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끝" 경기는 끝났지만, 한송이는 기도를 시작한다
- 여자프로배구 / 수원/박혜성 / 2023-03-17 00:00:30
"우리가 경기하면서 결정하는 상황이면 힘내서 하겠지만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계속 기도할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번 경기로 끝이다."
KGC인삼공사는 16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6라운드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0, 25-15, 23-25, 25-11)로 승리했다.
3위 한국도로공사(승점 57)와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던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은 최근 컨디션이 저조했던 정호영 대신 한송이를 선발 미들블로커로 기용했다.
고희진 감독의 이러한 선택은 적중이었다. 한송이는 블로킹으로만 9점을 올렸고 공격도 5점을 성공시키며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점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 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한송이는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경기였는데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날 한송이가 기록한 9개의 블로킹은 개인 한 경기 최다 블로킹 득점이었다. 종전 기록인 7개보다 2개를 늘리는 데 성공한 한송이는 "3세트 전에 이숙자 코치님이 4개만 더 잡아서 10개 채워보자고 하셨다. 하나가 부족해서 아쉽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송이의 블로킹 감은 경기 전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어제(15일) 연습할 때부터 블로킹 감이 좋았다. 그리고 경기 초반부터 블로킹을 기록해서 리듬이 좋았던 것 같아"라고 알렸다.
이날 경기는 KGC인삼공사에 입장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획득해야 하는 경기였다. 만약 승점 획득을 하지 못했을 시 준플레이오프 진출은 물거품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한송이는 이러한 부담감을 이겨냈고 한국도로공사를 승점 1점 차로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한송이는 "솔직히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5라운드 후반부터 매 경기 엄청난 압박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 그래도 이번 경기는 현대건설이 로테이션을 돌려서 우리가 준비한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덜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17일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승점 3점을 획득하면 준플레이오프는 성사되지 않는다. 한송이는 "우리가 경기하면서 결정하는 상황이면 힘내서 하겠지만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계속 기도할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번 경기로 끝이다. GS칼텍스가 우세한 경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떨면서 지켜볼 것이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한 경기 결과에 따라 봄 배구가 결정되는 건 19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송이도 처음 겪는 일이다. 한송이는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봄 배구가 결정 안 됐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말 너무 떨린다. 보통은 이쯤되면 올라갈 팀이 정해졌을 텐데 한 경기도 놓을 수 없어서 기억에 남을 시즌인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KGC인삼공사는 이번 경기를 끝으로 2022-2023시즌 정규리그를 마쳤다. 한송이는 "이번 시즌 여러 포지션을 오갔는데 처음에는 오랜만에 해서 재밌기도 했지만 출전 시간이 줄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준비를 더 잘했으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봄 배구 진출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시즌에는 더 잘 준비해 보도록 하겠다"라고 전하며 자리를 떠났다.
사진_수원/유용우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