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간절함이 더 컸던 경기 [스파이크노트]

여자프로배구 / 광주/김희수 / 2022-11-12 18: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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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모두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기분 좋은 1라운드 마무리가 필요했다. 이날만큼은 IBK기업은행의 간절함이 조금 더 컸다.

 

IBK기업은행이 12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18, 25-20, 19-25, 25-21)로 꺾고 시즌 2승째를 신고했다. 표승주가 17점, 육서영이 15점, 달리 산타나(등록명 산타나)가 12점을 올리며 고른 활약을 했다. 김수지 역시 블로킹 3개 포함 12점을 올리며 중앙에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페퍼저축은행은 니아 리드(등록명 니아 리드)가 17점으로 분전했고, 박은서가 3세트 7연속 서브를 구사하며 활약했지만 승리에는 이르지 못했다.

 

미들블로커가 살아나니, 김하경도 흥이 났다
1세트 초반 양 팀의 수비 집중력 차이가 점수 차로 연결됐다. IBK기업은행이 신연경과 육서영의 연이은 디그를 앞세워 페퍼저축은행의 공세를 막아낸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유효 블로킹 이후 이어지는 세컨드 볼 상황에서의 수비 집중력이 아쉬웠다. 상대가 흔들리는 사이 IBK기업은행은 김수지와 김현정의 블로킹을 앞세워 3-7까지 앞서갔다.

IBK기업은행의 블로킹 벽은 계속해서 페퍼저축은행을 괴롭혔다. 11-7에서는 김수지가, 15-9에서는 육서영이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올렸다. 김수지는 육서영의 블로킹에도 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이에 비해 페퍼저축은행의 블로커들은 표승주, 육서영, 산타나의 퀵오픈을 좀처럼 따라다니지 못했다. 11-18로 7점 뒤진 상황에서 니아 리드의 오픈 공격마저 김현정의 블로킹에 가로막히며 점수 차는 계속해서 벌어졌다.

미들블로커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자, 김하경의 경기 운영이 탄력을 받았다. 페퍼저축은행의 블로커들을 계속해서 따돌리며 착실히 점수를 쌓았다. 페퍼저축은행도 박사랑으로 세터를 교체하며 대응을 시도했지만, 든든한 리드를 안은 김하경의 경기 운영은 갈수록 여유로워졌다. 김현정의 이동 공격과 산타나의 퀵오픈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24-15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다. 페퍼저축은행이 니아 리드와 박경현의 득점으로 뒤늦게 추격했지만, 결국 육서영의 퀵오픈 득점으로 1세트가 끝났다. 25-18, IBK기업은행의 승리였다.


보이지 않는 범실이 앗아간 페퍼저축은행의 자신감
페퍼저축은행은 이한비의 연속 득점으로 기분 좋은 2-0 출발을 알렸지만, 여전히 수비 상황에서의 집중력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4-4 상황에서 육서영의 오픈 공격이 최가은의 블로킹을 맞고 길게 튀었지만 디그를 만들지 못한 장면과, 5-6 상황에서 산타나의 오픈 공격을 이한비가 디그했지만 후속 처리에 실패한 장면이 이날 페퍼저축은행의 수비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줬다. 범실로 기록이 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범실이나 다름없는 플레이들이었다. 여기에 최가은의 이동 공격까지 범실로 연결되며 IBK기업은행이 8-5로 초반 리드를 잡았다.

수비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범실들이 누적되자, 페퍼저축은행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9-12로 뒤진 상황에서 산타나의 서브를 문슬기가 리시브했지만, 평범한 후속 처리를 아무도 하지 못하며 어이없게 실점했다. 코트 위 선수들 중 누구도 발을 떼지 못했을 정도로, 선수들의 자신감과 적극성이 떨어진 것이 느껴졌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미들블로커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김현정은 블로킹과 속공에서, 김수지는 이동 공격과 2단 연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IBK기업은행은 16-13으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역시 앞선 채 맞이했다.

세트 후반, 오히려 IBK기업은행의 수비 집중력이 빛났다. 김하경은 김희진이 디그한 공을 온몸을 던져 산타나에 연결하며 득점을 만들었고, 신연경은 박은서의 패스 페인트를 빠른 반응 속도로 건져 올렸다. 페퍼저축은행은 니아 리드와 이한비가 공격에서 분전했지만, IBK기업은행의 촘촘한 수비에 좀처럼 연속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IBK기업은행은 24-20 세트 포인트에서도 산타나가 최가은의 속공을 디그한 것이 김희진의 백어택 득점으로 연결되며 2세트를 가져갔다. 김호철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 내용대로, 수비가 2세트의 승패를 갈랐다.

