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부터 생긴 이상한 징크스, 1세트 승리 팀은 경기에서 패한다? [CH2]
- 남자프로배구 / 의정부/이정원 / 2022-04-08 11:08:11
1세트 승리 팀은 경기 패배로 이어진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배구 역시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경기 초반 상대보다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고, 강력한 서브와 공격을 토대로 리드를 잡아야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고 그만큼 승리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은 경기 초반 흐름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하지만 올 시즌 포스트시즌은 무언가 이상하다.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1-2차전 모두 1세트 승리 팀이 경기에서 패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1세트 패배 팀이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는 의미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성을 불러 모으고 있다.
먼저 플레이오프를 살펴보자.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3판 2선승이 아닌 단판 승부로 열렸다. 의정부에서 2위 KB손해보험과 준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올라온 한국전력이 붙었다. 한국전력은 1세트 다우디 오켈로(등록명 다우디)와 서재덕 쌍포의 활약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KB손해보험의 저력은 대단했다.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서브(12-4)와 블로킹(16-11)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KB손해보험은 1세트를 내준 후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며 3-1(23-25, 25-17, 25-19, 25-15) 승리를 챙겼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대한항공의 홈 인천에서 열렸다. KB손해보험이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가져왔으나 이후 세트는 대한항공의 흐름이었다. 정지석,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 곽승석이 훨훨 날아다녔다. 삼각편대가 든든한 화력을 뽐냈다. 반면 KB손해보험은 케이타가 이전과는 다른 흥 없는 공격이 이어졌고 결국 패했다.
2차전은 반대 흐름이었다. 대한항공이 손쉽게 1세트를 가져오며 우승에 가까워지는듯했으나 KB손해보험이 이 흐름을 깼다. 특히 3세트, 19-24로 대한항공의 세트 승리가 가까워 보였으나 케이타의 서브쇼가 펼쳐졌다. 케이타의 강력한 서브에 대한항공 리시브 라인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이번에도 1세트 패배팀이었던 KB손해보험이 승리를 거뒀다.
플레이오프부터 챔프전 두 경기 모두 1세트 패배 팀이 경기 승리를 챙겼다.
이와 같은 흐름에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1세트를 내주든 말든 우리는 신경 안 쓴다. 경기는 3세트를 따야 이긴다. 0-2로 지고 있어도 3세트만 따면 되는 게 배구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승리 요인이다"라고 웃었다.
이 외에도 이번 포스트시즌 스코어는 모두 3-1 이었다. 3-0, 3-2 풀세트 승부는 없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축소 운영되다 보니 이전 시즌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데 있어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와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는 부분에 분명 팬들도 신기해한다.
이제 올 시즌도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챔프전 3차전이 열린다. 이날 경기를 승리한 팀이 올 시즌 챔피언이 된다. 대한항공이 2년 연속 챔피언과 함께 통산 세 번째 별을 다느냐, 아니면 KB손해보험이 창단 첫 챔피언에 등극할지 벌써부터 팬들의 기대를 불러 모은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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