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얼굴들’ 전·현직 V-리거, 세계선수권에 떴다[男세계선수권]
- 국제대회 / 김희수 / 2022-09-04 16:54:42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 남자대회에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V-리그를 통해 한국 팬들과 만났던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정을 마친 선수들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선수들도 있다.
세계선수권 토너먼트 라운드가 4일 시작됐다. 조별 예선을 통과한 16개 팀이 우승을 향한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친다. 첫날 펼쳐진 두 경기에서는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가 각각 독일과 쿠바를 세트 스코어 3-1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두 경기 모두 V-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을 찾아볼 수 있었다. 슬로베니아에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서 활약했던 미차 가스파리니가 있었다. 쿠바에는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 출신의 로버트랜디 시몬 아티스와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마이클 산체스가 있었다.
다가오는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 중에도 익숙한 이름들이 있다.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에서 활약했던 카일 러셀은 미국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미국은 5일 튀르키예와 맞붙는다. 6일 우크라이나와 격돌하는 네덜란드에는 타이스 덜 호스트가 속해 있다. 타이스는 삼성화재에서 뛰었으며 다가오는 시즌 한국전력에 합류할 예정이다. 5명의 전·현직 V-리거들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살펴봤다.
▲ 가스파리니·산체스·시몬, 희비 엇갈린 세 백전노장
V-리그를 호령하던 세 명의 선수들은 어느덧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 됐다. 가스파리니는 1984년생, 산체스와 시몬은 각각 1986, 1987년생이다. 세 선수가 속한 슬로베니아와 쿠바는 4일 나란히 토너먼트 라운드 경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상반됐다. 개최국 슬로베니아가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 독일을 꺾고 계속 나아가게 된 반면, 쿠바는 이탈리아에 패하면서 여정을 멈추게 됐다.
아포짓 포지션인 가스파리니와 산체스는 노쇠화로 인해 주전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두 선수 모두 1995년생의 톤첵 스턴과 헤수스 에레라 제이미에게 주전을 내줬다. 특히 가스파리니는 조별 예선 3경기와 독일과의 16강전 내내 코트를 밟지 못했다. 대신 작전 타임이나 세트 종료 후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주고 분위기를 독려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슬로베니아가 8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가스파리니의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남아 있다.
산체스는 브라질과의 조별 예선 경기에 교체로 출전해 블로킹 1득점 포함 4점을 올린 것이 유일한 출전 이력이다. 지난 FIVB 발리볼챌린저컵에 이어 또 한 번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수행한 산체스지만, 쿠바의 탈락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산체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반면 미들블로커인 시몬은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 챌린저컵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참여하지 못했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대회 내내 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조별 예선 3경기에서 블로킹 9득점, 서브 3득점 포함 41점을 올린 시몬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도 블로킹 2득점 포함 11점을 올렸다.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 ‘출격 대기’ 러셀과 타이스, 삼성화재·한국전력 팬들의 관심 집중!
아직 토너먼트 라운드 경기를 치르지 않은 러셀과 타이스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가 V-리그에서 속했거나 속할 팀이 겹친다는 것이다. 러셀은 2020-2021 V-리그에는 한국전력에서, 2021-2022 V-리그에는 삼성화재에서 활약했다. 반면 타이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시즌을 삼성화재에서 뛰었고, 다가오는 2022-2023 V-리그에서는 한국전력에서 뛸 예정이다. 두 팀의 팬들이라면 5일과 6일 치러질 미국-튀르키예와 네덜란드-우크라이나의 경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V-리그 연속 서브 에이스 기록 보유자인 러셀은 미국의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하고 있다. 러셀은 조별 예선 3경기에서 3점을 기록했는데, 모두 서브 에이스로 기록한 점수였다. 불가리아전에서 1득점, 폴란드전에서 2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폴란드전 1세트가 백미였다. 23-23에서 서브 라인에 선 러셀은 폴란드의 1번 자리를 노리는 날카로운 서브로 득점을 올린 뒤, 또 한 번의 강서브로 폴란드의 더블 컨택 범실을 유도하면서 세트를 가져오는 맹활약을 펼쳤다. 다가오는 튀르키예와의 16강전에서도 러셀의 서브는 미국의 비장의 무기가 될 예정이다.
타이스는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다. 이집트전 9점, 아르헨티나전 11점, 이란전 14점으로 조별 예선에서 총 34점을 올렸다. 타이스는 삼성화재 시절 강력한 공격력과 대비되는 불안한 서브가 약점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서브 역시 준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아르헨티나전 5세트에서는 네덜란드가 5-6으로 뒤진 상황에서 서버로 나서 서브 에이스 1득점 포함 8연속 서브를 구사했다. 원래도 타이스의 강점이었던 빠르고 높은 공격은 세계선수권에서도 여전했다. 네덜란드의 순항에 톡톡히 일조하고 있는 타이스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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