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돌아오다
- 아마배구 / 정고은 / 2017-04-25 19:46:00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배구 덕분에 내 인생도 이만큼 만들어질 수 있었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4~2015시즌을 마치고 현대캐피탈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야인으로 지내오던 김호철 감독. 그가 한국 남자대표팀 감독이 되어 현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12일 대한민국배구협회는 “2017년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김호철 감독을 선임했다”라고 밝혔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다. “전혀 배구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동안 내 배구인생을 돌이켜보면 휴식기간이 없었다. 쉬고 싶었다. 오래간만에 혼자 사는 법도 배우고(웃음)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면서 나름대로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던 김호철 감독. 하지만 역시 배구를 떠날 수는 없었다. 문득 이제는 배구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내 배구 인생을 어떻게 접어야 할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그냥 이대로 끝내도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배구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대표팀 감독이라는 사명이 얹어졌다. 사실 선택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김호철 감독은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이다. 하지만 잘 될 때 밥숟가락 얹는 것보다는 힘들 때 보태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해는 하지만 아쉬움은 컸다. “이제 선수들한테 명예를 위해서 국가에 헌신하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도 리그를 치른 이후 대표팀에 들어와 휴식 없이 일정을 소화한 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구단 역시 주축선수의 부상위험이나 컨디션 난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져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선수 본인도 그렇고 구단에서도 차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텐데 여러모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들이 열악하다. 어려운 점이 많다.”
당장 김호철 감독의 시선은 월드리그로 향해있다. 하나하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던 그였다. “5월 3일 소집 이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한 달여다. 그 기간 동안 기량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얼마나 조직적으로 잘 맞출 수 있는지가 주효할 것 같다.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 2주간은 체력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연습보다는 경기 위주로 할 계획이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연습을 통해 조직적인 모습을 갖춰 경기에 나갔을 테지만 주어진 시간이 짧다. 선수들의 기량을 잘 조합해서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맞춰 볼 생각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대학생 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했다.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이번에 대학생 선수들을 한 명도 차출하지 못했다. 만약 선발되면 학교 수업에 지장을 줘 학사 점수를 받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쉽다. 전에는 대표팀을 선발하면 절반 이상이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갈수록 인재가 없다.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꽃을 피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스타성있는 선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부담감과 책임감을 등에 업은 김호철 감독.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려 한다. “현 상황이 좋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 남자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본선무대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은 결국 우리가 다시 만들어 놓아야 한다. 누군가는 그 밑바닥을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그 바탕위에 다른 것들을 올려놓을 수 있다.”
이어 “내 생각처럼 하기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배구덕분에 내 인생이 이만큼 만들어졌고 얻어왔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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