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VNL 승격, 패배 속 가능성 찾은 ‘젊은 OH 라인’ [챌린저컵]
- 국제대회 / 잠실/김하림 기자 / 2022-07-30 17:33:02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의 VNL 승격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희망을 발견했다.
한국은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 튀르키예와 준결승에서 세트스코어 0-3(24-26, 21-25, 22-25)으로 패했다.
허수봉(현대캐피탈)이 23점, 나경복(우리카드)이 11점을 올렸지만 튀르키예의 높은 벽에 고전했다. 튀르키예는 이번 경기에서 12개의 블로킹을 잡아낸 반면 한국은 3개에 그쳤다.
준결승에서 패한 한국은 결승 진출뿐만 아니라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진출도 무산됐다. VNL 승격은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지만, 패배 속 얻은 수확도 있었다.
아웃사이드 히터에 젊은 선수들이 본인의 존재감들 드러냈다. 한국 남자대표팀의 아웃사이드 히터하면 전광인(현대캐피탈), 정지석과 곽승석(이하 대한항공)을 먼저 떠올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챌린저컵에 앞서 정지석은 징계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고, 전광인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전 호주 경기와 더불어 이번 튀르키예 준결승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주전 라인업에 곽승석과 나경복가 자리했다.
나경복은 리시브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아웃사이드 히터의 새로운 주전으로 거듭났다. 나경복은 이번 튀르키예 경기에서 허수봉에 이어 최다 득점인 10점을 올렸다.
왼쪽 날개가 흔들리게 되면 황경민(삼성화재)이 교체 카드로 나서 제 몫을 다했다. 황경민이 리시브에 집중하면 허수봉과 함께 나경복의 공격 활로가 가동됐다. 한선수 역시 양쪽 원투펀치를 활용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황경민은 팀에서 가장 많은 20번의 리시브 시도를 가져갔다. 공격에서도 알토란 활약을 보여주며 왼쪽 날개 한 축을 담당했다.
임도헌 감독 역시 "경복이랑 경민이가 이번이 국제 무대가 처음이다. 그럼에도 경복이는 주전으로, 경민이는 모든 면에서 안정적으로 잘해줬다"라고 칭찬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뿐만 아니라 아포짓에도 젊은 선수가 두각을 드러냈다. 챌린저컵의 가장 큰 수확은 아포짓 스파이커 허수봉(현대캐피탈)이라고 할 수 있다. 토종 아포짓의 활약은 반갑기만 하다.
허수봉은 호주 경기에 이어 이번 튀르키예 경기까지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확실한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공격뿐만 아니라 중요한 순간마다 서브와 블로킹으로 점수를 쌓으며 해결사 역할을 나섰다. 튀르키예 준결승 경기에서도 양 팀 최다 득점인 21점을 터트렸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경민(현대캐피탈) 역시 종종 코트를 밟으며 리베로 역할을 수행했다. 오랜 시간 익숙한 얼굴이 자리했던 국가대표 라인업에 새로운 얼굴들이 하나씩 비지는 것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다. 신구조화를 통해 점차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는 남자 국가대표팀에겐 청신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2세트 튀르키예의 라굼지야는 황경민과 나경복을 번갈아 가면서 서브로 괴롭혔다. 두 선수 모두 한 자리에서 크게 고전하자 곽승석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코트를 다시 밟았다. 국제무대 경험을 아직 더 많이 쌓을 필요성이 보여진 대목이었다.
지난 호주 경기에 비해 중앙 속공 활용도 떨어졌다. 중앙 활용 빈도가 떨어지고 측면 공격이 늘어나자 튀르키예 블로커들 역시 속공 견제 시도가 떨어졌다. 높은 벽을 자랑하는 튀르키예를 상대로 단순한 공격을 이어가자 쉽게 공격이 차단됐다. 반면 튀르키예는 중앙 속공 공격 비중이 높았고, 한국 블로커들이 준비하기도 전에 공격 득점을 올렸다.
신체적 조건에서 열세 속에서 튀르키예를 상대로 셧아웃으로 패했지만, 패배 속에서 교훈과 가능성을 얻었다. 이번 패배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길을 찾은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다.
사진_잠실/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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