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싸움 압도한 흥국생명, 홈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하다[스파이크노트]
- 여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2-10-25 20:32:48
흥국생명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앞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상대의 노림수는 잘 막아내고, 과감한 선수기용은 성공시켰다. 결과는 당연히 따라올 뿐이었다.
흥국생명은 2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25-16, 25-16, 25-16)으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 출전한 김다은이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인 14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한 시즌만에 V-리그 복귀전을 가진 김연경 역시 18점을 올렸다.
페퍼저축은행은 니아 리드가 9점으로 분전했으나, 아직까지 세터 이고은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았다. ‘슈퍼 루키’ 염어르헝은 교체 투입으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프로 첫 득점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이날 흥국생명은 상대의 노림수는 막아내고, 자신들의 과감한 선수기용은 성공시켜 전술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페퍼저축은행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목적타를 넣었고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같은 어려움을 겪은 양 팀의 아웃사이드 히터들이었다. 리시브 불안을 노출한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공격에서 얼마나 이를 만회하느냐가 경기 흐름의 핵심이었다. 첫 경기부터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 출전한 김다은은 수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투입 이유를 증명했다.
날카로웠던 페퍼저축은행의 노림수, 결실을 맺지 못하다
페퍼저축은행은 1세트부터 두 가지의 서브 패턴으로 흥국생명의 공격 패턴을 단순화시키고자 했다. 먼저 전위에 짧게 떨어지는 서브로 전위 블로커들의 리시브에 참여시키며 속공을 억제하고자 했다. 서채원은 이 전략으로 이주아를 공략해 4-2로 앞서가는 서브 에이스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대부분의 서브가 김다은에게 향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 적응 중인 김다은의 리시브는 아직까지는 완성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김다은의 리시브가 부정확한 상황에서는 다채로운 패턴 플레이를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패턴을 단순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단순화된 패턴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는 것이 필요했지만, 이는 두 가지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먼저 흥국생명에는 김연경과 옐레나가 있었다. 김연경과 옐레나의 높이와 개인기는 불안한 리시브 이후 올라오는 공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2세트 16-13으로 앞선 상황에서 나온 김연경의 여유로운 페인트 득점은 공을 가리지 않고 개인 기량으로 점수를 만들어 낸 대표적 장면이었다.
여기에 흥국생명 공격수들에 비해 높이가 낮은 페퍼저축은행의 사이드 블로킹이 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염어르헝을 전위에 교체 투입하면서 높이 보강을 꾀했지만,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다. 부상으로 이탈한 하혜진의 부재가 뼈아픈 부분이었다. 흥국생명은 페퍼저축은행의 노림수를 공격수들의 피지컬과 개인 능력으로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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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대상’ 김다은과 박경현의 엇갈린 희비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김다은은 페퍼저축은행의 목적타 세례를 받았다. 반면 페퍼저축은행 쪽에서는 박경현이 흥국생명의 목적타 폭격에 진땀을 흘렸다. 두 선수는 리시브는 물론 각자의 팀에서 공격수로도 활약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었다. 단순하게는 두 선수 중 누가 수비로 잃은 점수 이상을 공격으로 만드느냐가 경기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었던 것이다.
두 선수 모두 리시브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1세트부터 두 선수는 나란히 20%대의 저조한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김다은 20%, 박경현 22.22%). 그러나 공격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1세트 김다은이 54.55%의 공격 효율로 팀 내 최다인 7점을 기록하며 날아오른 반면, 박경현은 25%의 공격 효율과 2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 3세트에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김다은은 여전히 리시브 불안을 노출하면서도, 공격 상황에서는 상대 블로커가 몇 명이 올라오든 과감한 공격을 구사했다. 2세트 20-14로 앞선 상황에서 나온 기나긴 랠리를 끝내는 김다은의 오픈 득점은 이날 김다은의 공격력을 압축해서 보여줬다.
김다은은 48%의 공격 성공률로 14점을 올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반면 박경현은 이날 3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공격 성공률 역시 13.64%로 저조했다. 리시브 불안이 전체적인 경기력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같은 상황에 놓인 양 팀이었지만, 두 선수가 제출한 손익계산서의 내역은 차이가 컸다. 결국 흥국생명이 깔끔한 3-0 승리를 챙겼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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