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2] ‘파튜 부진에 고민’ 한국도로공사, 국내선수들도 지쳐간다
- 여자프로배구 / 이현지 / 2019-03-17 23:10:00
[더스파이크=이현지 기자] 박정아도 사람이다. 혼자서는 지치고, 힘들고, 흔들린다.
시간은 누구 편인가. 도드람 V-리그 2018~2019 여자부 플레이오프가 3차전으로 넘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평균연령이 높은 한국도로공사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주 공격수 박정아의 어깨가 특히 무거워 보인다.
도로공사는 17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GS칼텍스에 풀세트 접전 끝에 2-3(15-25, 25-22, 25-19, 20-25, 11-15)으로 패했다. 3전 2선승제로 진행되는 플레이오프에서 나란히 1승을 나눠가진 도로공사와 GS칼텍스는 19일 김천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걸린 마지막 3차전을 펼친다.
도로공사는 반드시 2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끝내야 했다. 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체력 보강이 필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풀세트 접전을 치르면서 선수들이 지칠 대로 지쳤다. 더군다나 주전 선수 절반 이상이 30대인 도로공사는 선수단 전원이 20대인 GS칼텍스에 비해 체력 회복이 느린 만큼 3차전이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누구보다 힘을 내야 할 에이스 파튜가 부진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튜는 지난 15일 1차전에서도 큰 기복을 보인 바 있다. 1, 2세트 평균 61.9%의 공격성공률로 막강한 화력을 뽐내며 팀을 이끌다 3세트에 갑자기 27.78%로 뚝 떨어졌다. 4세트까지 이어진 파튜의 부진에 도로공사는 역전패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가까스로 컨디션을 회복한 파튜는 5세트에서 5득점을 올리며 3, 4세트의 부진을 만회했다.
1차전에서 치른 5세트의 여파는 2차전까지 이어졌다. 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체력 차이는 2차전 1세트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도로공사 선수들의 공격에 힘이 실리지 않고 공을 따라가는 수비도 느려졌다. 도로공사가 1세트에 올린 점수는 11점. GS칼텍스 강소휘가 혼자 올린 점수였다. 공격 득점은 단 8득점에 공격효율은 5.13%였다. 1세트에서 파튜는 3득점, 공격성공률 23.08%에 그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박정아의 공격력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1세트 28.57%(3득점)였던 공격성공률이 2세트 47.37%(9득점)로 급등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파튜가 부진할수록 박정아의 공격 비중이 커지며 3세트에는 공격점유율이 48.65%까지 늘어났다. 이날 박정아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공격 횟수(69회)를 기록했다.
박정아의 활약으로 2, 3세트를 따낸 도로공사는 4세트 후반까지도 팽팽한 시소게임을 펼쳤다. 하지만 20-21 상황에서 안혜진의 연속 서브에 4세트를 GS칼텍스에게 내주며 승부는 또다시 5세트로 향했다. 파튜는 끝내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5세트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박정아가 5세트에도 5득점으로 힘을 쥐어짰지만 5세트 중반 교체 투입된 파튜는 2득점이 전부였다.
2차전이 끝난 후 김종민 감독은 패인으로 파튜의 부진을 지적했다. 김 감독은 “공격수의 결정력이 떨어져 4세트에서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리시브가 흔들리더라도 파튜가 해결해줬다면 경기를 끝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면서 팀이 흔들렸다”라며 “오늘 파튜의 공격이 전혀 안 됐다. 상대 블로킹에 막히고 수비에 걸렸다. 공을 때리는 임팩트도 안 좋았다”라고 말했다.
박정아는 비시즌에도 계속된 국제 대회로 쉴 틈 없이 경기를 치렀고, 파튜가 도로공사에 오기 전에도 홀로 에이스 역할을 하며 팀을 지탱해왔다. 이로 인해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된 박정아는 정규리그 4라운드에는 공격성공률이 30.3%까지 떨어지며 한 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다. 박정아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이재영(33.81%)에 이어 국내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공격점유율(31.44%)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후반에는 공격성공률이 정상 궤도로 올랐지만, 경기 초반에 흐름을 찾지 못해 고전하는 일이 잦아졌다.
연이은 풀세트 접전에 베테랑 미들블로커 듀오 배유나와 정대영도 흔들렸다. 1차전에서 공격성공률 47.06%, 37.04%로 나란히 14득점을 올렸던 배유나와 정대영은 2차전에서 공격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배유나는 블로킹 7득점 포함 12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25%였고, 정대영은 6득점에 공격성공률 12.5%, 공격효율은 오히려 -6.25%였다.
사흘간 열 세트를 치른 도로공사는 17일 경기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서울에서 김천으로 향했다. 앞선 열네 시즌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이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올 시즌 1차전 승리팀 도로공사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국내선수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지우기 위해서는 파튜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한 도로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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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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