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고군분투,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삼성화재를 외면했다
- 남자프로배구 / 천안/이정원 / 2022-03-17 22:21:07
삼성화재가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이 고군분투했으나, 또 한 번의 패배를 피하지 못하며 4연패에 빠졌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1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현대캐피탈과 V-클래식 매치서 세트스코어 2-3(22-25, 25-20, 25-17, 29-31, 14-16)으로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고희진 감독은 이날 경기 포함 남은 5경기에서 전승을 거둔다면 봄배구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 경기 모두 무기력하게 셧아웃 패를 당했지만, 지금의 위기를 이겨낸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거라 봤다.
고희진 감독은 "최근 세 경기, 선수들의 경기력이 무기력했다고 본다. 힘들지만 힘을 내서 경기를 해보자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가 참 힘들다. 선수들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 우리 선수들이 지금까지 잘 이겨냈으니 남은 다섯 경기도 잘 이겨내주길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이날 주전 세터 황승빈이 결장한 가운데, 노재욱이 선발로 나섰다. 전역 후 경기를 소화한 지 한 달도 안 됐기에 선수들과 호흡이 완벽하지 않다. 노재욱을 제외하면 남은 세터는 정승현 카드가 밖에 없다. 고희진 감독도 "그동안 노재욱의 훈련량이 적었다. 그래도 잘 해줄 거라 기대한다. 잘 안된다고 해도 지금은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저조했다. 활약을 해준 건 러셀뿐이었다. 러셀은 매 세트 팀의 최다 득점을 활약했다. 2세트가 끝나기도 전에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할 정도로 최고의 괴력을 보여줬다. 전, 후위 공격은 물론이고 서브와 블로킹서도 힘을 냈다.
러셀은 마지막 세트가 될 수도 있었던 4세트에도 최선을 다했다. 4세트 공격 후 착지 과정에서 느낀 오른쪽 무릎 통증에도 코트를 떠나지 않으려 했다. 끝까지 코트에 남아 공격을 하려 했다.
그러나 러셀이 전부였던 게 문제였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배구도 혼자 해서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줬던 황경민은 이날 전혀 힘을 내지 못했다. 수비에서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줬지만 공격에서 힘을 못 냈다. 여러 차례 공격에서 막히니 2세트는 아예 제외를 하는 강수도 뒀지만 3세트에 다시 흔들렸다. 5세트 러셀 대신 다시 들어가 4점을 올렸을 뿐 이전까지 아쉬운 활약의 연속이었다.
신장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3세트까지 단 2점에 머물렀고 이날 4점에 그쳤다. 그나마 정성규가 10점에 공격 성공률 58%로 활약했으나 러셀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 정성규는 4세트에 리시브에서 불안함을 보였다. 리시브가 흔들리다 보니 노재욱이 올릴 수 있는 코스는 한정되어 있었다. 러셀 뿐이었다.
삼성화재는 러셀의 고군분투, 부상 투혼 등을 더해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러셀이 결국 5세트 초반 통증을 호소하며 코트 위에서 나온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국내 선수들이 끝까지 했지만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이날 러셀은 홀로 38점(후위 공격 14개, 블로킹 3개, 서브 4개)에 공격 성공률 52%를 기록했다. 러셀의 맹활약에도 승리는 삼성화재를 외면했다.
경기 후 고희진 감독은 "러셀은 오른쪽 무릎인데 검진을 해봐야 한다. 그래도 큰 부상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남은 네 경기도 봄배구 진출을 떠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러셀이 못 뛰면 못 뛰는 대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흔들리는 플레이를 보여준 리베로 백광현에 대해서는 "최근 세 경기를 비롯해 자기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 못 하면 바꿔줘야 한다. 더 힘든 상황이 일어날 수 있었다"라고 질책했다.
삼성화재는 위기를 이겨내고 막판 봄배구에 탑승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오는 21일 홈에서 열리는 삼성화재전을 승리로 가져와야 한다.
사진_천안/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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