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만에 끝난 우리카드의 봄…"다음 시즌에는 챔프전 꼭 가야죠" [남자부결산④]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2-04-15 13: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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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복 "준 PO 패배 지금도 아쉬워요"

 

아쉬움 속에 2021-2022시즌을 마무리한 우리카드. 이제 다가올 새 시즌을 위해 다시 달린다.

우리카드는 2020-2021시즌에 창단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비록 대한항공에 벽을 넘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카드가 보여준 투혼과 저력은 눈부셨다.

2022 KOVO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우리카드였다. 많은 이들은 "우리카드가 상당히 안정돼 보인다. 멤버에 변함이 없다"라며 우리카드의 순항을 점쳤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1, 2라운드에 단 3승(9패)을 거두는 데 그쳤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당시 신영철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가진 마음가짐, 생각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고, 준비하냐가 중요하다"라며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쓴소리를 던진 바 있다.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 챔프전에 진출하고, 리그 직전 가진 컵대회에서 우승하며 생긴 자만심과 욕심, 자신이 해결하지 않고 동료에게 미루는 선수들의 안일함을 문제점으로 본 신영철 감독이었다. 이때 우리카드의 순위는 7위, 최하위였다.

다행히 3라운드부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3라운드 세 번째 경기 현대캐피탈전부터 4라운드 네 번째 경기 KB손해보험전까지 모두 승리하며 창단 첫 8연승에 성공했다. 특히 이 기간에 단 1점의 승점도 잃지 않았다. 8경기에서 거둘 수 있는 승점 24점을 모두 가져왔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11월에 팀에 합류한 송희채가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한성정을 내주고 KB손해보험에서 데려온 201cm 장신 미들블로커 김재휘도 약점으로 꼽히던 중앙 라인에 큰 힘을 보탰다. 여기에 신인 김영준과 이상현, 김완종도 코트에 들어갈 때마다 패기 있는 활약을 보여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혈질 성향을 가진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도 성격과는 별개로 코트 위에서는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줬고, 나경복도 공격에서 에이스다운 활약을 보여줬다.

5라운드에 2승 4패에 머물며 한국전력과 OK금융그룹에 거센 추격을 받기도 했지만, 다행히 6라운드에 4승 2패로 선전했다. 결국 우리카드는 6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4년 연속 봄배구 진출을 확정 지었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시즌 중반 8연승을 거둔 뒤, 시즌 후반 네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을 확정 짓는 그야말로 수직 상승의 그래프를 그린 우리카드였다.

당시 신영철 감독은 "나 역시 이렇게 시즌이 진행될지 몰랐다. 이길 때는 승점 관리를 잘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단기전 승부에서 빛을 보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부상으로 출전이 힘든 알렉스 대신 레오 안드리치(등록명 레오)를 긴급 수혈했다. 레오의 강력한 서브와 공격이 단기전 승부에서 큰 힘이 될 거라 판단했고, 재빠르게 영입을 시도해 러시아리그에서 데려왔다.

레오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한국전력전에서 V-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세터 하승우와 호흡을 맞춘 시간이 적었음에도 레오는 강력했다. 서브 2개, 블로킹 1개를 포함해 29점에 공격 성공률도 50%를 넘겼다. 덕분에 우리카드도 한국전력을 꺾고 3위로 포스트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활약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펼쳐주길 바랐던 신영철 감독이었다. 올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포스트시즌이 축소 운영되기에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다면 충분히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또한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한국전력에는 정규리그 8연승을 거두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순조롭게 포스트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우리카드의 꿈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즌 막판 어깨 부상으로 고전했던 나경복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상 투혼을 보이며 공수 맹활약을 펼쳤고, 레오도 화끈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카드보다 간절함이 더 컸던 한국전력의 저력 그리고 중요한 순간 나온 범실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카드는 이날 31개의 범실을 범했는데, 한국전력(15개)보다 16개나 많았다. 이 가운데 송희채(8개)와 하승우(7개)의 합작한 범실이 15개로 팀 범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결국 상대 다우디 오켈로(등록명 다우디)의 득점과 함께 경기는 끝이 났다. 레오의 V-리그 복귀 이야기는 두 경기만에 끝이 났고, 우리카드도 네 시즌 연속 봄배구 무대에 올랐지만 단 한 경기만 치르고 '장충의 봄' 무대를 마쳐야 했다.

이번에도 우리카드가 이루고자 했던 'V1'은 오지 않았다.

주포 나경복은 2021-2022시즌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최근 본지와 전화 통화를 가진 그는 "보여줘야 할 걸 보여주지 못했다. 초반에 너무 무너졌다. 안타까웠다. 후회가 있는 시즌이었다. 초반에 잘 했더라면 지금 순위보다 좋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역대급 승부라 불리는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5세트 승부를 본 후에는 2021-2022시즌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극에 달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진 게 너무 아쉽다"라고 입을 연 나경복은 "다음 시즌에는 초반부터 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챔프전을 TV로 지켜보는 데, 저 경기장에 우리 팀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소름 돋는 경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기복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그 기복을 줄이고,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선수로서 해야 될 일이다. 나경복도 "처음에 5연패 하면서 승점을 딴 경기가 있었다. 그런 부분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팀은 매 시즌 기복이 있다. 그 기복을 줄이는 게 비시즌 우리가 해야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경복은 시즌 막판 왼쪽 어깨 부상을 입었다. 통증을 참고 마지막까지 경기를 뛰었지만, 팀의 패배로 그 투혼이 빛을 바랐다. “수술을 해야 될 정도의 큰 부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는 게 나경복의 이야기다.

우리카드는 5월 초에 소집, 2022-2023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치료가 필요한 선수들은 조금 일찍 들어와 회복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나경복은 2022-2023시즌 마치고 군대 갈 확률이 높다.

나경복도 "다가오는 시즌까지는 하고 군대에 갈 것 같다"라며 "비시즌에는 리시브 훈련을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 공격은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다. 리시브, 이단 연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 대회 일정도 나경복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7월에는 한국에서 2022 FIVB 발리볼 챌린저컵도 열리고, 9월에는 중국 항저우에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도 개최된다.

나경복은 "국가대표는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자리다. 남자배구가 최근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안 좋았다. 많은 준비를 해서 올해는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시즌에는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를 더 많이 보여줬다. 죄송하다. 봄배구에서도 허무하게 졌는데, 그래도 끝까지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감사하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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