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유소년 육성책, 접점은 어디쯤일까
- 남자프로배구 / 최원영 / 2017-04-28 01:36:00
[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는 말에는 이견이 없다. 유소년 선수들을 발굴 및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다. 거기까지였다.
지난 26~27일 한국배구연맹(KOVO) 통합워크샵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각 구단 사무국 및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방송사, 언론사, 연맹 사무국과 심판, 전문위원 등이 참석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유소년 관련 안건이 나오자 너 나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를 냈다. 국내배구 발전과 더불어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유소년에 투자해 가망 있는 선수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2017년 기준 초등학교 배구 팀은 남자부 40개, 여자부 27개다. 그마저도 상황은 열악하다. 팀을 꾸려갈 재정적 지원이 마땅치 않고, 선수들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 이날 KOVO는 각 구단이 연고지 내 육성학교를 운영해 초등학교 배구를 활성화하자는 안건을 내걸었다. 최소 한 학교 이상 지원하되 팀이 없을 경우에는 창단까지 고려해보자는 의견이었다.
그렇게 육성한 선수는 해당 구단에서 우선지명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초등학교가 자리를 잡으면 이후에는 중학교, 고등학교로 육성학교를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구단 관계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먼 미래를 보고 무조건 투자를 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었다. A구단 감독은 우선 연맹에서 유소년 육성 전담 팀을 만들어 기반을 다지자고 제안했다. B구단 감독은 고등학교부터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지난해 논의된 것으로 지역별 고교간 실력 편차가 있어 공평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C구단 관계자는 기준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예를 들어 한 학교에 전폭적인 지원이 아닌, 여러 학교에 소액만 지원하며 우선지명권을 노리는 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D구단 관계자도 연고지 내 여러 팀 중 어떻게 한 두 팀만 고를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에 한 KOVO 관계자는 시 혹은 구 단위로 학교를 묶어 클럽을 운영하고 그곳에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며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오랫동안 발전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하지만 결론은 어디에도 없었다.
KOVO는 이날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단과 합의점을 찾고, 실무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실행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접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기자는 매달 KOVO에서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유소년 배구교실을 현장을 찾는다. 엘리트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지만 배구에 흥미를 갖고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실제로 배구선수 길을 걷기 위해 배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가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들의 꿈은 행선지가 달라졌다.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많은 학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설득했다. 내 아이의 미래를 담보로 불확실한 모험에 뛰어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올 6월 1일, 한국도로공사 연고지인 김천 율곡초에 배구부가 창단된다. 김천 지역 첫 엘리트 배구 팀이다. 이렇듯 곳곳에서 제2의 김연경 혹은 문성민을 꿈꾸는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다. 유소년 육성책,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실행에 옮길 때다.
사진/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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