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PO 무산된 IBK기업은행, 어쩌면 초반부터 존재한 불안요소
- 여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19-03-08 01:07:00
①높은 주전 의존도, 약한 백업선수층
②시즌 내내 흔들린 세터와 불안한 리베로 포지션
③주포 어나이는 후반기 위력 감소
④신인 발굴 및 선수 보강으로 팀 리빌딩 나설 때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IBK기업은행이 시즌 초부터 지적되던 불안요소 속에 7년 만에 봄 배구에 실패했다.
2011~2012시즌
V-리그 첫 시즌을 보낸 IBK기업은행은 첫 시즌 4위를 기록한 이후 여섯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뿐만 아니라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그중 세 차례 우승도 차지했다. 하지만 2018~2019시즌은 6일 KGC인삼공사에 0-3으로 패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론으로 볼 수 있지만 IBK기업은행 발목을 잡은 불안요소는 시즌 초반부터 존재했다.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시즌 초부터 팀의 큰 경기력 기복을 걱정했다. 경기별 기복뿐만 아니라 세트별 기복도 컸다. 한 세트를 크게 이겨놓고
바로 다음 세트에서 역으로 크게 무너지는 경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기복 있는 경기력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독 자주 언급되던 내용이 있다. 하나는 얇은 선수층이었다. 이 감독은 팀 성적이 나쁘지 않던 때에도 항상 약한 백업층을
걱정했다. 지난 1월 16일 GS칼텍스전에는 경기 전후로 부족한 백업 자원이 앞서다가도 흐름을 내주고 세트 막판 무너지는
원인으로 짚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은 백업 선수가 약한 가운데 분위기를 바꾸거나 경기 패턴 변화를 위해 김희진
포지션을 바꿨다. 대부분을 미들블로커로 나왔지만 필요할 때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내보내고 김현지나 변지수가 미들블로커로 나섰다.
하지만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부족한 측면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해 김희진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오면 미들블로커 한쪽
높이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세터와 리베로에서 오는 불안감이었다. 주전으로 나온 이나연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역시 기복이 컸다. 특히 한 번 흔들리면 흐름을 다시 가져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점 이후
클러치 상황에서의 볼 배분도 아쉬움이 있었다.
리베로는 박상미가 2라운드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한동안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처럼 오랜 시간 주전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다 보니 이 감독 말처럼 뒤로 갈수록 흔들리는 경기가 많았다.
신인 김해빈을 함께 기용하기도 했지만 완벽한 해답이 되지는 않았다.
IBK기업은행은 3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준수한
주전 라인업을 바탕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김희진과 김수지가 지키는 미들블로커와 공격에서 많은 역할을 차지하면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준 어나이와 살림꾼 고예림, 백목화가 이루는 주전 라인업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라는 게 발목을 잡았다. 3라운드까지 공격 성공률 38.36%를 기록한 어나이는 4라운드 이후
36.18%로 소폭 하락했다. 특히 6라운드 네 경기에서는 33.58%에 그쳤다. 공격 점유율 43.36%에 달하는 어나이가
흔들리자 팀 공격이 전체적으로 풀리지 않았고 20점 이후 뒤집히는 경기가 늘어났다.
어나이를 도와줄 다른 측면
공격수의 활약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고예림은 4라운드 이후 공격 성공률이 31.3%에 머물렀고 백목화도 2년 만에 치르는
V-리그에 뒤로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이런 연쇄작용으로 IBK기업은행은 4라운드를 3연패로 마쳤다. 5라운드 3승
2패로 회복하는 듯했지만 6라운드 네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무너졌다.
6일 KGC인삼공사전 패배 이후 이 감독은
“남은 한 경기를 마무리 잘하고 팀 리빌딩 생각을 하겠다. 신인 드래프트, 외국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순번을 가질 수 있으니 기대를
해보겠다”라고 리빌딩에 대해 언급했다. IBK기업은행은 창단 이후 두 번째 시즌부터 여섯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르면서 3회
우승이라는 굉장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동시에 신인 수급과 외국인 선수 순번에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 번은 재정비할 시기가
필요했다.
고로 IBK기업은행은 이번 비시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 선택부터 신인 지명,
자유계약(FA)시장까지,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IBK기업은행의 청사진도 크게 달라진다. 창단 이후 비교적
화려한 길을 걸어온 IBK기업은행이 새로운 기로에 섰다.
사진/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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