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키워드로 돌아본 세계선수권 조별 예선[男세계선수권]

국제대회 / 김희수 / 2022-09-03 15: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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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세계선수권의 조별 예선이 마무리됐다. 지난 8월 26일 브라질과 쿠바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7일간 펼쳐진 열전 속에서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할 16개의 팀이 결정됐다.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한 팀들은 3일까지 재정비를 거친 뒤 4일부터 우승 트로피를 향한 한판 승부를 펼친다. 3개의 키워드를 통해 조별 예선을 돌아봤다.

<FIVB 랭킹>
이변 없이 랭킹대로? ‘아웃라이어’ 네덜란드의 존재감


이번 조별 예선에서는 별다른 이변이 발생하지 않았다.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 팀은 물론, 개별 경기 결과에서도 충격적인 ‘업셋’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FIVB 랭킹의 변별력에 눈길이 간다. F조를 제외한 5개의 조에서 1~4위의 순위가 FIVB 랭킹(9월 3일 기준) 순서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물론 FIVB 랭킹이 랭킹 포인트가 걸린 경기 결과를 빠르게 반영하는 만큼, 경기 결과에 의한 막바지 랭킹 변동이 있었던 것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의 조 중 5개의 조에서 순위와 랭킹 순서가 동일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개별 경기 결과는 더욱 FIVB 랭킹에 충실하게 나왔다. 조별 예선 기간에 열린 총 36경기에서, 랭킹이 더 높은 팀이 승리한 경기는 총 34경기였다. 비율로는 94.44%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랭킹이 높은 팀이 더 좋은 결과를 낼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94.44%라는 수치는 이번 조별 예선이 얼마나 랭킹이라는 ‘빅 데이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FIVB 랭킹대로 무난하게 흘러간 대회의 흐름을 역행한 ‘아웃라이어’가 존재한다. 바로 네덜란드다. FIVB 랭킹 12위인 네덜란드는 10위 아르헨티나와 8위 이란을 제치고 F조 1위를 차지했다. 36경기 중 랭킹이 낮은 팀이 높은 팀을 꺾은 단 두 경기 역시 모두 네덜란드의 경기였다. 8월 29일에는 아르헨티나를, 9월 1일에는 이란을 각각 3-2, 3-1로 꺾었다. 이번 대회의 유일한 ‘업셋 제조기’ 네덜란드의 상승세가 토너먼트 라운드에서도 이어질지 주목해볼만 하다. 네덜란드는 6일 랭킹 18위의 우크라이나와 8강 진출을 두고 맞붙는다.

<최하위>
씁쓸함만 남긴 중국, 유종의 미를 거둔 이집트



대회에 참여하는 모든 팀들은 좋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최하위를 기록하는 팀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조별 예선에서는 승점·세트 득실 등에 따라 3위 팀에도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지만, 최하위인 4위는 탈락을 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각 조 최하위로 처진 6개의 팀은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그러나 6개의 팀들이 모두 같은 표정으로 대회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

승점제로 진행된 조별 예선에서 승점을 1점도 획득하지 못한 팀은 총 4팀이었다. A조의 푸에르토리코, B조의 카타르, D조의 카메룬, E조의 중국이 그들이다. 이 중에서도 카메룬과 중국은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특히 중국의 부진은 예상 밖이었다. 중국은 세계선수권 직전 정예멤버를 총출동시킨 2022 아시아배구연맹(AVC) 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이 랭킹 포인트도 부여되지 않는 AVC컵에 굳이 1군을 출전시킨 이유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컨디션 점검 및 조직력 정비의 목적이 컸다.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세계선수권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그러나 정작 세계선수권에 와서는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AVC컵 출전은 오히려 체력 손실·전력 노출 등의 측면에서 손해만 발생한 판단이 됐다.

C조의 불가리아와 F조의 이집트도 조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위 4팀과 달리 승점 1점을 획득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특히 이집트는 조별 예선에서 가장 흥미로운 양상을 띈 F조의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집트는 최하위를 기록한 6개 팀 중 가장 많은 3개의 세트를 승리했다. 아시아의 강자 이란을 상대로 1세트를 따내더니, 아르헨티나와의 최종전에서는 2, 3세트를 내리 따내며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기도 했다. 뒷심 부족으로 2-3 역전패를 당하긴 했지만, 강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유감없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네덜란드가 만든 업셋과 이집트의 분전으로 F조는 2·3위 간의 승점 차가 가장 적은 ‘죽음의 조’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이집트의 여정은 막을 내렸지만, 이집트의 행보는 배구 팬들의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에이스>
네덜란드와 미국의 엇갈린 희비


모든 팀에는 각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각자의 팀에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에이스들이 있다. 네덜란드의 아포짓 니미르 압델-아지즈와 미국의 세터 미카 크리스텐슨이 대표적이다. 니미르와 크리스텐슨은 그들의 활약에 따라 팀의 승패가 결정될 정도로 팀 내에서 큰 비중을 가지는 선수들이다. 이번 조별 예선에서도 두 선수의 활약은 곧 팀의 성적으로 직결됐다.

니미르는 지난 2022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득점·경기당 득점·공격 득점·서브 득점 등 대부분의 공격 관련 지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별 예선에서도 니미르의 파괴력은 여전했다. 니미르는 조별 예선에서 득점(86점)·공격 득점(68점) 1위를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도 65.38%로 공격 득점 상위 20인 중 가장 높았다. 서브 득점도 10점으로 12점을 올린 우크라이나의 올레 플로트니츠키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니미르의 활약에 힘입어 네덜란드는 조별 예선에서 전승을 달리며 1위를 차지했다. F조 1위 네덜란드는 16강에서 우크라이나를 마주하게 된 반면 2위 이란은 세계선수권의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상대해야 한다. 니미르의 활약이 네덜란드에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

반면 미국의 에이스 크리스텐슨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전력에서 이탈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크리스텐슨은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크리스텐슨은 앞선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도 2세트 도중 교체되어 나가면서 팬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크리스텐슨 본인의 언급은 없었지만, 부상 또는 컨디션 난조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불가리아전 교체는 컨디션 관리 차원이라고 이해하더라도,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이었던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리베로로 등록된 것은 부상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백업 세터인 조슈아 투아니가를 대신 출전시켰지만, 크리스텐슨 없이 폴란드의 벽을 넘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1-3으로 패배하면서 미국은 C조 2위에 그쳤다. 미국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크리스텐슨의 복귀가 절실하다. 다가오는 튀르키예와의 16강에서 크리스텐슨이 어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설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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