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력의 대한항공, 베테랑 한국전력 제압하고 명경기 만들다 [스파이크노트]
- 남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2-11-05 16:17:27
왜 대한항공이 패배가 없는지, 또 순위표의 최상단에 있는지를 증명한 경기였다. 한국전력 역시 패했지만 베테랑들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였다. 양 팀이 팬들에게 명경기를 선사했다.
대한항공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2(25-20, 18-25, 25-20, 13-25, 15-7)로 꺾었다.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이 26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한선수 역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어려운 경기를 가져오는데 일조했다. 한국전력은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서브 득점 7점 포함 32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5세트의 아쉬운 경기력으로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범실이 승패 가른 경기 초반
지난 시즌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은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기록을 살펴보면 공격, 블로킹, 서브, 리시브, 디그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대한항공의 우세였다. 한국전력이 우위에 선 기록은 단 하나, 범실 관리였다. 한국전력은 149개의 범실을 기록하며 204개의 대한항공보다 적은 범실을 기록했다. 20점 이후의 범실 역시 39개로 48개를 저지른 대한항공보다 적었다. 안정적인 범실 관리가 곧 호각세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달리 보면 범실 관리에 실패할 경우 한국전력의 승리 공식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1세트부터 한국전력은 범실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서재덕의 공격 범실이 시작이었다. 정지석의 까다로운 서브를 한 번에 끊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 아쉬운 범실이었다. 한국전력은 서재덕이 곧이어 찾아온 서브 차례에도 범실을 기록했고, 다음 차례였던 임성진 역시 서브 범실로 좀처럼 추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반면 임성진의 범실 이후 서브에 나선 링컨은 바로 득점을 올리며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대한항공이 범실 관리를 잘 해낸 반면, 한국전력은 타이스와 김주영이 서브 범실을 저지르고, 임성진이 네트터치로 점수를 헌납하는 등 범실 관리에 실패했다. 총 12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대한항공(6개)보다 두 배 많은 범실을 기록했다. 1세트의 마지막 실점도 박찬웅의 서브 범실이었다.
반면 2세트는 대한항공이 범실 관리에 실패했다. 대한항공은 타이스의 강서브에 흔들리며 2-8까지 벌어진 점수 차를 한선수와 정지석, 김규민의 활약으로 11-13까지 좁혔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난 범실이 역전의 걸림돌이 됐다. 특히 정지석과 정한용의 서브가 1점 차 추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범실로 이어진 게 아쉬웠다. 14-17 상황에서 나온 유광우의 오버네트 범실도 세트 중후반 추격을 어렵게 만드는 범실이었다. 2세트의 마지막 실점도 링컨의 범실이었다. 대한항공이 과정부터 결말까지 1세트의 한국전력이 드러낸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2세트 시작과 동시에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세터를 하승우에서 김광국으로 교체했고, 임성진과 박찬웅 대신 박철우와 조근호를 투입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타이스의 강서브에 흔들린 대한항공은 링컨에게 공을 올렸지만, 박철우와 조근호의 가세로 높아진 블로킹 벽에 부담을 느낀 링컨이 공격 범실을 저질렀다. 박철우는 득점을 올릴 때마다 크게 포효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9-4로 앞선 상황에서 나온 장지원의 디그를 박철우가 오픈 공격으로 마무리 짓는 장면은 베테랑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신영석 역시 19-14 상황에서 김민재의 속공을 가로막으며 노련미의 차이를 보여줬다. 장지원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30대였던 한국전력의 2세트 라인업은 코트 안에 안정감을 불어넣으며 2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대한항공 역시 만만치 않았다. 강팀답게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았다. 다소 잠잠하던 김민재가 중앙에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특유의 긴 체공 시간을 활용해 원하는 타이밍에 속공을 꽂아 넣었다. 링컨의 서브는 계속해서 한국전력의 리시버들을 괴롭혔고, 곽승석의 중앙 백어택까지 나오며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였다. 대한항공이 동점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자 한국전력의 공세가 다소 무뎌졌고, 대한항공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점수 차를 벌렸다. 14-11에서 어렵게 올라온 곽승석의 2단 연결을 링컨이 백어택으로 처리하면서, 대한항공의 분위기는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정지석은 16-12 상황에서 박철우의 백어택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포효했다. 여기에 한국전력의 서브 범실들까지 겹치며 대한항공은 3세트를 25-20으로 가져갔다.
권영민 감독의 선수 기용, 절반의 성공에 그치다
3세트를 내줬지만 권 감독은 4세트에도 베테랑 위주의 라인업을 유지했다. 이에 부응하듯 4세트 초반 역시 베테랑들의 맹활약이 계속됐다. 타이스의 서브 득점, 서재덕과 박철우의 오픈 공격, 조근호의 속공이 연달아 터지며 점수 차는 7-2까지 벌어졌다. 특히 타이스는 영점 조절을 끝냈다는 듯 연달아 강서브를 구사하며 대한항공의 리시브를 무너뜨렸다. 대한항공도 링컨과 김규민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 차가 너무 컸다. 유광우와 임동혁을 동반 투입하며 변화를 꾀한 시도도 여의치 않았다. 한국전력은 타이스의 5연속 서브 속에서 박철우의 개인 통산 950호 블로킹까지 터지며 4세트를 25-13으로 따냈다.
운명의 5세트, 한국전력은 계속해서 변화된 라인업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한항공이 먼저 기세를 올렸다. 정지석의 2연속 서브 득점으로 기분 좋게 5세트를 출발했다. 대한항공은 링컨의 공격과 블로킹이 불을 뿜으며 순식간에 7-1까지 앞서갔다. 링컨은 7-2 상황에서 타이스의 백어택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기분 좋은 코트 체인지를 만들었다. 대한항공은 여유로운 리드를 놓치지 않고 승기를 굳혔다. 김민재의 좋은 활약도 계속 이어졌다. 반면 한국전력의 베테랑들은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15-7로 5세트는 대한항공의 승리였다. 권 감독의 교체 카드는 성공적이었지만, 승리까지는 한 걸음이 모자랐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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