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승’ KB손해보험, 잘되는 팀의 배구란 이런 것 [스파이크노트]
- 남자프로배구 / 장충/김희수 / 2022-11-03 20:44:12
어렵게 시작한 세트에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역전을 일궈냈고, 팀의 에이스는 필요할 때마다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잘되는 팀’의 배구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KB손해보험이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1라운드 우리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3, 25-20, 26-24)으로 완파하고 3연승을 달렸다. 니콜라 멜라냑(등록명 니콜라)의 활약이 눈부셨다. 32점(공격 성공률 77.78%)을 올리며 해결사 본능을 과시했다. 황택의는 1세트부터 자유자재로 토스를 분배하며 우리카드 블로커들과 수싸움에서 앞섰다.
우리카드는 레오 안드리치(등록명 안드리치)가 14점, 나경복이 11점을 올렸고 송희채가 3연속 서브 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안드리치의 오픈 공격 결정력 부재로 인해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단 한 번의 기회면 충분했던 KB손해보험의 1세트
KB손해보험은 1세트를 불안하게 출발했다. 시작하자마자 나경복에게 서브 득점을 허용했고, 니콜라의 공격이 안테나에 걸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으며 4-8까지 끌려갔다. 황택의는 속공과 백어택 공격을 적극 활용하며 중앙에서 활로를 찾아보려 했지만, 초반에 벌어진 격차가 컸던 탓에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끈질기게 우리카드를 추격했다. 니콜라의 타점 높은 공격과 홍상혁의 빠른 공격을 앞세워 1~2점 차를 계속 유지했다. 그러던 KB손해보험에게 단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우리카드의 원 포인트 서버 정성규의 서브 범실로 21-21 동점이 된 상황, 황택의가 서브 라인에 들어섰다. 황택의는 강력한 서브로 오재성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네트를 넘어온 공을 한성정이 가볍게 우리카드의 코트로 밀어 넣으며 23-22 역전에 성공했다. 1세트에서 KB손해보험이 리드를 잡은 첫 순간이었다.
KB손해보험은 처음 잡은 리드를 끝까지 밀고 나갔다. 황택의는 재차 강한 서브를 구사하며 나경복의 공격 범실을 유도했고, 니콜라는 우리카드의 3인 블로킹을 힘으로 뚫고 25-23으로 1세트를 마무리 지었다. KB손해보험이 1세트를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기회면 충분했다.
똑같은 무기, 달랐던 대처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은 모두 강한 서브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팀이다. 우리카드는 안드리치와 나경복을 필두로 정성규, 김완종 등의 원 포인트 서버들까지 강력한 서브를 구사한다. KB손해보험은 황택의와 김정호가 날카로운 서브를 구사하며, 니콜라 역시 서브에서 점점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양 팀은 각자의 무기인 강서브로 상대를 공략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받아치는지의 차이가 이날의 승부를 결정했다.
KB손해보험은 우리카드의 강서브에도 차분하게 다양한 세트 플레이를 구사했다. 박진우와 김홍정의 속공을 적재적소에 활용했고, 홍상혁과 한성정의 중앙 백어택 공격도 필요한 순간마다 터져 나왔다. 리시브가 심하게 흔들려서 세트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니콜라가 해결사로 나섰다. 2명 이상의 블로커가 따라오는 오픈 상황에서도 망설임 없는 공격을 성공시킨 뒤 포효했다. 니콜라는 강타뿐만 아니라 연타까지 블로커를 보고 밀어 때리는 등의 기술적인 공격들까지 선보였다.
반면 우리카드는 KB손해보험의 강서브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특히 강서브로 인해 나오는 오픈 상황에서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힘 있는 서브를 구사하고, 김정호와 배상진이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서는 KB손해보험의 서브 라인은 우리카드를 계속해서 오픈 상황으로 몰아갔다. 2세트 18-14 상황에서 황택의의 서브가 우리카드의 리시브를 흔들자, 오픈 상황에 놓인 안드리치가 KB손해보험의 3인 블로킹에 부담을 느끼고 네트조차 넘기지 못한 상황은 이날 우리카드의 오픈 결정력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줬다. 안드리치는 2세트 자신에게 온 6번의 오픈 중 단 1번만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4번 중 3번을 득점으로 연결한 니콜라와 대조되는 지점이었다.
3세트, 빛바랜 송희채의 활약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송희채의 3세트 맹활약은 장충체육관을 뜨겁게 달궜다. 4-6으로 뒤진 상황에서 서브 라인에 들어선 송희채는 강력한 서브로 한성정의 리시브를 흔들어 홍상혁의 범실을 유도했다. 우리카드는 점수 차를 5-6 1점 차까지 좁히며 추격에 나섰다.
송희채의 진짜 ‘쇼 타임’은 그 이후에 시작됐다. 송희채는 폭발적인 서브를 연달아 세 차례나 KB손해보험의 코트에 내리 꽂았다. 파워는 물론 코스도 자유자재로 공략하며 홍상혁과 한성정의 리시브를 번갈아 무너뜨렸다. 앞선 세트들을 내주며 다소 쳐져 있던 우리카드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뜨겁게 타올랐다. 송희채는 서브로만 8-6을 만들며 우리카드에 기분 좋은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선사했다.
그러나 송희채의 활약은 우리카드의 승리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17-17 동점 상황에서 또 한 번 서브 라인에 들어선 송희채 역시 다소 부담을 느낀 듯 범실을 저질렀다. 우리카드의 오픈 결정력 부재 문제는 3세트에도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반면 KB손해보험은 니콜라가 여전히 펄펄 날아다니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송희채 혼자 힘으로는 우리카드를 구해낼 수 없었다.
사진_장충/박상혁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