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 or Go Home’ 드디어 시작된 토너먼트 라운드[女세계선수권]
- 국제대회 / 김희수 / 2022-10-11 15:25:46
이제부터 두 번의 기회는 없다. 패배하는 순간, 우승을 향한 여정은 중단된다. ‘Win or Go Home’, 잔인하면서도 흥미진진한 토너먼트 라운드가 시작됐다.
네덜란드와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세계선수권의 상위 라운드가 종료됐다. 치열한 경기 끝에 E조는 이탈리아·브라질·일본·중국, F조는 세르비아·미국·튀르키예·폴란드가 각각 1~4위를 차지하며 8강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했다. 살아남은 8개 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양보 없는 끝장 대결을 펼친다. 모든 경기가 조별 예선 또는 상위 라운드에서 맞붙은 팀들의 ‘리턴 매치’로 벌어지는 것이 특히 흥미롭다. 앞선 라운드와는 달리 이제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되지 않는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세계선수권이다.
▲이탈리아 VS 중국 – 에고누-리잉잉, 젊은 거포의 충돌(12일 0시, 네덜란드 아펠도른)
8일 로테르담에서 열린 상위 라운드 E조 경기에서 맞붙었던 이탈리아와 중국이 나흘 만에 다시 만난다. 당시에는 이탈리아가 중국을 세트 스코어 3-0(26-24, 25-16, 25-20)으로 완파했다. 중국은 이탈리아전 이후 벨기에와도 경기를 했지만, 이탈리아는 중국전이 상위 라운드 최종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2연전을 치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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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에는 향후 여자 배구를 이끌어갈 젊은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다. 1998년생인 이탈리아의 파올라 에고누와 2000년생인 중국의 리잉잉이다. 지난 맞대결에서는 에고누가 웃었다. 서브 2득점 포함 팀내 최다인 27점을 가록했다. 반면, 이전까지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던 리잉잉은 8득점에 그쳤다. 공격 성공률 역시 에고누가 58.54%-31.82%로 리잉잉을 압도했다. 에고누가 완벽하게 서열을 정리할 것인가, 아니면 리잉잉이 복수에 성공할 것인가. 젊은 거포들의 충돌이 흥미롭다.
▲ 미국 VS 튀르키예 – 튀르키예 리시버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12일 0시 30분, 폴란드 글리비체)
8일 우쯔에서 열린 상위 라운드 F조 경기에서는 미국이 튀르키예를 세트 스코어 3-1(25-21, 22-25, 25-20, 25-22)로 제압했다. 튀르키예는 공격 득점 55-49로 앞섰지만, 블로킹(10-15)·서브(5-9)·상대 범실(19-23)에서 모두 밀리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범실과 서브의 열세는 물론이고 리시브마저 흔들리면서 나온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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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리시브 문제는 기록으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튀르키예 선수 가운데 리시브 성공률이 가장 높은 선수는 리베로 세브넴 아코즈인데, 그마저도 17.36%에 불과하다. 팀 내에 리시브 성공률 20%를 넘기는 리시버가 한 명도 없다. 미국은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 서브 1위 안드레아 드류스와 6위 조르딘 폴터를 앞세운 강서브로 튀르키예를 흔들 것이다. 한 차례 곤욕을 치른 튀르키예의 리시버들은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까.
▲ 브라질 VS 일본 – 12일 만의 재대결, 결과는 바뀔 것인가(12일 3시, 네덜란드 아펠도른)
지난 9월 30일 아른헴에서 열린 조별 예선 D조 맞대결은 일본의 세트 스코어 3-1(25-22, 25-19, 17-25, 25-20) 승리로 끝났다. 주장 이노우에 아리사의 맹활약이 빛났다. 블로킹 3득점 포함 27점을 쓸어 담았다. 이노우에는 40.68%의 준수한 공격 성공률로 벨기에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등 일본의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반면 브라질은 주포 가비가 12점을 올렸지만 개인 범실 6개를 저지르며 다소 아쉬운 활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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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일본의 대결은 이번 토너먼트 라운드 경기 중 가장 긴 공백인 12일 만에 펼쳐지는 리턴 매치다. 앞선 경기의 승패는 참고자료일 뿐 예측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브라질은 일본전 패배 이후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기세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충분히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 과연 브라질이 12일 만의 재대결에서 결과를 바꾸는 데 성공할지, 아니면 일본이 또다시 브라질에게 아픔을 안겨줄지.
▲ 세르비아 VS 폴란드 – 외나무다리에서 재회한 다윗과 골리앗(12일 3시 30분, 폴란드 글리비체)
5일 우쯔에서 열린 상위 라운드 F조 경기는 세르비아의 세트 스코어 3-0(26-24, 25-22, 25-18) 완승이었다. 폴란드는 막달레나 스티시악-올리비아 로잔스키 듀오가 도합 31점으로 분전했지만, 현격한 전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공격 득점과 범실에서 모두 열세였다. 물론 폴란드뿐만 아니라 어떤 팀도 이번 대회의 세르비아를 상대하기는 버겁다. 유일한 전승 팀이다. 기세가 좋다. 조별 예선 불가리아전(3-2)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3-0으로 승리하는 괴물 같은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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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자 대표팀을 이끄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 당시, 마지막 상대가 바로 세르비아였다. 2020 도쿄 올림픽 3·4위전에서 한국과 세르비아는 동메달을 두고 맞붙었다. 티야나 보스코비치의 맹활약에 속절없는 우리 선수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폴란드를 이끌고 또 한 번 외나무다리에서 세르비아를 맞닥뜨렸다. 글리비체를 가득 메울 홈 팬에게 라바리니 감독과 폴란드 선수들은 승리를 안겨주고자 한다.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다윗’ 라바리니는 이번에야말로 ‘골리앗’ 세르비아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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