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의 눈] 배구협회만 욕먹을 일인가
- 국제대회 / 권부원 편집인 / 2017-07-26 17:26:00

배구협회만 욕먹을 일인가
… 비즈니스석 감당못할 현실도 보자
"비즈니스석, 우리 때는 그런거 생각도 안했지."
대한배구협회의 '대표선수 항공권 차별논란'이 25일 이슈로 떠오르자 과거 국가대표를 지낸 한 체육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1990년대 까지만 해도 국가대표 선수라면 종목을 막론하고 이코노미석 탑승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금도 한국선수단은 올림픽 출전시 대형항공기 이코노미석을 타고 수백명씩 한꺼번에 이동한다. 물론 그때도 배구, 농구쪽 장신 선수들이 불편을 호소하곤 한다. 이코노믹석에서는 다리를 제대로 뻗을 수 없어서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다. 유도 무제한급처럼 체구가 큰 선수도 이코노미 증후군을 앓아야 했다. 지금은 유명 방송인이 된 옛 농구국가대표 서장훈(2m6)은 연세대 1학년 때인 1993년 국가대표로 뽑힌 이후 국제대회 참가때 마다 가장 큰 불편을 겪은 선수로 꼽힌다.
문제는 대한배구협회가 모든 대표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지원할 만큼 국가대표 관련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데 있다. 배구협회가 일으킨 비즈니스석 파장이 남녀차별과 신장차별적 행위에 기인하긴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고려하면 협회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배구와 농구의 경우 청소년대표까지 포함하면 연간 국제대회가 10~20개에 이른다. 선수단 코칭스태프와 선수 합해 15명을 기준삼아 비즈니스석 왕복 500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대회마다 항공료만 7,500만원이 든다. 대표팀을 10개 대회에 파견하면 1년 항공료만 7억5000만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산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대표선수에게 들어갈 돈은 전지훈련, 숙식비, 기타 경비해서 많기때문에 항공료에만 예산을 집중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배구협회가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는게 억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를 파견하는 비용을 모두 국가예산이 책임지는 구조도 아니다. 정부가 대한체육회를 통해 일정액만 지원할 뿐 나머지 대표팀 예산은 각 협회가 알아서 만들고 챙겨야 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배구협회가 KOVO지원을 받아서라도 올해 대표팀에게 비즈니스석을 제공하려고 시도한 것은 나름대로 평가받을만 하다.
농구대표는 이렇게
남자농구대표팀의 경우 과거 NBA출신 하승진(2m21) 등장이전엔 모든 선수가 이코노미석을 탔다. 하승진이 대표팀에 승선한 이후 비즈니스석을 2m이상 선수에게 제공했다가 허재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나선 2m5 이상 장신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감독에게 비즈니스석 두장을 추가로 부여할 권한을 주었는데, 허 감독은 이 자리를 고참 순으로 배정했다. 지난 대만 존스컵대회에는 이정현, 오세근이 혜택을 누렸다. 여기에 단장이 가지않은 덕에 김선형까지 비즈니스석에 탈수 있었다. 여자농구팀은 2m이상 선수만 비즈니스석을 주고 있으나 현재 해당되는 선수가 없다.
농구협회는 대신 국제대회 파견에 앞서 항공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비상구쪽 좌석을 확보함으로써 장신 선수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일선 협회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말못할 사정은 있다. 향후 국가의 예산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협회장 능력으로 자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같은 항공권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한 게 안타깝다.
글. 권부원 편집인
사진. FIV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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