는 부상으로 빠졌던 외인 아가메즈, 세터 노재욱이 돌아왔고 현대캐피탈은 무릎 부상으로 투입이 불투명하던 주장 문성민이 모습을 비췄다. 여기에 부주장 전광인까지 경기를 치르기 며칠 전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는 사실이 나중에 전해졌다.
긴 정규시즌을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돌입하면서 양 팀 모두 정상적인 컨디션인 선수들은 몇 없는 상태.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정신력이다. 두 팀의 투혼이 부딪힐 플레이오프 2차전. 지난 1차전 내용을 통해 이번 2차전을 전망한다.
돌아온 아가메즈, 컨디션은 ‘글쎄’
지난 1차전, 아가메즈가 돌아왔다. 지난 6라운드 첫 경기, 2월 16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부상으로 빠진 이후 약 한 달 만에 코트로 복귀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아가메즈 출전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가메즈가 보여주는 지배력은 다른 외국인선수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 올 시즌 우리카드가 정규시즌 3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아가메즈 존재 덕분이었다. 사실상 아가메즈 없는 우리카드는 정규리그 우리카드와는 전혀 다른 팀이다.
그러나 돌아온 아가메즈는 완벽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상대를 압도하던 이전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아가메즈 정규시즌 vs 현대캐피탈(5경기)
득점 25.4(경기 당), 공격종합 49.57%
오픈성공률 52.34%, 퀵오픈 60%
아가메즈 PO 1차전 기록
득점 24(2블로킹 포함), 공격종합 48.89%(점유율 40.54%)
오픈성공률 47.83%, 퀵오픈 42.86%
아가메즈는 지난 경기서 공격성공률 50%를 넘지 못했다. 정규시즌에도 50%를 넘지 못했던 것은 동일했지만 문제는 블로킹에 걸린 공이 너무 많았다. 이날 아가메즈는 상대에게 블로킹 득점을 8개나 허용했다. 이전만큼 타점이 잡히지 않았다는 증거다. 아가메즈는 정규시즌서 현대캐피탈과 다섯 번 싸우는 동안 블로킹 21개를 허용했다. 한 경기 당 4.2개 수준. 지난 경기서는 정규시즌 기록보다 두 배 가량 많았던 셈이다.
여기에 눈에 띄게 떨어지는 퀵오픈 성공률도 주목할 부분. 낮고 빠르게 오는 공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상 전 아가메즈는 다소 공이 부정확하더라도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았다. 경기 후 신영철 감독은 “나쁜 공은 처리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또 상대 블로킹과 수비가 좋기 때문에 성공률이 더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강점이던 서브도 이날은 잠잠했다. 정규시즌 세트 당 서브득점 0.573개로 전체 4위인 아가메즈. 이날은 서브득점 없이 범실만 5개가 있었다. 공격, 서브 등에서 전반적으로 날카로움이 떨어진 게 분명히 드러났다.
상황을 볼 때, 2차전에서 아가메즈 몸 상태가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어렵다. 신영철 감독은 이에 대한 해답은 ‘세터’에 달렸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아가메즈 위주로 가는 게 맞다. 그러나 아가메즈 컨디션이 좋지 않은 지금은 다른 선수들을 좀 더 쓸 필요가 있다”라는 게 신 감독 말이었다.
특명, 아가메즈를 도와라!
신영철 감독 말대로 우리카드는 다른 국내 선수들이 좀 더 해줄 필요가 있다. 지난 경기서 나경복이 점유율 32.43%를 가져갔지만 그 외에 선수들은 모두 점유율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특히 박진우와 윤봉우, 중앙 활용이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두 선수의 속공 시도는 나란히 5회씩에 그쳤다.
PO 1차전 우리카드 WS 3인방 기록
나경복 / 19점, 공격성공률 44.44%, 점유율 32.43%, 리시브효율 31.58%
한성정 / 4득점, 공격성공률 36.36%, 점유율 9.91%, 리시브효율 15.38%
황경민 / 3득점, 공격성공률 42.86%, 점유율 6.31%, 리시브효율 39.13%
중앙 활용이 떨어진 점은 리시브 불안과 맞닿아 있다. 이날 팀 리시브효율은 30.68%로 매우 낮았다. 평소 잘 버티던 한성정이 많이 흔들렸던 게 문제였다. 한성정은 정규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5~6라운드) 리시브효율이 47.14%로 뛰어났다. 그러나 이날 리시브효율은 15.38%에 그쳤다. 교체돼 들어온 황경민이 리시브효율 39.13%로 오히려 더 좋았다.
리그에서 블로킹이 가장 좋은 현대캐피탈이다. 특히 신영석, 최민호, 김재휘로 구성된 미들블로커진은 높이와 기동력을 모두 갖췄다. 그런 현대캐피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코스가 필수적이다. 지난 경기처럼 아가메즈와 나경복 외에 다른 공격옵션이 나와야 한다. 안정된 리시브와 더불어 공격에서도 좀 더 제 몫을 해낼 필요가 있다.
