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대표팀 이상렬 감독 “선수들에게 플래시가 되어주고 싶다”

아마배구 / 정고은 / 2016-06-21 1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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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어둠속을 헤맬 때 플래시를 켜면 확 밝아지지 않나. ‘길이 여기였구나, 옆에다 길을 놓고 헤매고 있었구나’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그런 플래시가 되어주고 싶다.”


지난 17일 U20 남자 대표팀을 만나기 위해 경희대를 찾았다. 이 날은 U20 대표팀과 경희대의 연습경기가 예정되어 있던 날. 다음 달 9일부터 17일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2016 제18회 아시아남자 U20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지난 7일부터 소집돼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경희대와의 연습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이상렬 감독은 홀로 분주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도 잠시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지도에 나섰다. 이야기를 마친 후에도 코트를 벗어나지 못했다. 때로는 옆에서 때로는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봤다. 아이들에게 할 이야기가 많았는지 그만큼 타임도 잦았다. 대회가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탓도 있었으리라.


손발을 맞춘 지 아직 열흘정도 밖에 되지 않은 대표팀. 이상렬 감독은 “팀 분위기나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다른 팀들 전력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훈련해서 실력이 급속도로 느는 건 사실 힘들다. 최대한 선수들의 몸상태라든가 분위기를 최고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렬 감독의 말처럼 손발을 완벽히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이상렬 감독의 고민도 깊었다. 더군다나 생각했던 선수들이 함께 하지 못했다. 나이가 많았기 때문. “생각했던 대학교 선수들이 있었는데 나이가 넘더라. 생각했던 전력에 비하면 약해진 게 사실이지만 이 선수들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그럼에도 대회는 열린다. 남은 시간 동안 이상렬 감독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생각일까. 이상렬 감독은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한국남자배구의 발전적인 미래를 이야기했다.


“여자배구는 올림픽에 진출했지만 남자는 올림픽에 못 나간지가 꽤 오래됐다. 아이들도 팀에서는 다 잘하는 아이들이지만 세계무대 나가서는 자신들이 얼마만큼 부족한지 느낄 것이다”라며 “아이들에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량보다 더 훌륭히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정신적인, 어떤 멘탈적인 마음자세나 심리상태를 많이 심어주려고 하고 있다. 아이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 안에 크게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 인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려고 하고 있다. 사명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합동해서, 협심해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렬 감독과 이야기하다 문득 그가 대표팀에서 추구하는, 구현하고자 배구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자 그는 “추구하고 싶고 구현하고 싶은 배구는 다 똑같다. 당장 한 달 만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선수들에게 스피드배구를 더 적립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설명하고 지도했을 때 선수들이 내 배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며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때는 그가 인창중 3학년이던 시절. 어느날 장윤창 선배가 그에게 말을 걸었단다. “인창중 3학년 이상렬입니다”하고 답을 하자 “비실비실해서 되겠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장윤창이 2-30분 동안 시범을 보이면서 공격수는 때리고 싶은 곳에 정확히 때려야 한다, 어디든 공이 뜨면 때릴 줄 알아야한다 등 여러 이야기를 해줬다. 그 때 마음 속에 딱 꽂히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센터였음에도 라이트, 레프트, 백어택까지 다 때릴 수 있었다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던 84년, 청소년 대표가 됐을 때 만났던 임태호 선생님 역시 장윤창 선배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줬다. “공을 때릴 때 꽂아 때리지 말고 길게 때려라.” 이 말 한마디에 이상렬 감독은 자신의 습관을 바꿨다고 한다.


“내가 공격수가 되는데 장윤창, 임태호 이 두 선배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생각만 바뀐 게 아니라 행동이 바뀌어 연습을 계속 했다. 지금 선수들에게도 이 감독이 이런 소리를 했는데 이걸 해야겠구나 느껴서 나중에 ‘그 한마디가 나를 바꿨다’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이상렬 감독은 “내가 어릴 때 비실이라고 했다. 다들 비실대고 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고3때 대표선수로 선수촌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트레이너 김준성이라는 분이 나한테 ‘너 힘 무지 쓰는 놈이다’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엄청나게 했다. 그 덕에 내가 삼손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한테 그런 걸 심어주고 싶다. ‘아 이거야!’ 어둠속을 헤맬 때 플래시를 켜면 확 밝아지지 않나. ‘길이 여기였구나, 옆에다 길을 놓고 헤매고 있었구나’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그런 플래시가 되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상렬 감독에게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목표는 우승이다. 어려울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우승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대표 감독직 선임 이후 나한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때 이 선수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국가대표가 되는데 다리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었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는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는, 그 밀알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 사실 사명감은 대단한데 막상 맡아보니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안 되더라. 그래도 그 안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_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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