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명가' 삼성화재로 돌아온 김상우 감독 "성적 부담 없다면 거짓말이죠"
-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2-04-11 11:30:13
"사실 성적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삼성화재는 전통이 있는 팀입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김상우 감독이 현역 시절 몸을 담았던 삼성화재의 명가 재건을 위해 돌아왔다. 삼성화재는 1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제5대 감독으로 김상우 감독 선임 소식을 전했다. 세부 계약조건은 구단과 감독 본인의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1995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김상우 감독은 2007년 은퇴까지 줄곧 삼성화재에서만 뛰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로서 2000 시드니올림픽에도 출전했고,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했다. 삼성화재와 총 9회 우승(아마추어 8회, 프로 1회)을 경험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와 해설위원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2008년 LIG손해보험 코치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LIG손해보험 감독을 맡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모교 성균관대 감독으로 있다가, 2015년에 우리카드 감독직을 맡았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우리카드 감독직에서 내려왔다. 이후 성균관대 감독직과 KBSN스포츠로 배구 해설위원직을 병행했다. 풍부한 경험과 지도 역량이 장점으로 뽑히는 감독이다.
본지와 전화 통화를 가진 김상우 감독은 "고민을 많이 했다. 삼성화재도 새로운 후임 감독을 물색하고 여러 방면으로 검토를 하다 나에게 연락이 왔다. 많은 고민을 하다 '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라고 선임 소감을 전했다.
삼성화재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2013-2014시즌이 마지막이고, 플레이오프 진출은 2017-2018시즌을 끝으로 못 하고 있다. 최근 네 시즌 삼성화재의 순위는 4-5-7-6위로 예전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20-2021시즌에는 창단 첫 최하위라는 수모도 맛봤다. V8에 빛나는 명문 구단의 위상이 추락했고, 이제는 상위권이 아니라 중·하위권 위치가 더욱 어울리는 현 시점이다.
김 감독은 "사실 성적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겁도 나고, 고민도 많이 했다. 생각 잘 하고, 어떻게든 잘 해야 되겠다는 마음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삼성화재 경기도 여럿 차례 중계했다. 밖에서 바라본 삼성화재의 장단점은 무엇이었을까. "장점이라 한다면 삼성화재는 전통이 있는 팀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반대로 선수층이 얕다는 점이 단점이다." 김상우 감독의 말이다.
내일(12일)부터 FA 시장이 열린다. 또한 29일에는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기다리고 있다. 선수 보강과 외인 지명은 감독 한 명의 뜻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에,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김상우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선수 보강을 해야 하는 건 맞다. 그 역시도 구단의 입장, 사정이 맞아야 한다. 구단과 잘 이야기해 보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선수가 있느냐'라는 말에 김상우 감독은 "노재욱이나 황승빈은 잘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라 생각한다"라며 "황경민도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아직 미들블로커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게 내 일인 것 같다"라고 웃었다.
15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기쁘고,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론 걸리는 부분도 있다. 바로 성균관대 제자들이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을 두고 떠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코앞으로 대학리그 개막 직전에 떠나기에 더욱 마음이 편치 않다. 성균관대는 오는 28일 목포대와 경기를 시작으로 2022 KUSF U-리그 대장정에 들어간다.
김상우 감독은 "학교와 제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정말 크다. 정도 많이 들었고, 모교에서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후임 감독이 성균관대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삼성화재의 재건을 위해 돌아온 김상우 감독은 "'삼성화재 명가 부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시는데,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노력하겠다. 트렌드에 맞게 분위기도 조성하겠다. 지켜봐 달라"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기자), 삼성화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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