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으로 치닫는 V-리그, 정규시즌 MVP는 누가 될까?
- 남자프로배구 / 이광준 / 2019-02-18 09:44:00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전히 순위표는 혼돈 그 자체다. 남자부는 우리카드(승점 60), 현대캐피탈(승점 59), 대한항공(승점 59) 세 팀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놓고 경쟁 중이다. 여자부는 흥국생명(승점 51), 한국도로공사(승점 48), IBK기업은행(승점 46), GS칼텍스(승점 45) 네 팀이 끝이 보이지 않는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다.
뜨거운 순위 싸움 만큼 정규시즌 MVP 경쟁도 예측할 수 없다. 역대 정규리그 MVP는 남녀부 모두 한 차례만 빼고 모두 정규시즌 1위 팀에서 나왔다. 이변이 없는 한 마지막 팀 순위에 따라 그 주인공이 결정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6라운드가 막을 연 지금 남자부와 여자부에서 유력한 MVP 후보는 누가 있을지 알아보자.
(모든 기록은 17일 경기종료 기준)
남자부
(괄호 안은 개인순위)
현대캐피탈 전광인
29경기 112세트 출전
394득점, 공격성공률 52.45%(6위), 39블로킹, 34서브득점(9위)
리시브효율 49.71%(4위), 세트 당 디그 1.465개(7위)
수비(디그+리시브 개수) 1위
대한항공 정지석
29경기 122세트 출전
491득점(9위), 공격성공률 56.49%(2위), 49블로킹, 46서브득점(6위)
리시브효율 52.23%(2위), 세트 당 디그 1.836개(4위)
수비(디그+리시브 개수) 2위
리그를 대표하는 윙스파이커, 전광인과 정지석을 꼽았다. 두 선수의 공통점이라면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기록으로만 봐도 공격과 수비 밸런스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선수는 나란히 수비 부문 1, 2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전광인은 그야말로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발돋움했다. 안정된 리시브로 세터를 편하게 해주고,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디그 능력을 뽐낸다. 현대캐피탈은 세터 불안 문제를 안고 있다. 리시브에서 이만큼 해주는 전광인이 없었다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했을지도 모른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늘 전광인을 향해 “우리 팀에서 가장 크게 공헌하는 선수”라고 고마움을 표하는 이유다.
전광인은 상대적으로 팀내 공격 비중은 떨어지나 필요할 때 해결사 노릇도 톡톡히 한다. 문성민, 박주형 등 팀 내 여러 윙스파이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또 꾸준히 출전한다. 전광인이 빠지면 수비 불안이 커지기 때문에 쉬게 해주고 싶어도 못 쉬게 해주는 게 지금 상황이다.
또 다른 대체불가 선수, 대한항공 정지석도 빼놓을 수 없는 MVP 후보다. 해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 에이스(Young Ace)’ 정지석은 올해도 한 단계 성장한 경기력을 뽐냈다.
전광인이 수비 쪽에서 존재감을 뽐냈다면 정지석은 공격에서 좀 더 어필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외인 가스파리니가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매 경기 불안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스파리니의 부진으로 인해 정지석에게 주어진 공격 부담은 더욱 커졌다. 리시브, 수비에서 부담은 그대로인 채다. 그럼에도 거침이 없다. 공격성공률 전체 2위로 높은 결정력을 자랑한다. 정지석의 활약은 그 불안함 속에서도 꾸준히 선두 경쟁을 하게 만든 비결이다.
그렇다고 수비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리시브효율은 지난 시즌 대비 5%가량 상승했다(지난 시즌 정규리그 리시브효율 47.54%). 세트 당 디그 수치 역시 높다. 정지석 활약은 곽승석, 정성민, 백광현과 함께 대한항공이 팀 리시브, 팀 수비 1위에 올려 놓았다.
