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에게 건넨 고희진 감독의 한 마디 “내가 널 믿으니 걱정 말아라” [벤치명암]
- 여자프로배구 / 대전/김희수 / 2023-03-08 22:12:21
흔들리던 박혜민을 다잡아준 것은 고희진 감독의 진심어린 한 마디였다. 말 한 마디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KGC인삼공사가 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18-25, 25-19, 15-25, 25-17, 16-14)로 꺾었다. 풀세트 접전이 벌어진데다 5세트는 듀스까지 이어진 극한의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값진 승점 2점을 챙겼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는 경기 최다인 32점을 올렸고, 이소영이 51.72%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16점을 보탰다. 정호영은 7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철벽을 세웠다.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거둔 고희진 감독은 “상대 팀의 기세가 워낙 좋았다. 우리의 경기력이 조금 안 나오기도 했다. 중앙에서의 공격력과 엘리자벳의 공격 효율에서 아쉬운 부분이 드러나면서 다른 부분도 무너진 경향이 있었다. 그래도 염혜선과 노란이 잘 버티면서 선수들을 다독였고,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이끌어갔다. 그 덕에 이길 수 있었다”며 경기를 복기했다.
고 감독은 이날 박혜민을 선발로 투입했지만, 박혜민은 경기 초반 리시브에서 고전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고 감독은 끝까지 박혜민을 선발로 투입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고 감독은 “4세트 시작 전에 내가 널 믿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넌 잘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박은진과 정호영까지 함께 불러서, 너희가 없으면 우리에게 봄배구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로 박혜민이 리시브에서 잘 버텨줬다.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고맙게 생각한다”며 박혜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엘리자벳은 32점을 올렸지만 범실도 15개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공격 효율도 20.55%에 그쳤다. 고 감독은 “엘리자벳은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분명히 기복이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기복을 보였다. 기술적인 장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점수가 날 수 없는 공격을 했다. 서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엘리자벳의 서브가 아니었다. 경기 후에 연습을 통해 교정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엘리자벳의 경기 내용을 평가했다.
패장 김호철 감독은 “아쉽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잘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남은 경기도 이렇게 열심히 해주리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날 육서영은 자신의 장단점을 모두 보여줬다. 과감하고 힘 있는 공격을 마음껏 선보였지만, 중요한 상황에서의 범실 관리 능력은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으로 남았다. 김 감독은 “물론 그 자리(아포짓)가 쉬운 자리는 아니지만, 범실이 너무 많긴 했다.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닐 거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험을 쌓아간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육서영의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김 감독은 이날 정호영의 사이드 블로킹에 크게 고전한 표승주에 대해서도 “정호영 쪽으로 공격하지 말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엘리자벳을 피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 쪽으로 공격이 많이 간 것 같다. 또 강공보다는 변칙적인 공격을 잘 써보자고 경기 전에 이야기를 했었는데 막상 경기에서는 욕심이 좀 났던 것 같다. 앞으로 두 개를 잘 섞어 쓴다면 괜찮아질 것으로 본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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