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그] ‘김호철 호’의 대담한 도전, 서울시리즈서 희망 쏘다
- 국제대회 / 최원영 / 2017-06-05 04:55: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특별히 이름난 선수 없이도 선전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한 줄기 희망을 봤다.
한국 대표팀이 월드리그 대륙간라운드 1주차 서울시리즈를 2승 1패(승점 4점)로 마쳤다. 2그룹 12개 팀 중 5위에 자리했다. 강호 슬로베니아(3일)에 패했으나 체코(2일), 핀란드(4일)를 상대로 귀중한 승리를 얻었다. ‘세대교체’라는 도전을 통해 일궈낸 결과이기에 더욱 짜릿했다.
▲선수들의 마침표 없는 릴레이 활약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후 많은 이들이 공격력 약화를 걱정했다. 서재덕, 전광인, 문성민 등 주요 선수들이 부상 및 재활로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음표를 가득 품은 채 첫 경기 체코 전을 맞이했다.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선 이강원(27, KB손해보험)이 빛났다. 17득점(공격 성공률 56.67%)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주 공격수 임무를 맡아 부담도 컸지만 자신감으로 이겨냈다. 김호철 감독 믿음에 응답한 순간이었다.
선수단 중 막내 축에 속하는 정지석(22, 대한항공)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팀 내 최다 득점을 이끄는 등 대부분 리시브를 담당하면서도 과감한 공격을 선보였다. 3연전에 꾸준히 출전하며 힘을 보탰다.
핀란드 전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박주형(30, 현대캐피탈)도 빼놓을 수 없다. 정지석과 함께 레프트 공격 주축이 됐다. 이날 블로킹 3개, 서브 1개 포함 24득점(공격 성공률 57.14%)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를 기록했다.
신영석(31, 현대캐피탈) 박상하(31, 삼성화재) 이선규(36, KB손해보험)로 이어지는 중앙에서도 블로킹과 속공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라이트로 대표팀에 승선한 최홍석(29, 우리카드)은 이강원이 흔들릴 때마다 투입돼 분위기를 바꿨다. 상황에 따라 레프트로도 기용되며 묵묵히 역할을 해냈다.
세터 이민규(25, OK저축은행)와 노재욱(25, 현대캐피탈)은 번갈아 나서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웠다. 리베로 부용찬(28, 삼성화재)은 몸을 날리는 수비로 뒤를 받쳤다.
이렇듯 선수들은 서로 의지하며 하나의 팀워크를 만들었다. 경험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승리’라는 열매를 맛봤다.
▲’승부사’ 감독 김호철, 당신은 대체…
핀란드 전 마지막 5세트, 점수는 13-13 동점. 한국 대표팀 김호철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렀고 선수들에게 딱 한 마디를 전했다. “자, 그냥 밀고 간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띄운 정직한 승부수에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결국 한국은 상대범실을 유도해 내리 두 점을 따내며 승리를 쟁취했다.
지난 5월 3일 대표팀 소집 후 김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한 달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 개개인을 직접 지도하며 자신의 노하우를 녹여냈다. 그는 “파워나 높이로는 상대 팀을 따라갈 수 없다. 선수 개인의 테크닉을 길러 대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전에서도 강한 공격에 약한 박주형에게 “연타나 각을 낸 공격을 이용해보라”고 주문했고, 이강원에게는 “상대 블로킹을 보고 공을 틀어서 혹은 밀어서 때려야 한다”라며 맞춤형 조언을 들려줬다. 때로는 “코트 안에서는 너희들이 싸워야 한다”라며 선수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김호철 표 용병술도 화제가 됐다. 서울시리즈 내내 상대 팀 감독들은 그의 선수 교체 전술에 감탄했다. 필요한 타이밍에 적절한 선수를 기용한다는 것. 김 감독은 상대 분석을 피해 허점을 노리려 했고, 이는 대부분 적중했다.
서울시리즈를 마친 선수들은 “감독님을 중심으로 단합해 끝까지 가볼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제 부드러움까지 갖췄다는 김호철 감독. 선수단을 하나로 만든 것은 분명 그의 리더십이었다.
▲다가온 일본시리즈, 남은 과제는
한국은 이달 9~11일 대륙간라운드 2주차에 돌입해 일본에서 슬로베니아, 터키, 일본을 만난다. 1주차를 마친 결과 슬로베니아는 3전 전승으로 12개국 중 2위(승점 9), 터키도 3연승으로 3위(승점 7)를 차지했다. 일본은 승점 4점(1승 2패)으로 8위를 기록했다.
슬로베니아와 재대결에서는 상대의 높이를 무너트려야 한다. 첫 맞대결에서 블로킹 7-21로 절대 열세에 놓이며 고배를 마신 한국이다. 신장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영리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지난해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던 일본에 설욕전을 펼칠 수 있을지도 이목을 끈다. 터키와는 지난 대회에서 만나지 않았다.
김호철 감독은 ‘범실’을 경계했다. 경기 중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승부처에서 의욕이 앞서 범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리시브’도 있다. 슬로베니아와 경기에서는 강 서브에 당했고, 핀란드 전에서는 플로터 서브에 고전했다. 리시브를 견고히 정비해 조직력을 다져야 한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김호철 호. 더 어렵고 머나먼 여정이 남아있다. 그들의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FIVB(국제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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