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 정규우승] ‘꼴찌에서 1위’ 흥국생명, 시련 딛고 맞이한 봄날&우승
- 여자프로배구 / 이현지 / 2019-03-09 17:34:00
[더스파이크=수원/이현지 기자]흥국생명이 두 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흥국생명은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현대건설 경기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자력 우승까지 승점 단 1점만을 남겨놨던 흥국생명은 2, 3세트를 연달아 따내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달콤한 우승을 맞이했다. 최하위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과는 실력도, 분위기도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단 한 번도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

‘핑크폭격기’ 이재영 도운 톰시아-김해란
한층 성숙해진 이재영이 공격과 수비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흥국생명을 최정상의 자리로 이끌었다.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이 걷어 올린 공은 이재영과 톰시아 손에서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재영과 톰시아는 득점 부문에서 나란히 2,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쌍포다운 공격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명불허전 에이스, 이재영은 비시즌 기간 계속된 국제대회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내내 기복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톰시아가 흔들릴 때면 리시브 부담을 지고도 공격의 선봉장에 섰다. 뛰어난 체공력, 스피드에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는 기술이 더해지며 V-리그 최고의 날개공격수가 됐다.

시즌 초반 공격성공률 40%를 웃돌았던 톰시아는 처음 경험해보는 아시아 리그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시즌 중간엔 향수병이 찾아와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팀이 패배하는 날에는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도 했다.
힘들어하는 톰시아를 위해 흥국생명 프런트가 폴란드에서 동생 라우라를 한국으로 초대하는 등 그를 응원했고, 톰시아도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189cm로 장신인 톰시아는 오픈공격 2위, 후위공격 3위 등 공격뿐만 아니라 블로킹에서도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순위권(9위)에 이름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김해란은 V-리그 최고의 디그 능력으로 흥국생명의 뒷문을 굳게 잠가 반격의 기회를 만들었다. 흥국생명이 득점 4위에 머물렀음에도 우승에 다다를 수 있었던 건 김해란의 철벽수비로 실점이 적었기 때문이다. 김해란의 활약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박 감독은 5라운드를 마친 후 “김해란이 5라운드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김해란의 활약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탄탄해진 선수층,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힘 되다
흥국생명은 트라이아웃에서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 톰시아를 영입하고 FA(자유계약)로 미들블로커 김세영과 윙스파이커 김미연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이주아를 지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톰시아는 큰 키와 노련한 플레이로 한쪽 날개를 책임졌다. 김미연은 이재영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주면서 제3공격옵션으로 상대 블로커를 분산시켰다. 김세영은 블로킹으로, 이주아는 이동공격으로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최대 약점이던 중앙을 단숨에 보완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을 갖춘 건 아니었다. 붙박이 주전 경험이 적은 김미연은 쏟아지는 서브 폭탄에 흔들리기도 했고, 신인 이주아도 프로 무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김미연은 1라운드 공격성공률 24.14%, 리시브효율 23.14%로 기대에 못 미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공격과 리시브 모두 안정을 찾아가며 공격과 리시브 모두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주아도 서서히 출전시간을 늘려 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장점인 빠른 이동공격을 선보였다.

팀이 흔들릴 때면 든든히 뒤를 받쳐준 백업 선수들도 있었다. 올 시즌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준 김다솔은 꾸준한 훈련으로 주전 세터 조송화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신연경도 자신의 장점인 수비에서 빛을 발했다. 신연경은 김미연이 후위에 있을 때 교체 투입돼 리시브와 디그에서 힘을 보태 흥국생명의 빈틈을 지웠다.
1, 2라운드를 3승 2패로 마무리한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서 4승 1패를 거두며 선두 자리에 안착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선두로 올라선 흥국생명은 이후 4, 5라운드에서 각각 승점 10점을 쌓아 치열했던 상위권 싸움으로부터 조금씩 앞서나갔다. 그리고 9일, 마침내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년 만에 돌아온 기회, 통합우승 향한 첫 발 떼다
흥국생명은 지난 2016~2017시즌 이재영-러브 쌍포의 활약으로 정규리그를 1위로 마무리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IBK기업은행에 1-3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쓸쓸히 퇴장해야만 했다.
재도약을 꿈꿨던 2017~2018시즌에는 FA(자유계약)로 이적한 김수지(IBK기업은행)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해 최하위로 떨어졌다. 새 외국인 선수 심슨과 교체 선수 크리스티나 모두 외국인 선수의 역할을 해내지 못해 이재영 홀로 고군분투하다 시즌이 끝났다. 지난 시즌 서른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이긴 건 단 여덟 번뿐이었다.
그리고 2018~2019시즌, 7할의 승률을 자랑하며 다시 한 번 챔피언 자리에 도전할 기회를 만들었다. 코트 곳곳엔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통합우승까지 남은 승리는 이제 단 세 번뿐이다.
흥국생명이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었던 건 10년 전 김연경(엑자시바시)이 뛰던 2008~2009시즌이었다. 통합 우승은 그보다 오래 전인 2006~2007시즌이 마지막이다. 다시 만들어낸 기회, 흥국생명의 시선은 이제 통합우승을 향하고 있다.
libero@thespike.co.kr
사진=수원/문복주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