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소리 지른 이유요? 우리가 자랑스러워서요!” 이민서의 날갯짓은 이제 시작!
- 여자프로배구 / 용인/김희수 / 2023-03-05 12:00:16
프로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해가고 있는 이민서와의 인터뷰에서는 다양한 매력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고 냉철했지만,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수줍은 듯 해맑은 미소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민서는 2022-2023 V-리그 여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지명됐다. 사실 드래프트 당시에는 이민서보다는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195cm의 기대주 염어르헝이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민서는 염어르헝이 무릎 부상으로 인해 긴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페퍼저축은행의 유일한 루키로 시즌 내내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주로 원 포인트 서버로 코트를 밟은 이민서는 23경기 67세트에 출전해 7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 신인 선수 중 가장 많은 세트에 출전한 선수이기도 하다.
용인에 위치한 페퍼저축은행 훈련장에서 만난 이민서는 “프로에서의 첫 시즌이다 보니, 모든 것이 새로웠고,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시즌 초반에는 늘 자신 있게 했던 것 같은데, 시즌이 진행될수록 범실도 나오고 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다시 또 자신 있게 하고 있다”고 자신의 1년차 시즌을 돌아봤다.
이민서의 프로 첫 득점은 2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나왔다. 2세트 19-19에서 서채원을 대신해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선 이민서는 한국도로공사의 코트 중앙으로 뚝 떨어지는 서브로 서브 득점을 올렸다. 당시가 기억나는지 묻자 이민서는 “기억난다. 그 때 들어가기 전에 유독 점수 한 번 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득점이 되고 나서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난다”고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이민서는 지난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 승리 이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선수들을 촬영하던 방송국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이겼다!” 하고 소리를 지른 것. 이민서는 “우리 팀이 역사상 첫 시즌 4승째를 거둔 경기였다. 우리 팀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 자랑스러워서 그랬다. 그거 보고 친구들이 돌았냐고, ‘관종’이냐고 놀렸다”며 소리를 지른 이유를 해맑게 밝혔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 공식 유튜브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전해지는 이민서의 캐릭터는 ‘공주병’, ‘나르시시스트’, ‘자기주장 강하고 말 안 듣는 아이’ 등 다소 강렬(?)한 것들이 많다. 이에 동의하는지 묻자 이민서는 “말 안 듣는다는 건 인정 못한다. 공주병은 조금 인정한다(웃음). 핑크색도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워낙 좋아한다. 내가 생각할 때 나는 관심 받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공주병 이야기를 듣는 것도 즐긴 것 같기도 하다(웃음)”라는 천진난만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원 포인트 서버는 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이지만, 코트를 밟는 시간은 길지 않은 만큼 주전으로 코트에 오래 서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 이민서는 “내가 (문)정원 언니만큼 리시브를 정확하게 해야 원 포인트 서버를 넘어 아포짓으로 나설 수 있다. 리시브를 애매하게 받으면 외국인 선수의 자리를 뺏을 수 없다. 리시브를 정말 많이 연습하고, 더 다듬어야 한다. 연습할 때는 잘 된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서브를 받으면 아직은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차분하게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이민서에게 아포짓으로 나선다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공격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민서는 당찬 표정으로 “라이트에서 상대 블로커 왼손을 보고 쳐내는 공격을 보여주고 싶다. 고등학교 때 가장 자신 있게 했던 공격이다”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민서는 “내 역할은 서브 득점을 올리는 것과 수비를 잘 하는 것이다. 그저 그걸 잘 하고 싶다. 내 개인 목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팀 승리를 챙기는 것이 목표다”라고 의젓하게 각오를 밝혔다. 자신의 응원가인 체리필터의 ‘오리 날다’ 속 가사처럼, 이민서는 멋진 날개를 펼치며 높이 날아오르는 꿈을 꾸고 있다. 당찬 루키 이민서의 날갯짓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용인/김희수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