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과 어린 선수들의 성장…OK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 [남자부결산⑤]
- 남자프로배구 / 김하림 기자 / 2022-04-16 13:00:09
정상을 바라봤지만, 5위에 그쳤던 2021-2022시즌. 그럼에도 OK금융그룹은 밝은 내일을 기대한다.
10.71%. OK금융그룹은 2021-2022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당시 낮은 확률을 뚫고 1순위의 행운을 안았다. 제일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던 석진욱 감독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테니스(등록명 레오)의 이름을 불렀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화재에 외국인 선수로 왕조를 이끌었던 ‘킹레오’. V-리그에서 굵직한 한 획을 그은 뒤에는 터키와 레바논, 중국, 아라에미리트 등 여러 나라에서 경험을 쌓았다.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한국. 레오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때 OK금융그룹에게 선택되면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석진욱 감독, 남균탁 통역, 오정대 트레이너 등 나를 잘 아는 분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OK금융그룹은 2021 KOVO컵 당시 ITC(국제이적동의서) 발급이 나오지 않아 레오 없이 경기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준우승을 기록했다. 리그에는 레오까지 가세하면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레오는 레오였다. 이번 시즌 득점 3위(870점), 공격 3위(성공률 54.48%), 서브 4위(세트당 0.5개)를 기록하며 본인의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3라운드 KB손해보험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발목 인대 손상으로 팀의 에이스가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을 당시 공백은 절실히 드러났다. OK금융그룹의 성적은 4라운드엔 7위까지 내려갔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선수가 있었다.
이젠 팀의 주전 윙스파이커로 자리 잡은 차지환. 시즌에 앞서 석진욱 감독이 “우리 팀은 차지환이 잘해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기대감을 드러냈던 바 있다.
수장의 기대에 차지환은 실력으로 증명했다. 모든 기록을 경신하면서 ‘커리어 하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다만 리시브에는 다소 불안한 역력을 보여줬지만 그럴 때마다 신인 박승수가 함께 힘을 보탰다.
이번 시즌 1라운드 5순위로 OK금융그룹의 유니폼을 입은 박승수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았다. 리시브 보강을 위해 교체로 자주 코트를 밟았고, 레오의 공백이 생겼을 땐 주전으로 나서며 활약했다. 박승수는 올 시즌 리시브 15위(33.03%)에 이름을 올렸고, 신인상 후보로 주목받았다.
레오가 부상에서 돌아온 후 전력을 되찾은 OK금융그룹. 분위기 반전을 위해 팀은 레오를 아포짓으로 포지션을 바꾸는 도전을 했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레오 역시 팀을 위해서라면 포지션 변경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 역시 “도전이었지만, 범실 없이 확실한 플레이만 하려고 노력했다. 평생 윙스파이커만 했는데 아포짓으로 한 건 처음이었지만, 점점 적응됐다”라고 했다.
5라운드부터 분위기를 상승과 함께 연승을 이어갔고 상위권 반등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면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 시즌 5위로 마무리한 OK금융그룹. 시즌 중간 에이스의 부재도 있었지만, 승점 관리도 아쉬웠다. 3위를 기록한 우리카드와 17승 19패로 같은 승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승점 59점, OK금융그룹은 44점으로 무려 15점 간격이 있었다.
비록 봄배구엔 오르지 못했지만 얻은 소득은 있었다. 윙스파이커 선수들의 성장과 베테랑 레오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석진욱 감독은 “우리 팀에서 차지환이 제일 많이 성장했고, 기복 없이 해줬다. 리시브도 좋아졌지만, 공격력이 좋아졌다. 성적이 낮아 활약이 묻히는 경우가 있었지만, 차지환 덕분에 팀이 올라갈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박승수의 다음 시즌은 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윙스파이커 한자리가 부족했는데 리시브를 잘 받쳐주면서 팀이 안정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차지환은 “레오가 경기 중간에 위기 상황이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느낌이 왔을 때 레오가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에게 자신감이 있는 걸 느꼈다. 레오를 보면서 프로 선수라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레오는 2022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단 역시 레오와 함께 한 번 더 동행하고자 한다. 여기에 2022-2023시즌 도중 송명근과 이민규가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할 예정이다. 왕의 귀환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볼 수 있었던 시즌. OK금융그룹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_더스파이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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