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대학배구 해남대회, 자세히 보아야 더 빛난 선수는?
- 아마배구 / 최원영 / 2017-07-18 22:06: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인하대가 2017 전국대학배구 해남대회(2차대회) 남대부 A그룹 정상에 올랐다. 최후의 승자 외에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빛나고, 오래 보아야 아름다웠다. 이들도 그랬다.
인하대 한국민(아포짓 스파이커 2학년 195cm)
한국민은 올 시즌 초반 기복을 보였다. 리그 예선에서 팀 내 공격 점유율이 평균 17.40%로 다소 낮았다. 공격 성공률을 53.08%로 유지하며 반등을 꿈꿨다.
하지만 이번 대회 예선에서 한국민은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이지 못 했다. 반전은 본선에서 시작됐다. 그는 경기대와 6강전에서 팀 내 최다인 25득점을 터트렸다. 공격 성공률도 65.71%로 훌륭했다.
홍익대와 준결승에서 세트스코어 0-2를 3-2 역전승으로 만드는 데에도 일조했다. 이날 한국민은 총 23득점, 공격 성공률 70%를 기록했다. 인하대는 그간 많은 공격을 책임져온 차지환이 잠시 주춤했으나 한국민이 있어 역전승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민은 결승에서 기세를 높이며 대회 MVP를 거머쥐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상을 처음 받아본다. 기분이 정말 좋다. 나 혼자 잘해서 받은 게 아니다. 주위에서 격려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줘서 가능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리그에서도 잘하겠다. 전국체전까지 전관왕을 달성하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민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 기지개를 켰다.
홍익대 한성정(윙스파이커 3학년 197cm)
한성정은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팀은 눈물의 역전패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나 한성정 분투는 칭찬받아 마땅했다.
그는 예선에서부터 득점과 공격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3경기 11세트에서 총 66득점, 평균 공격 성공률은 60.82%였다. 아포짓 스파이커 제경배(2학년)와 윙스파이커 정성규(1학년)가 때때로 흔들렸으나 한성정만은 굳건히 버텼다. 어떤 공도 득점으로 만들어내며 중심을 잡았다.
서브와 리시브 부문 전체 4위도 그의 몫이었다. 지난해까지 리시브를 돕던 박철형(현 OK저축은행)이 졸업하며 한성정이 해결사 역할은 물론 수비에도 힘써야 했다. 그는 동계훈련 때 리시브를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결국 매 경기 최다 득점으로 팀을 이끌면서도 리시브로 뒤를 받쳤다.
한성정은 “올해 3학년으로 고학년이 됐다. 내게 주어진 임무를 확실히 해내야 한다. 4학년 형들이 졸업하기 전에 꼭 우승을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양대 홍민기(미들블로커 4학년 197cm)
올해 4학년이 된 한양대 미들블로커 홍민기. 197cm 신장에 긴 팔을 가진 그는 상대 공격을 봉쇄하는 블로킹이 주 무기다. 대회 예선에서 세트당 평균 0.889개 블로킹으로 전진선(홍익대)에 이어 2위에 자리한 그였다. 홍민기는 팀이 6강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이면에는 ‘간절함’이 있었다. 지난해 오른쪽 무릎 수술로 재활에 매진한 그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운동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다. 배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잘해보고 싶은 내 목표였다. 부상 때문에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해보고 싶어 버텼다”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홍민기는 마음껏 경기를 뛸 수 있는 이 순간을 즐겼다. “다시 코트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가슴 벅차다. 한 점, 한 점이 마지막 점수라 여기고 뛰었다.”
그는 대회를 마치며 “그동안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이번 대회에는 힘 빼고 부담 없이 하려 했다. 생각보다 잘 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앞으로도 한양대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시련의 터널에서 빠져 나온 홍민기가 부활을 알렸다.
경희대 강병모(윙스파이커 3학년 192cm)
경희대는 우승에 목이 말라 있었다. 1차대회(제천)를 기점으로 상위권 팀들이 가장 견제하는 상대로 부상했다. 하지만 당시 점수 득실에서 밀려 아쉽게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 후 마음가짐을 더욱 굳게 다졌다. 결국 해남에서 준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중 강병모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 중인 알렉스와 윙스파이커 김정호를 도와 삼각편대를 이뤘다. 타고난 힘으로 매서운 공격력을 뽐냈다. 특유의 파이팅은 스스로 플레이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됐다. 팀 사기를 높이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정호는 “병모 형은 쉽게 기죽지 않는다. 항상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 기를 살려준다. 내가 못 하는 부분을 채워줘 고맙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강병모 생각은 어떨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팀이 안 될 때 더 크게 격려해주는 게 버릇이 됐다. 목소리 큰 걸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래 성격이 활발하고 움직임이 많다. 파이팅으로 팀에 도움이 되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언제나 팀 성적이 최우선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씩 더 발전해 내년을 기약하고 싶다.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며 팀 성적에 보탬이 되겠다”라는 강병모다.
충남대 손주상(윙스파이커 3학년 188cm)
제천산업고를 졸업한 손주상은 충남대 입학 후 꾸준히 팀 내 에이스로 활약해왔다. 덕분에 충남대는 올해 1, 2차대회에서 기존 강 팀들을 위협했다. 비록 승리를 챙기진 못 했으나 예년에 비하면 경기력이 부쩍 향상됐다.
기록을 살펴보면 손주상은 이번 대회 예선에서 김인혁(경남과학기술대)과 함께 득점 전체 2위(64점)에 올랐다. 공격 성공률도 51.40%로 준수했다. 더 나아가 그는 팀 내에서 서브와 블로킹 모두 선두로 앞장섰다.
충남대는 손주상과 금태용이 좌우에서 득점을 쌓았다. 해남에서 명지대를 꺾고 드디어 시즌 첫 승을 맛봤다.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아쉽게 돌아선 기억이 많았기에 더욱 짜릿했다. 손주상은 “팀원들 의지가 대단했다. 서로간 신뢰가 두터워 가능했다”라며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후회가 남지 않는,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이찬희) 감독께서 팀을 잘 이끌어주셨다. 우리 팀은 내년에 더 강해질 것이다. 조직력을 강화해 기회를 노리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충남대를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이유다.
***남대부 A그룹 수상 내역
우승 인하대
준우승 경희대
3위 중부대 홍익대
최우수선수상 한국민(인하대)
신인상 정성규(홍익대)
세터상 이호건(인하대)
리베로상 이상혁(인하대)
블로킹상 송원근(인하대)
서브상 알렉스(경희대)
공격상 강병모(경희대)
수비상 이대성(홍익대)
감투상 함형진(중부대)
최우수지도자상 최천식(인하대)
우수지도자상 김찬호(경희대)
심판상 주영호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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