위기에서 폭발한 박은서의 서브
3세트, 벼랑 끝에 몰린 페퍼저축은행이 힘을 냈다. 니아 리드의 공격과 블로킹 득점, 박은서의 퀵오픈과 서브 득점을 앞세워 6-3으로 앞서갔다. 박은서의 서브 득점은 양 팀 통틀어 이날 경기의 첫 서브 득점이었다. 기세가 오른 박은서는 또 하나의 서브 득점을 올리며 8-3을 만들었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이 처음으로 앞선 채 맞이한 테크니컬 타임아웃이었다. 타임아웃 이후에도 박은서의 서브 차례는 끝날 줄을 몰랐다. 최정민의 이동 공격을 이한비가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9-3이 된 상황, 박은서가 2연속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11-3을 만들었다. 박은서의 서브 행진은 7번째 서브가 돼서야 범실로 마무리됐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김하경이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추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에 김호철 감독은 김하경을 김윤우로, 산타나를 박민지로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다. 교체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한비의 범실에 박민지의 서브 득점과 김수지의 재치 있는 득점을 묶어 9-13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10-14에서 김윤우가 니아 리드의 나가는 공격을 피하지 못했고, 곧바로 표승주의 공격 범실까지 이어지며 점수 차는 다시 10-16까지 벌어졌다. 

 

IBK기업은행의 범실은 세트 후반에도 연달아 터져 나왔다. 최정민의 다이렉트 공격과 육서영의 백어택이 모두 라인 밖으로 떨어졌다. 표승주도 페퍼저축은행 블로커들의 집중 견제 속에 앞선 세트와 같은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가은이 박민지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20-13으로 20점 고지에 선착했다. 이후에는 이한비가 노련한 공격으로 점수를 쌓아올렸고, 서채원이 속공으로 3세트의 마침표를 찍었다. 페퍼저축은행의 25-19 승리였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은 IBK기업은행
일격을 당한 IBK기업은행은 표승주를 앞세워 초반 리드를 잡았다. 표승주의 무난하게 3단 처리로 내주지 않고 공격적으로 넘기려는 시도는 득점으로 연결되며 좋은 흐름을 만들었다. IBK기업은행은 김현정의 다이렉트 득점과 김하경의 블로킹까지 나오며 8-5로 앞서나갔다. 페퍼저축은행은 6-8 상황에서 3세트의 영웅이었던 박은서의 서브 차례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IBK기업은행이 산타나의 퀵오픈으로 박은서의 서브를 한 번에 끊는 데 성공했다.

10-6으로 앞서가던 IBK기업은행은 또 다시 범실에 발목을 잡히며 흔들렸다. 김현정의 서브 범실에 이어 산타나와 육서영의 공격 범실까지 나오며 순식간에 10-9 1점 차까지 쫓겼다. 상대의 범실로 기회를 잡은 페퍼저축은행은 이은지의 서브 득점으로 10-10 동점을 만들었고, 급기야 산타나의 공격 범실이 재차 나오면서 11-10 역전에 성공했다. 이한비의 오픈 공격 득점까지 나오며 11-13이 되자, 김호철 감독은 이번에는 세터를 이솔아로 교체했다. 이솔아 투입 후 IBK기업은행은 흐름을 되찾았다. 산타나의 서브 득점과 김수지의 득점이 연이어 나오며 14-13 역전에 성공했다. 이솔아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 뒤 다시 김하경과 교대되어 코트를 빠져나왔다. 이후 치열한 1점 싸움이 전개됐고, IBK기업은행이 16-15로 먼저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도달했다.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 IBK기업은행은 다시 힘을 냈다. 표승주와 산타나를 앞세워 연속 득점을 올렸다. 후반부는 김하경의 활약이 돋보엿다. 김하경은 19-17에서 산타나의 다소 길게 올라온 리시브를 패스 페인트 득점으로 연결하며 팀의 20점째를 만들었다. 21-18에서는 서브 득점까지 기록하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고은의 서브 차례에 연속 득점을 올리며 20-22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김수지와 김현정의 활약으로 리드를 지키며 4세트 승리에 도달했다. 25-21, IBK기업은행의 승리였다.

사진_광주/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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