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GS칼텍스,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한 이유
- 여자프로배구 / 강효상 / 2019-02-14 00:08:00
[더스파이크=장충/강효상 기자] “우승 후보에 GS가 빠져서 섭섭하네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했던 말이다.
그만큼 GS칼텍스는 올 시즌을 새로운 도약의 시기로 삼고자 했다. 지난 시즌 이소영과 표승주가 번갈아 부상에 신음하는 와중에 강소휘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어느 팀보다도 탄탄한 국내 윙 스파이커 라인업을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트레이드를 통해 세터 이고은을 데려온 점 또한 플러스 요인이었다. 어리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이고은의 합류는 GS칼텍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결국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정규시즌을 기대하게 한 GS칼텍스였다.
찬란했던 시작, 힘겨운 중반부
시즌 초반 GS칼텍스 상승세는 매서웠다. 이소영이 공수에서 맹활약하면서 1라운드 MVP를 거머쥐었고, 비시즌에 부상을 입은 세터 이고은의 빈자리를 3년차 세터 안혜진이 기대 이상으로 채워줬기 때문이었다. 수비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GS칼텍스 특유의 스피드와 공격력을 앞세워 승리를 챙겨나갔다. 그 결과 GS칼텍스는 2라운드까지 8승 2패(승점 22점)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GS칼텍스 흐름이 한풀 꺾였다. 수비에서 부족함을 공격으로 채웠던 초반과 달리 화력에서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1라운드에 40%를 넘겼던 팀 공격 성공률은 3라운드에 33%로 급감했다. 또 주전 리베로 나현정이 개인 사정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함과 동시에 최장신인 미들블로커 문명화 역시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전체적인 조직력과 분위기가 떨어진 것도 주요 원인이었다.
결국 3라운드 2승 3패(승점 5점)에 그치면서 선두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이어진 4라운드에서 4승 1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반등하는 듯했으나, 다시 5라운드를 1승 4패로 마감하면서 힘겨운 2위 싸움을 이어갔다.
최근 들어 보이는 경기 중 기복
5라운드 GS칼텍스 경기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세트 초반과 중후반 경기력 간극이 꽤 크다는 점이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서브 또는 공격 범실이 뼈아프다. 기록엔 포함되지 않는 연결에서 실책 역시 눈에 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안정감보다 불안감에 휩싸여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윙 스파이커 3인이 번갈아가며 경기력 난조를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이런 기복을 없애기란 쉽지 않다. 결국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특히 현재 GS칼텍스의 부진은 기량 하락이라기보단 멘탈 문제에 가깝다. 지금 상황에서 GS칼텍스에 필요한 건 확실히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에이스 존재다. 외국인 선수 알리가 평균적인 활약을 해준다고 하면, 그와 함께 쌍포를 이룰 국내 공격수가 절실하다.
가장 적임자는 이소영이지만, 시즌 초반 여파로 이소영 역시 체력적인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결국 표승주와 강소휘가 역할을 나눠야 하지만, 아직 최상의 컨디션까지 올라오지는 못한 모습이다. 차상현 감독은 13일 흥국생명전 직후 인터뷰에서 “지금 정도면 국내 윙스파이커들이 잘해주고 있다”라고 평가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나온 국내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재와 리시브 난조는 아쉽다.
게다가 최근 주전 세터로 나서고 있는 이고은의 기복 또한 고민거리다. 봄 배구를 위해서라도 이고은의 안정화는 필수적이다. 안혜진이 올 시즌 상당한 기량을 보여줬지만 봄 배구 경험은 전혀 없기 때문에,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이고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차상현 감독 역시 이런 이유로 이고은을 중용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고은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안혜진의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것 역시 아쉬운 점이다.
봄 배구가 아닌 우승을 바라봐야.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아 섭섭했다던 차상현 감독의 포부가 차츰 희미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GS칼텍스는 13일 흥국생명전에서 패배하면서 사실상 선두 경쟁보다는 2~3위 경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은 6라운드 다섯 경기에서 최대한 승점과 승리를 챙겨야 한다. 심리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차상현 감독은 “더 물러날 곳은 없다”라면서, “정신적인 부분을 잘 다듬어 선수들을 이끌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다듬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는 확실한 목표 설정이다. 지금 GS칼텍스가 바라봐야 하는 것은 봄 배구 진출이 아닌 챔프전 우승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6라운드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봄 배구에 나서는 것도 물론 상당한 성과다. 여자부 6개 팀 중 3개 팀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자 영광이다. 하지만 봄 배구는 챔프전으로 가는 단계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된다면 허무한 결말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5시즌만의 봄 배구가 아닌 5시즌만의 우승을 노려야 하는 이유다.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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