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이력서] 인하대 차지환, 현재 ‘안주’보단 미래 위한 ‘도전’을
- 아마배구 / 최원영 / 2017-09-16 02:27: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2017~2018 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이달 25일 오후 2시 서울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다. 그간 아마추어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 프로 팀 부름을 받기 위해 마지막 단장에 여념이 없다. 드래프트 참가자들 중 지명이 유력한 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본다. 본 기사는 선수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가상의 자기소개서다. 세 번째 주인공은 인하대 차지환이다.
#성숙했던_소년 #14cm의_기적 #뚜렷한_목표의식
인하사대부고 졸업 후 지난해 인하대학교에 입학한 2학년 윙스파이커 차지환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전북 정읍에서 학교를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광주 문정초 배구부에 스카우트 됐습니다. 처음엔 배구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혼자 전학 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희 집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식구가 많아 입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배구를 시작했습니다. 힘들었지만 바르게 자라고 싶었습니다. 저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버텼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신장이 180cm로 비교적 크지 않아 고민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해 다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 하고 유급을 했습니다. ‘나는 안되나 보다’하고 배구를 그만두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키가 194cm까지 컸습니다. 그때부터 진지하게 배구선수로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는 굉장히 소극적이었습니다. 제 주장을 잘 펼치지 못 했습니다. 그래도 임무가 주어지면 척척 잘했습니다. 솔직히 솔선수범하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팀에서 목표를 정해주면 반드시 달성해냈습니다. 동기부여가 확실히 돼서 무엇이든 이뤄내는 편입니다. 자라면서 성격이 무척 활발하고 밝아졌습니다. 경기 중에 파이팅도 많이 외치려 합니다. 항상 준비돼있습니다. 인성 하나만큼은 정말 좋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착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큽니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제 장점은 앞서 말씀 드렸듯 목표의식이 강한 것입니다. 승부욕도 큽니다. 신장(201cm)도 배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상으로 내세울만한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실력이 특출나진 않아도 평균은 됩니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프로 팀에서 여러 방면으로 장점을 키워보겠습니다. 보완해야 할 점은 수비입니다. 리시브와 디그 모두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요새 신경 쓰는 부분은 서브입니다. 과거에 비하면 좋아졌지만 더 잘하고 싶습니다.
롤모델은 프랑스의 은가페 선수입니다. 경기 영상을 자주 찾아보는데 왜 세계적인 공격수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공격형, 수비형 공격수가 아니라 그냥 윙스파이커 포지션의 정석 같았습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였습니다. 배구를 이해하는 능력 자체가 다른 듯 합니다. 은가페 선수 플레이를 보며 느끼는 게 많습니다. 저도 더 열심히 배우고 싶습니다.
(왼쪽부터 형과 차지환. 배구를 잘 모르던 어린 시절이다.)
#첫_우승 #자신과_자만 #잠재력_가능성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작년입니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며 계속해서 윙스파이커 포지션으로 훈련했습니다. 하지만 배구를 정말 못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키가 작아서 거의 후보선수였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실력이 조금 늘었습니다.
지난해 인하대에 입학해 한 단계 더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에이스 역할을 맡은 게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한 번도 결승전에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인하대에선 계속 우승할 수 있다는 게 낯설었습니다(2016 대학리그, 1차대회, 전국체전 우승). 이제야 승리의 맛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신인상과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상을 동시에 받아 정말 기뻤습니다.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큰 고비이기도 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 한 일이 생기니 벌써 다 이룬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늘 잘해왔으면 겸손해지는 법을 알았을 텐데 하루 아침에 최고가 된 느낌이라 저도 모르게 거만해졌습니다. 어머니께서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고, 교만해지면 안 된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동계훈련을 하는데 마음에 바람이 들어서인지 배구가 잘 안 됐습니다. 1월까지 헤맸던 것 같습니다. 2월에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그때 문득 ‘아, 모든 것은 한 순간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정신 차리고 다시 배구에 매진했습니다. 자신은 있지만 자만은 하지 않는 선수가 됐습니다. 좋은 약을 먹었습니다.
얼리 드래프트를 결심한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AVC컵 대회나 올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에 다녀오며 제 자신이 정체돼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현재에 만족하고, 안주하고 있는 게 싫었습니다. 더 큰 무대에 가서 깨지고 부딪히며 한계를 극복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대학리그에 속한 선수들 중 저보다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지금은 부족할지라도 프로 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 등을 열심히 해 향후 5년 안에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현재 실력보다는 장기적으로 잠재력, 성장 가능성 등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프로 선수가 되면 경기에 출전하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신인상도 받아보고 싶습니다. 잘하는 선수보다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다른 선수보다 한 발 더 뛰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성실히 실력을 키워 잘하는 선수로 거듭나겠습니다.
대학리그 성적
-2017 리그 10경기 37세트 209득점(전체 1위), 공격 성공률 59.20%(9월 15일 기준)
대학리그 수상 이력
-2017 전국대학배구 제천대회(1차대회) 최우수선수상
-2016 전국대학배구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상
-2016 대학리그 신인상
경력 사항
-2017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팀
-2016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표팀
-2014 아시아청소년남자선수권대회 대표팀
사진/ 유용우 기자, 본인 제공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