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미쳐야…" 철벽이었던 김홍정, 약속 지켰다 [PO]
- 남자프로배구 / 의정부/이정원 / 2022-04-03 21:11:59
"제가 먼저 미쳐야죠." 경기 전 KB손해보험 주장 김홍정이 한 말이었다. 김홍정은 이 약속을 결국 지켰다.
후인정 감독이 지휘하는 KB손해보험은 3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3-25, 25-17, 25-19, 25-15)로 승리하며 창단 후 최초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KB손해보험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트리플크라운(후위 13개, 블로킹 3개, 서브 3개)를 만든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의 활약도 빛났지만, 이 선수의 활약을 빼놓고 KB손해보험의 승리를 논할 수 없다. 바로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홍정이다. 김홍정은 블로킹 5개 포함 7점을 올렸다.
경기 전 후인정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들어온 김홍정은 이런 말을 남겼다. "어릴 때 포스트시즌 경험을 많이 해봤다. 선배들이 했던 행동을 많이 생각했다. 모든 선수들이랑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를 임하는 게 중요하다. 무게 잡고 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나서서 미쳐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KB손해보험은 1세트를 끌려갔다. 케이타와 김정호가 각각 5점, 4점을 기록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나온 범실과 어이없는 공격 범실로 아쉬움을 남겼다.
후인정 감독은 분위기 변화를 위해 양희준을 빼고 김홍정을 2세트에 기용했다. 김홍정 투입은 대성공이었다. 김홍정은 2세트에만 블로킹 세 개를 잡아내며 자신의 말처럼 '미친' 활약을 보여줬다.
김홍정의 활약은 계속됐다. 3세트에도 김홍정은 펄펄 날았다. 이번에도 높이에서 힘을 보여줬다. 16-13에서 박철우, 20-18에서 서재덕의 공격을 모두 완벽하게 잡아냈다. 또한 7-8에서 이날 첫 속공 득점을 올린 김홍정은 3세트를 끝내는 속공 득점도 올리며 경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4세트에도 김홍정은 중앙을 든든히 지켰고, 김정호의 마지막 득점이 나오자 선수들과 얼싸 안으며 환호했다.
"내가 먼저 나서서 미쳐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김홍정이었다.
김홍정은 2009년 수련선수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드래프트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성실함과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선수다. 삼성화재에서 두 차례 우승을 경험한 바 있지만, 그때는 주축 선수가 아니었다.
이제는 팀의 주장으로서, 베테랑으로서 우승을 함께 하고자 한다.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KB손해보험은 이제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이라는 역사에 도전한다. 주장 김홍정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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