온전치 않은 두 스타, 문성민&전광인
현대캐피탈엔 문성민이 복귀를 신고했다. 양 쪽 무릎이 모두 좋지 않은 문성민은 지난 2월부터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문성민은 1차전 11득점, 성공률 64.29%로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아가메즈와 마찬가지로 몸 상태는 완벽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입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서브에서 그 존재감이 드러났다. 문성민의 강한 서브는 상대 리시브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서브득점은 1개뿐이었지만 문성민 서브 때 팀이 많은 득점을 내며 효과를 봤다.
이날 선발은 박주형이었다. 전광인-박주형을 통해 리시브 안정을 노리겠다는 최태웅 감독 판단이었다. 리시브가 잘 되어야 세터 이승원이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운영할 것이란 계산이었는데, 파다르와 전광인이 경기 초반 공격에서 다소 부진하며 문성민이 나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문성민이 계속 코트에 오르면서 전광인-파다르와 함께 호흡을 이뤘다.
한편 전광인은 공격범실 7개를 포함해 개인범실 11개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경기 후 최태웅 감독은 “전광인이 경기 이틀 전, 무릎에 통증을 호소했다. 그 때문에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점프가 이전처럼 안 되면서 공격범실이 많았다는 게 최 감독 설명이었다.
금방 나을 수 있는 부상은 아니다. 최 감독은 “남은 시리즈 동안 몸 상태를 좋게 만드는 건 어렵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차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은 경기서 현대캐피탈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둘 활약이 필수적이다.
든든한 중앙, 여전히 아쉬운 세터
현대캐피탈은 1차전 신영석-최민호 미들블로커 라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애초에 상대 아가메즈 높이를 고려해 김재휘를 내겠다는 것과 다른 선택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최민호가 선수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잘 만든다”라고 그 투입 이유를 밝혔다.
PO1차전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기록
최민호 10득점(4블로킹 포함), 공격성공률 66.67%
신영석 9득점(5블로킹 포함), 공격성공률 42.86%
기록 면에서 볼 때 최민호 투입은 성공적이었다. 이날 최민호는 10득점, 공격성공률 66.67%로 높았다. 블로킹을 무려 4개나 잡아내며 팀 중심에 섰다. 파트너 신영석은 8득점, 공격성공률은 42.86%로 다소 낮았지만 블로킹 5개를 기록했다. 두 미들블로커가 도합 9개 블로킹을 잡아내며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정규시즌에도 강점으로 꼽혔던 현대캐피탈 중앙 라인에 최민호가 합류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높이가 좋은 김재휘도 상시 대기 중이어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늘 문제시되던 세터 쪽은 이번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선발로 나선 이승원이 안정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신인 이원중이 이승원을 대신해 더 많이 뛰었다. 이원중은 서브에이스 1개, 블로킹 1개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외인 파다르와 호흡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이승원보다는 이원중 쪽이 파다르를 더 잘 살렸다. 파다르는 1, 2세트 저조한 공격성공률을 보였지만 3세트부터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세터와 무관하지 않다.
파다르 세트 별 공격성공률 및 공격효율
1세트 성공률 33.33% / 효율 –8.33%
2세트 성공률 44.44% / 효율 33.33%
3세트 성공률 75% / 효율 75%
4세트 성공률 62.5% / 효율 37.5%
5세트 성공률 54.55% / 효율 45.45%
이날 1, 2세트는 이승원이 선발로 나섰고 3세트부터 5세트까지는 이원중이 스타팅으로 시작했다. 두 세터는 흔들릴 때마다 서로 교체됐지만 이원중 쪽이 더 안정감을 보였다.
최태웅 감독은 세터 문제에 대해 “공격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세터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어느 한 선수 문제로 꼽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격수 쪽에서 컨디션 문제가 있던 것이 맞지만, 주전 역할을 해야 할 이승원 부진은 감독 입장에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확실한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했던 현대캐피탈이다. 우리카드와 마찬가지로 부상자가 많은 가운데 다른 선수들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최민호와 신영석 두 미들블로커는 공격력도 뛰어난 선수들이다. 이들을 더 활용하기 위해서는 세터의 능력이, 그리고 정확한 리시브가 필요하다.
예측대로 2-0? 예상 깨고 3차전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2차전 역시 양 팀은 총력전을 펼친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 컨디션이 저조한 가운데 다른 선수들 활약이 더 필요하다. 현대캐피탈은 많았던 범실을 줄이고 공격에서 좀 더 짜임새 있는 배구를 해야 한다.
두 팀 감독은 모두 지난 미디어데이 당시 시리즈 결과를 ‘2-0’이라고 예측했다. 그 말대로 현대캐피탈의 2-0 승리로 끝이 날지, 혹은 예측을 깨고 3차전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게 될 것인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위한 두 팀의 맞대결은 18일 오후 7시, KBSN스포츠와 SBS스포츠를 통해 생중계된다. 인터넷 네이버스포츠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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