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1승의 길’ 한국전력, 풀세트 혈전 끝 현대캐피탈 제압[도드람컵]
- 남자프로배구 / 순천/김희수 / 2022-08-23 18:01:24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던 1패 팀들 간의 경기였다. 치열한 경기 끝에 승리를 따내며 희망을 이어간 쪽은 한국전력이었다.
23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이하 도드람컵) A조 경기에서 한국전력이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2(15-25, 25-19, 25-15, 18-25, 15-10)로 꺾고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서재덕이 23점(공격 성공률 51.28%)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김지한이 15점(66.66%)으로 뒤를 받쳤다. 현대캐피탈은 홍동선이 22점(48.78%)으로 분전했지만, 26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2패라는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였다.
양팀의 선발 라인업은 첫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허벅지 통증이 있는 신영석을 대신해 조근호가 선발 출전했고, 현대캐피탈은 KB손해보험전과 동일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1세트 초반 김명관의 서브가 한국전력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1-1 상황에서 서브 라인에 들어선 김명관은 강약 조절을 섞어가며 효과적인 서브를 구사했다. 이에 한국전력의 공격 루트가 단조로워졌고, 현대캐피탈이 유효 블로킹과 디그를 연달아 만들어내며 5-1로 세트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한국전력은 박철우가 날개에서 좋은 공격 컨디션을 보였지만, 반대쪽 날개와 중앙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며 고전했다.
점수 차가 6-12까지 벌어지자,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세터를 김광국에서 황동일로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점수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현대캐피탈이 16-10으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까지 리드를 지켰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후반 함형진의 서브 에이스와 송원근의 블로킹까지 나오면서 23-13으로 분위기를 완벽히 가져왔다. 현대캐피탈의 24-15 세트 포인트에서 임성진의 서브 범실이 나오면서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따냈다.
1세트를 내준 한국전력이 2세트 대대적인 전술 변화를 감행했다. 박철우를 빼고 서재덕을 아포짓 자리에 기용했다. 임성진과 김지한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섰다. 미들블로커 자리에도 박찬웅을 투입했다. 박찬웅은 투입되자마자 정태준의 속공을 가로막는 블로킹으로 팀의 첫 득점을 책임졌다. 뒤이어 서재덕까지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한국전력이 기세를 올렸다. 블로킹 득점이 없었던 1세트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성공적인 전술 변화에 힘입어 한국전력이 8-7로 먼저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도달했다.
2세트 중반은 김지한의 시간이었다. 김지한은 11-10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 1개를 포함해 연달아 강서브를 구사하며 한국전력의 4연속 득점을 이끌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전력은 서재덕의 공격까지 불을 뿜으며 17-12로 여유 있게 앞서나갔다. 현대캐피탈은 홍동선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1세트에 비해 효과적인 서브를 구사하지 못하며 좀처럼 연속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좋은 기세를 이어간 한국전력이 임성진의 득점과 함께 2세트를 25-19로 가져왔다.
한국전력은 2세트에 준 변화를 3세트에도 이어갔다. 3세트가 시작하자마자 임성진이 맹활약을 펼쳤다. 임성진은 2개의 블로킹과 공격 1득점으로 한국전력의 세트 초반 리드를 책임졌다. 한국전력이 4-2로 앞서나가자,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허수봉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한국전력 리시브 라인은 허수봉의 까다로운 서브를 한 번에 사이드 아웃시켰고, 서재덕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7-3으로 점수 차를 더 벌렸다. 다소 잠잠하던 조근호까지 속공 득점까지 나왔다. 한국전력이 8-5로 세트 초반 기세를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김지한의 강서브에도, 김광국의 플로터 서브에도 흔들렸다. 불안한 리시브로 인해 현대캐피탈의 공격 패턴은 한국전력의 블로커들에게 읽혔다. 송원근의 속공과 허수봉의 오픈이 모두 블로킹에 막혔다. 8-16 더블 스코어로 끌려가면서 위기에 처한 현대캐피탈은 전광인까지 투입하며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그럼에도 점수 차가 줄지 않자, 결국 최 감독은 허수봉과 전광인을 다시 홍동선과 김선호로 교체했다. 사실상 4세트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경기를 펼친 한국전력은 김지한의 시간차 공격으로 3세트를 25-15로 따냈다.
4세트 벼랑 끝에 선 현대캐피탈은 베테랑 최민호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최민호는 노련한 공격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며 다소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홍동선과 김선호도 각각 공격과 수비에서 제몫을 해내며 현대캐피탈이 10-6 리드를 잡았다. 한국전력은 네트 터치·후위 공격자 반칙 등의 범실을 저지르면서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17-12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한국전력을 압박했다.
현대캐피탈이 베테랑 투입을 통해 재미를 봤듯, 한국전력도 서재덕을 빼고 박철우를 다시 투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흐름을 탄 현대캐피탈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송원근·홍동선·함형진이 돌아가며 득점을 올리면서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던 임성진도 공수 양면에서 급격하게 흔들리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실점 장면은 4세트 한국전력의 아쉬운 경기력을 요약해서 보여줬다. 18-24로 세트 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홍동선의 서브가 임성진을 향했고, 임성진이 위로 띄운 볼을 아무도 쫓지 않으면서 그대로 4세트가 끝났다. 25-18로 현대캐피탈이 4세트를 가져오며 경기는 5세트로 향했다.
모든 것이 걸린 5세트, 양 팀 선수들 모두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임성진과 김선호가 나란히 공격 범실을 저질렀다. 팽팽하던 초반 흐름은 박찬웅의 서브 에이스와 함께 한국전력에게 넘어왔다. 현대캐피탈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어서 최민호의 속공이 범실이 되면서 한국전력이 5-3 리드를 잡았다.
5세트의 가장 결정적인 득점은 김지한의 몫이었다. 9-6으로 한국전력이 앞선 상황, 황동일이 어렵게 디그한 공이 애매하게 중앙을 향했다. 김지한은 현대캐피탈 코트의 빈 곳을 정확하게 노린 푸쉬를 시도했고, 이 시도가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전력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뒤이어 박찬웅의 블로킹과 황동일의 서브 에이스까지 나오면서 한국전력이 12-6으로 승기를 잡았다. 8-13으로 뒤진 현대캐피탈은 허수봉과 전광인을 투입하며 마지막 추격의 고삐를 당겨봤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14-10 매치포인트에서 서재덕의 득점이 나오며 경기가 종료됐다. 한국전력이 대회 첫 승을 따냈다.
사진_순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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