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결산] 2018~2019시즌을 최고의 시즌으로 보낸 선수는?
- 남자프로배구 / 이현지 / 2019-03-12 22:28:00
[더스파이크=이현지 기자] 올 시즌 눈부신 성장으로 V-리그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힌 선수들이 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2018~2019시즌 정규리그가 모두 끝났다. 어느 팀은 봄배구를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어느 팀은 다음을 기약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정규리그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던 이들의 활약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든든한 날개 자원이 된 OK 조재성 & 한전 공재학
지난 2016~2017시즌 2라운드 1순위로 OK저축은행에 입단한 조재성의 첫 임무는 원포인트 서버였다. 조재성은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가 팀에 합류하며 OK저축은행 창단 후 첫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로 한 시즌을 치렀다.
조재성은 지난해 12월 16일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든든한 에이스로 성장했다. 정규리그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총 407득점으로, 경기 당 평균 11.3득점을 올렸다. 지난 시즌 경기 당 평균 6.46득점(30경기, 194득점)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조재성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장점이던 서브와 단점이던 블로킹도 모두 한층 좋아졌다. 서브는 세트 당 0.272개에서 0.375개로, 블로킹은 0.12개에서 0.313개로 늘었다.
하지만 긴 시즌을 치르는 게 처음이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팀이 5연패에 빠지면서 봄배구와 조금씩 멀어지기도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을 맡았던 조재성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혼자서 울기도 했다. 그렇지만 행복했고 재밌던 시즌이었다”라며 한 시즌을 치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에서 V-리그 생활을 시작한 공재학은 한국전력에서 꽃을 피웠다. 공재학은 올 시즌 207득점, 공격성공률 48.84%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에이스 서재덕의 부담을 덜어줬다. 공재학은 김인혁, 최홍석, 신으뜸 등과 한국전력의 한쪽 날개를 책임지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 시즌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밝히기 시작한 공재학은 올 시즌 한층 강력해진 공격과 힘찬 파이팅으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출전 기회가 늘어날수록 공재학의 활약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1라운드 여섯 경기에 모두 출전해 84득점을 올리며 지난 시즌 전체 득점(93득점)을 단숨에 따라잡기도 했다.
시즌 초반부터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만큼 지난해 11월 12일 우리카드전에서 다친 발목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상으로 인해 2~4라운드에서 주춤하기도 했지만, 시즌 후반부엔 다시 공격력이 살아나며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기대 이상의 폭풍성장 보여준 GS 안혜진 & 흥국 김다솔
올 시즌 GS칼텍스가 일으킨 돌풍의 중심에는 단연 이 선수, 3년차 세터 안혜진이 있었다. 주전 세터 이고은이 개막 전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난항을 겪을 거란 예상과 달리GS칼텍스는 1, 2라운드에서 4승 1패를 거두며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였다.
안혜진은 GS칼텍스의 장점인 탄탄한 삼각편대를 살리는 플레이로 ‘공격배구’를 이끌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소영은 1, 2라운드에서 각각 공격성공률 43.75%, 41.92%로 해결사 역할을 하며 갑작스레 주전 세터를 맡은 안혜진을 돕기도 했다.
이고은이 복귀한 후에도 안혜진의 출전은 계속됐다. 안정적인 플레이와 수비에 장점이 있는 이고은과 달리 안혜진은 빠르고 과감한 플레이, 날카로운 서브에 장점이 있어 마지막까지 두 세터가 고르게 경기에 투입됐다. 안혜진은 특히 올 시즌 서브 4위(세트 당 0.248개)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장점을 100% 발휘했다.
GS칼텍스에서 안혜진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면 흥국생명에서는 김다솔이 ‘폭풍성장’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다. 지난 2014~2015시즌 수련선수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다솔은 주전 세터 조송화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백업 세터로 이따금 경기에 투입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조송화가 어깨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주전 세터 역할을 맡았던 김다솔은 팀을 승리로 이끌며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한 ‘다크호스’가 됐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김다솔을 향해 “자신의 몫을 잘해줬다. 조송화 부상이 전반기 최대 고비였는데 김다솔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다솔은 조송화가 흔들릴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팀의 중심을 잡았다.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지난 9일 현대건설전에서도 김다솔이 투입된 2세트부터 안정을 찾은 흥국생명은 승점 3점을 획득하며 우승 축포를 터트렸다.

