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속 삼성화재가 얻은 미래를 위한 초석 [남자부결산⑥]
- 남자프로배구 / 김하림 기자 / 2022-04-17 13:00:17
두 시즌 연속 순위권 하위에 머물렀지만, 삼성화재는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초석의 원료들을 찾을 수 있었다.
2021-2022시즌 초반 누구도 삼성화재가 강할 것이라는 예측은 쉽게 하지 못했다. 2020-2021시즌 6승 30패로 창단 이후 처음으로 순위권 최하위에 머물렀기 때문. 그래서 삼성화재는 시즌에 앞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리베로 박지훈을 내주고 대한항공에서 세터 황승빈을 받았다.
황승빈은 비록 이전 팀에선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국가대표 경력이 있을 정도의 즉시전력감이었다. 여기에 FA 계약으로 리베로 백광현을 영입하면서 부족했던 수비 보강에 나섰다.
하지만 2021 KOVO컵에 앞서 구단 내 코로나19 대규모 확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거의 모든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KOVO컵에선 ITC(국제이적동의서)도 발급되지 않아 외국인 선수도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삼성화재 선수들의 컵대회 출전 의지가 컸고, 최종적으로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훈련도 거의 제대로 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출전한 삼성화재는 3패로 대회를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는 고졸 얼리드래프티 출신 이하늘이라는 미래의 수확을 얻었다.
시즌을 맞이한 삼성화재. 팀은 ‘강서브’라는 팀 컬러를 장착한 채 장기 레이스에 돌입했다.
2020-2021시즌 서브에 강점은 있지만, 리시브에 어려움을 겪었던 윙스파이커 외인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을 지명해 붙박이 아포짓으로 자리 잡았다. 리시브에 대한 부담을 털어낸 그는 공격과 서브에만 집중했다.
러셀에 이어 정성규, 신장호, 김우진 등 강서브를 가진 선수들이 경기에 들어가면서 상대를 괴롭혔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1라운드 3연승을 내달리며 지난 시즌 절반의 승수를 채웠고, 달라진 삼성화재의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화재는 시즌 중간 5연패로 잠시 헤맸을 뿐만 아니라 동료를 하늘로 떠나보내는 슬픔도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4라운드 후반부터 삼성화재는 다시 분위기를 잡았다. 연승을 이어가며 봄배구 진출의 가능성을 키우던 찰나, 코로나19가 다시 삼성화재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구단안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재개된 이후 앞서 보여줬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14승 22패, 승점 44로 6위의 성적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록 봄배구엔 오르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보다 훨씬 많은 승수를 챙겼고 팀 컬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시즌 팀 서브 2위(세트 당 1.482개)로 시즌을 마쳤고 여기에 신장호, 정성규 등 어린 윙스파이커들의 성장, 황승빈의 재발견까지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러셀의 서브는 굉장했다. 지난 시즌에는 36경기 연속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던 러셀의 서브는 이번 시즌에도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전력과 5라운드 경기에서 8연속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한 세트 최다 서브 9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여기에 주전 세터 황승빈의 활약도 있었다. 데뷔 이후 풀타임으로 시즌을 치렀던 황승빈은 경기를 치를수록 확실하게 본인의 입지를 다졌다. “아직 젊다(웃음). 시즌 첫 풀타임 주전을 치러야 하기에 걱정도 많았지만, 못 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비록 시즌 후반 3경기엔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33경기 126세트에 출전해 삼성화재의 중심을 이끌었다. 그는 “많이 배우는 시즌이었다”하면서 “경기에서 선발로 나가는 게 재밌었다. ‘경기에서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걸 직접 해보는 게 배구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고희진 전 감독 역시 “이번 시즌의 제일 큰 수확은 황승빈이었다. 황승빈이 우리 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라고 엄지척을 세웠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계약이 만료된 고희진 감독과는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화재 5대 사령탑으론 김상우 감독이 낙점됐다.
김상우 감독은 “삼성화재는 전통 있는 팀인 만큼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어떻게든 잘 해야 하겠다는 마음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전통 있는 삼성화재의 명가 부활을 다지는 감상우 감독. 그는 “명가재건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트렌드에 맞게 분위기도 조성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들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고 팀의 확실한 컬러를 보여줬던 2021-2022시즌. 삼성화재는 성장을 발판으로 다음 시즌 ‘명가재건’을 향한 도약에 나선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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