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PS 승리 챙긴 한국전력,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남자부결산③]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2-04-14 14: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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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덕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


한국전력은 2021-2022시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창단 첫 챔프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한국전력의 초반 스타트는 순조로웠다. 창단 첫 개막 2연승을 시작으로, 1라운드에 4승 2패를 기록하며 1위로 마무리했다. 한국전력이 1라운드를 1위로 마무리한 건 올 시즌이 처음이었다. 서재덕과 신영석, 박철우 등 베테랑 선수들의 노련미에 박찬웅, 임성진 등 젊은 피들의 패기가 조화를 이뤘다.

2라운드에도 4승 2패로 호성적을 거뒀지만, 3라운드부터 한국전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3라운드에 2승 4패를 거뒀지만, 4패 과정에서 승점을 단 1점도 획득하지 못했다. 3라운드에 획득한 승점은 고작 5점이었다.

1월, 4라운드 중반에 들어서자 한국전력의 순위는 1위에서 4위로 수직낙하했다. 이 당시 장병철 감독은 "드릴 말씀이 없다. 내 책임이 크다.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내는 게 내 일이기에 더 노력하겠다"라고 한숨을 내쉰 바 있다.

5라운드에도 2승 4패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때도 3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승점 5점 획득에 머무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5위에 머물렀고, 2016-2017시즌 이후 봄바람을 맛보고자 했던 한국전력의 꿈은 이뤄지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전력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브레이크 이후 상승세를 달리기 시작했다. 서재덕이 발목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도 있었지만, 기분 좋은 공재학의 커피 징크스와 함께 선수단이 하나가 되었다.

공재학은 5라운드 4번째 경기 KB손해보험전부터 커피를 쏘기 시작했는데, 커피를 쏜 날이면 팀이 좋은 흐름으로 경기를 치렀다. 한국전력은 공재학이 커피를 쐈던 8경기에서 7승 1패 호성적을 거뒀다.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던 봄배구 진출에도 조금씩 가까워졌고,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KB손해보험전에서 기적 같은 승점 3점을 획득하며 4위로 봄배구 막차를 탔다. 정규리그 막바지에 상승세를 탄 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데 있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시즌 후반 단행한 용병술이 통했다. 장병철 감독은 시즌 초반과는 다른 라인업을 시즌 후반에 세웠다. 황동일 대신 김광국, 박찬웅 대신 조근호를 넣었다. 김광국의 빠른 패스가 중앙 라인을 살리는 데 큰 효과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고, 이는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 김광국이 전위에 있을 때는 황동일을 넣으며 높이 승부수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여기에 다우디 오켈로(등록명 다우디)가 흔들릴 때는 박철우가 들어가 '특급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 특히 6라운드 대한항공전을 앞두고 다우디가 갑작스러운 치아 부상으로 빠졌지만, 박철우가 소방수 역할을 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만약 이 경기를 패했다면 한국전력의 봄배구도 힘들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맞은 준플레이오프 우리카드전.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온 우리카드전 8연패를 끊기 위해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흔들리는 오재성을 대신해 들어간 제2 리베로 이지석이 그야말로 미친 디그 실력을 보여줬다. 다우디가 흔들릴 때는 소방수 박철우를 넣어 효과를 봤다.  

 


결국 한국전력은 다우디의 마지막 득점과 함께 준플레이오프전 승리를 챙겼다. 창단 후 처음 맞은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KB손해보험에 패하며 그들의 시즌은 끝났으나, 모든 팬들은 한국전력이 보여준 저력과 집중력에 큰 박수를 보냈다.

한국전력 서재덕에게도 올 시즌은 의미가 있었다. 최근 본지와 전화 통화를 가진 그는 "아쉬움도 크지만, 잊지 못할 시즌이었다. 좋은 선수들과 재밌는 시즌을 보냈다"라고 이야기했다.

말을 이어간 서재덕은 "그래도 아쉬움이 크긴 크다. 조금 더 잘 해 챔프전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다음에 더 준비를 잘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군 전역 후 처음 맞은 시즌에서 팀의 봄배구를 이끈 서재덕. 공수 맹활약을 펼쳤다. "군대 갔다 오고 하니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라고 운을 뗀 서재덕은 "여유가 생겼다. 군대 가기 전에는 틀에 박힌 느낌이었다. 올 시즌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웃음), 확실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서재덕은 두 번째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다. 복수의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의 남고자 하는 마음도 크지만, 언제든 마음이 요동칠 수 있는 게 사람의 솔직한 속내다.

서재덕은 "아직은 모르겠다. 좋은 환경에서 배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은 정말 모르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재덕은 시즌 막판 발목 부상을 입었다. 원래 수술도 고려했었으나, 재활 치료를 통해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다 보니 비시즌 서재덕의 포커스는 발목 치료다. 서재덕은 "아직도 발목이 완벽하지 않다. 재활로 잘 버텼기에 다행이다. 일단은 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재덕은 "좋은 선수들하고 함께 해 좋았다. 구단에서도 지원을 잘 해줬다"라며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은데, 그게 참 마음대로 안 된다. 다음 시즌에는 준비 잘 하고, 한 번 더 기회를 잡아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아보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전력은 서재덕을 비롯해 황동일, 신영석이 FA 시장에 나왔다. 일단 집토끼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장병철 감독과 계약이 만료됐다. 재계약을 할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시몬도 군 입대 영장이 나오는 대로 국방의 의무를 해결하고자 잠시 팀을 떠난다.

FA 계약 및 감독 선임 상황에 따라 한국전력의 다음 시즌은 변화가 클 수도 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한국전력의 내일은 어떨까.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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