10년 만에 재발견, 우리카드 김시훈 & 삼성화재 김강녕
올 시즌 우리카드는 창단 첫 봄배구 진출에 성공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3월을 보내고 있다. 신영철 감독이 우리카드에 부임하면서 변화를 택한 것이 주효했다. 신영철 감독의 변화에는 10년차 미들블로커 김시훈도 있었다.
2014-2015시즌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김시훈은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12득점)을 기록하는 등 다시 한 번 빛나기 시작했다. 정규리그 득점도 2014~2015시즌(180득점) 이후 두 번째로 많은 167득점을 기록했다. 미들블로커의 주 역할인 블로킹은 61개로 데뷔 후 처음으로 순위권(6위, 세트 당 0.54개)에 이름을 올렸다.
김시훈은 올 시즌 V-리그 데뷔 이후 첫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을 찾기도 했다. 그는 “코트에 있으니 나가기가 싫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많은 블로킹을 잡아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며 남다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화재 김강녕은 여오현(현대캐피탈), 이강주(OK저축은행) 등 기라성 같은 선배에 가려져 오랜 시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배들이 떠나자 후배 부용찬(OK저축은행)에 밀려 웜업존을 떠나지 못했다. 그렇게 기다린 세월만 10년, 드디어 김강녕이 삼성화재 주전 리베로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리베로인 김강녕에게 목적타 서브가 집중되기도 했다. 김강녕은 올 시즌 무릎 부상으로 아홉 경기에 결장했지만 현대캐피탈 전광인(1,010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리시브(910개)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강녕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묵묵히 버텨내고 리시브효율 47.47%를 기록하며 6위에 올랐다.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을지라도 2018~2019시즌은 김강녕에게 특별하다. 데뷔 후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팀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묵묵한 살림꾼, 현대건설 고유민 & IBK 고예림
시즌 후반 펼쳐진 현대건설의 반등 요인은 얼핏 봤을 때 새 외국인 선수 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고유민이 코트에 투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고유민은 4라운드 첫 경기였던 한국도로공사전부터 주전 윙스파이커로 경기를 치르기 시작했다. 고유민에게 리시브와 수비를 맡기며 마야, 양효진 등 주공격수를 살리기 위한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의 선택이었다. 현대건설은 고유민이 합류한 후 3연승을 내달리며 ‘고춧가루 부대’로 떠올랐다.
‘고유민 효과’는 수치로 드러났다. 1~3라운드 평균 36.23%였던 현대건설의 리시브효율이 4~6라운드 평균 43.41%로 상승했다. 탄탄한 리시브는 이다영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도왔고, 36.59%였던 공격성공률도 38.15%로 올랐다.
고유민은 올 시즌 리시브효율 40.94%, 세트 당 디그 2.583개로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리시브와 디그를 시도한 횟수 또한 앞선 다섯 시즌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반면 범실은 단 10개로 2014~2015시즌에 이어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했다.
붙박이 주전 3년차 고예림도 올 시즌 리시브와 수비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리시브효율 48.75%로 전체 5위에 올랐고, 세트 당 디그 3.886개로 디그 부문 9위를 차지했다.
고예림은 공격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꾸준히 공격 비중을 늘려 데뷔 후 처음으로 경기 당 평균 두 자릿수(10.6득점) 득점을 기록했고, 공격성공률은 34.89%로 자신의 평균 기록(33.87%)을 웃돌았다.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는 26득점, 공격성공률 49.02%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을 올리며 에이스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이밖에도 서브(4개), 블로킹(3개), 리시브정확(28개), 디그 성공(28개) 등 각종 부문에서 자신의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공수에서 팀 공헌도를 높인 고예림은 살림꾼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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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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