공격과 수비 모두 정상급으로 활약한 두 윙스파이커는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기에 자격이 충분하다.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만큼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두 팀의 시즌 성적이 주인공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 아가메즈
31경기 117세트 출전
873득점(1위), 공격성공률 55.30%(3위), 49블로킹, 67서브득점(4위)
오픈 51.90%(2위) 퀵오픈 67.11%(1위) 후위 55.21%(3위)
창단 이후 처음으로 봄 배구를 확정한 우리카드. 그 주역은 단연 외인 아가메즈다. 득점 1위를 비롯해 각종 공격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른 아가메즈는 전성기를 넘긴 34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그를 압도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아가메즈 공격은 타점, 속도, 힘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여기에 라인 근처로 깊게 떨어지는 정교함도 있다. 특히 나쁜 공 처리 능력이 탁월했다. 우리카드가 팀 리시브 최하위에 머물고 있음에도 호성적을 낸 비결이다.
단순히 배구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외국인선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부주장을 맡아 팀 내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코트 위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팀에 정신적 지주 노릇을 담당했다.
다만 부상이 아쉽다. 아가메즈는 지난 16일 한국전력과 경기 도중 허리 통증으로 교체됐다. 서브를 때리고 난 뒤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시즌 막판 남은 경기에 제동이 걸렸다. 보다 자세한 건 아가메즈의 정확한 몸 상태, 그리고 이에 따른 신영철 감독의 의도에 달렸다. 심한 부상이 아니어서 남은 정규시즌 경기에 투입돼 1위 경쟁을 한다면 아가메즈도 정규리그 MVP 후보가 될 수 있다. 외국인선수가 역대 정규리그 남자부 MVP로 선정된 사례는 레오(3회)를 비롯해 8명이다.
여자부
흥국생명 이재영
25경기 92세트 출전
506득점(5위), 공격성공률 38.78%(7위), 42블로킹, 13서브득점
리시브효율 43.58%(9위), 세트 당 디그 4.087개(7위)
수비(디그+리시브 개수) 7위
여자부에서는 가장 두드러지는 후보 한 명이 있다. 바로 흥국생명의 든든한 에이스, 윙스파이커 이재영이다. 올 시즌 이재영은 많은 전문가들에게 찬사를 받을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흥국생명이 선두로 부상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재영은 팀에서 외인 톰시아와 함께 완벽한 원투 펀치를 이룬다. 실제로 523점을 올린 톰시아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좌우에서 완벽한 공격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몇몇 경기서는 톰시아보다 더 뛰어난 화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재영은 또 퀵오픈 1위(성공률 50%), 시간차 8위(47.17%), 후위 4위(34.64%)로 다양한 공격지표 상위권에 올랐다. 특유의 스피드와 탄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패턴플레이를 구사한다. 이를 통해 상대 블로커를 적극적으로 흔들고 팀에 활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재영의 가치는 공격에만 있지 않다.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에서도 돋보인다. 리시브 뿐 아니라 디그 역시 준수하다. 사실상 공격과 수비 양면에 고루 이름을 올린 선수는 이재영과 이소영(GS칼텍스) 정도다. 외국인선수들과 단순 수치로만 비교해도 이재영은 전혀 밀리지 않는 MVP 후보다.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26경기 103세트 출전
525득점(2위), 공격성공률 37.14%(9위), 37블로킹, 23서브득점(5위)
오픈 34.31%(10위), 퀵오픈 40.70%(8위), 후위 32.45%(6위)
이재영이 꾸준히 자기 몫을 하며 팀을 선두로 이끌었다면, 한국도로공사 박정아는 약간의 굴곡을 겪었다. 시즌 초 팀에 외인 교체가 단행되면서 마땅한 공격 옵션이 없었을 때, 박정아는 홀로 팀 공격을 도맡았다. 마치 외국인선수와 같은 화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경기력이 다소 떨어졌다. 공격이 상대 수비에 의해 막히는 일이 많아졌다. 본인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흔들렸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그 때마다 늘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인데 그러지 못 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던 박정아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눈을 떴다. 자칫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오자 집중력에 날을 세웠다. 마침 투입된 2년차 세터 이원정과 함께 좋은 호흡을 자랑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중반 박정아의 활약이 아쉽긴 하지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만큼 꾸준히 해준 선수를 찾기란 어렵다. 이재영이나 IBK기업은행 어나이와 비교해 수비에서 부담은 가장 적지만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격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박정아가 없었더라면 이는 힘든 일이었다. 최근 경기력을 볼 때 올 시즌 막판까지 박정아의 기세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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