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선과 이소영은 봄배구로 가는 문을 열고 싶다
- 여자프로배구 / 대전/김희수 / 2023-03-08 23:42:32
“봄배구로 가는 문의 손잡이까지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여는 게 정말 어렵네요.” 힘든 승리를 거둔 염혜선과 이소영은 절실하게 봄배구를 열망했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매서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거칠 것이 없는 연승 가도를 달렸다. 봄배구 진출은 물론 준플레이오프 개최 없이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가능성까지 높여갔다. 그러나 4일 GS칼텍스에 일격을 허용하며 연승 행진이 중단됐고, 7일에는 한국도로공사가 시즌 내내 이기지 못하던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얻으며 KGC인삼공사의 상승세에는 제동이 걸렸다.
그래서 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는 KGC인삼공사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3위를 다시 차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시기에 좋지 않은 흐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연패를 피해야 했다. 그러나 경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풀세트 접전이 벌어졌고, 심지어 5세트는 듀스를 향했다. 처절한 혈전 끝에 KGC인삼공사는 세트스코어 3-2(18-25, 25-19, 15-25, 25-17, 16-14) 승리를 거두며 승점 2점을 수확했다.
이날 염혜선과 이소영은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다. 염혜선은 몇몇 순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팀을 이끌었다. 자신의 주특기인 기습적인 패스 페인트로도 재미를 봤다. 이소영은 32점을 퍼부은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6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51.72%로 높았고, 리시브 효율 역시 56,25%를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 했다.
힘든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는 먼저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소영은 “힘들다(웃음). 그렇지만 힘들었던 만큼 값진 승점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남은 두 경기에서도 승점을 더 챙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소감을 들려줬고, 염혜선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이겨서 다행이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다. 다음 경기 전까지 보완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과 함께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 염혜선은 세트성공 13,000개를 돌파했다. 이효희 한국도로공사 코치에 이어 V-리그 여자부 역대 두 번째로 달성한 대기록이다. 염혜선은 “(13,000세트를 앞두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는 못했다. 최근에 세트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이)효희 언니가 1호라는 건 알게 됐다. 승리와 함께 기록을 달성하게 돼서 기분이 더 좋다”고 밝은 표정과 함께 답했다.
이날 경기는 유독 많은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주심 비디오 판독을 포함해 진행 횟수가 무려 16회였다. 판독이 진행될 때마다 고희진 감독은 염혜선을 불러 무언가를 열심히 전달하곤 했다. 고 감독의 이야기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묻자 염혜선은 “이번 경기 같은 경우는 경기가 잘 안 풀리다보니 경기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해주시기도 했다. 수비도 오늘 좀 좋지 않았다보니 수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대략적인 내용을 밝혔다.
KGC인삼공사의 다음 경기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과의 맞대결이다. 혈투를 벌인 KGC인삼공사는 이틀의 짧은 휴식만을 취한 뒤 적지인 인천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소영은 “(지상파 중계로 인해) 경기 시간까지 당겨져서 체력적으로 조금 부담이 있다. 그래도 잘 쉬고 회복 잘해서 좋은 경기를 해보겠다. 한 번 이겨봤으니 두 번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경기 2, 4세트에서의 경기력이 매 경기마다 나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염혜선은 “봄배구 진짜 가고 싶다. 꼭 가야 된다(웃음). 정말 가고 싶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 봄배구로 가는 문의 손잡이까지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여는 게 정말 어렵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결과를 모를 것 같다. 남은 경기도 최대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봄의 향기를 맡으며 배구를 하고 싶다”며 봄배구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순위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정규시즌이 끝나는 날, 염혜선과 이소영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과연 그들은 봄배구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을까. 두 선수는 남은 두 경기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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