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번째 날도, 첫 번째 날도 모두 빛났다
- 여자프로배구 / 광주/김희수 / 2023-03-15 00:00:00
누군가에게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500번째’ 날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한 ‘첫 번째’ 날이었다. 2023년 3월 14일은 두 선수 모두에게 잊지 못할 날이었다.
14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는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한국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이 경기의 의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양 팀의 선수 두 명에게도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한국도로공사 정대영과 페퍼저축은행 이민서가 그들이다.
정대영은 이날 미들블로커로 선발 출전하면서 역대통산 5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임명옥(522경기), 한송이(516경기), 김수지(509경기)에 이어 V-리그 여자부 4번째로 달성한 기록이다. 꾸준함과 자기 관리의 대명사인 정대영이기에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었다.
정대영은 500경기에 나서는 동안 무려 1912세트에 출전했다. 원 포인트 서버나 블로커로 나선 세트보다 주전으로 활약한 숫자가 훨씬 많은 것은 물론이다. 1981년생의 나이가 무색하게 지금도 한국도로공사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원인 정대영은 말 그대로 V-리그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전설이다.
정대영은 자신의 500번째 경기를 자축하듯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6개의 블로킹과 2개의 서브 득점을 올리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페퍼저축은행의 흐름을 끊은 정대영의 블로킹은 경기의 향방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정대영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세트스코어 3-0(25-13, 25-18, 25-11) 완승을 거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500번째 경기 출장 소감을 묻자 정대영은 “똑같다(웃음). 그래도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어 기쁘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서 더 기쁘다”고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이민서는 이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줬다. 자신의 최대 강점인 날카로운 서브는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설 때보다 더 빛을 발했다. 리그에서 가장 리시브가 탄탄한 팀인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3개의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날아올랐다. 수비 상황에서의 집중력도 좋았다. 랠리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집중력 있는 첫 번째 터치를 자주 성공시켰다.
그러나 공격에서는 이 대행의 우려대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배유나, 정대영, 박정아,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세우는 높은 블로킹 벽에 고전했다. 블로커를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안테나를 건드리는 범실도 두 차례나 나왔다. 센스가 돋보이는 공격도 몇 차례 나왔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대 블로킹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격 성공률 18.5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500번째 경기를 맹활약과 함께 마무리한 정대영에게도, 첫 번째 선발 출전 경기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낸 이민서에게도 2023년 3월 14일은 잊지 못할 날이 됐다. 정대영의 500번째 날도, 이민서의 첫 번째 날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사진_광주/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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