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확정된 2023년 국제 배구 일정과 궁금한 배구 협회의 구상
- 국제대회 / 김종건 / 2022-11-28 09:02:11
우리 배구 팬이 가장 궁금해 할 2024파리올림픽 최종 예선전의 윤곽이 드러났다. 6장의 출전권이 걸린 여자부 예선전은 2023년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남자부는 9월 30일부터 10월 8일까지다. A조 경기가 열리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아직 개최지가 발표되지 않았다. 모든 개최지를 포함해 국제배구연맹(FIVB)의 공식 발표만 남았다.
FIVB가 새로 정한 2024파리올림픽 출전 방식에 따라 개최국 프랑스를 제외한 11장의 출전권이 남았다. 이 가운데 6장은 24개 팀이 3개 조로 나뉘어 벌이는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서 결정된다. 각 조의 상위 두 팀은 본선 출전 확정이다. C조에 속한 우리 대표팀은 브라질(세계랭킹 3위), 미국(4위), 폴란드(10위), 벨기에(11위), 불가리아(16위), 푸에르토리코(17위), 우크라이나(24위)와 경기를 치른다.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기보다 더 낮은 확률이다.
남은 5장의 올림픽 티켓은 FIVB 세계랭킹 순서로 배분한다. 여기에 대륙별로 최소한 1개 팀 이상을 참가 시키는 것이 올림픽의 기본 정신이니까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팀에게 1장의 출전권에 돌아간다. 어느 대회까지의 성적을 기준으로 삼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례를 보자면 2023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나 올림픽 최종 예선전의 결과를 기준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가장 상위 랭킹은 케냐(30위)다. 그다음 순위는 31위의 카메룬이다. 카메룬 대표팀의 모마(GS칼텍스)는 올림픽에 희망을 걸어도 된다.
올림픽 최종 예선전을 통과한 6개 팀과 개최국 프랑스, 아프리카 대륙 대표팀을 제외하면 4장의 올림픽 출전권이 남는다. 아시아대륙에서 우리보다 세계랭킹이 앞선 팀은 중국(5위), 일본(6위), 태국(15위)이다. 우리는 최종 예선전에서 티켓을 따지 못하면 사실상 기회는 없다.
중국과 태국은 올림픽 최종 예선 B조에서 이탈리아, 도미니카공화국, 네덜란드, 체코, 아르헨티나, 슬로베니아와 경쟁한다. 일본은 세르비아, 터키, 독일, 캐나다,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와 티켓을 겨룬다. 일본과 중국은 이 대회에서 2위 안에 들지 못해도 세계랭킹과 모든 아시아팀이 최종 예선에서 떨어질 경우, 아시아대륙 가운데 최상위 랭킹으로 출전할 수 있다.
달라진 랭킹포인트 방식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불리하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세르비아가 몇 년 전 세계랭킹 1위였는데 다음해 VNL에 비주전을 내보내면서 문제가 됐다. FIVB가 이를 막으려고 이전 대회에 출전했던 대표선수 가운데 일정 비율을 반드시 출전시키는 규정도 만들었는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랭킹포인트제도를 도입했다. 그렇게 해야만 모든 국제 대회에서 각 팀이 전력을 다한다고 판단했다”며 제도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는 세르비아 때문에 바뀐 새 규정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팀이 됐다.
여러 변수는 있지만, 세계 랭킹 10위 안에 꾸준히 있으면 어떻게든 올림픽 출전 안정권에 들 확률이 높다. 따라서 우리도 10위까지 세계랭킹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올림픽 최종 예선전 통과와 내년에 벌어지는 VNL에서 대표팀의 세계 랭킹을 올리는 일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승산이 있을까. 현재 랭킹 10위 폴란드의 랭킹 점수는 252점이다. 23위인 우리는 149점이다. 1년 사이에 103점 이상을 추가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냉정하게 우리 대표팀의 현재 실력과 상대 팀과의 기량 격차를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일단 대한배구협회는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2023년에 벌어지는 VNL 가운데 한 라운드를 국내에서 개최하려고 FIVB와 협의를 해왔다. 성과는 있었다. 11월 12일 FIVB는 2023년 VNL 일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6월 27일부터 7월 2일까지 수원에서 3주차 경기가 열린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국, 폴란드, 독일, 세르비아, 중국, 도미니카공화국, 벨기에 등 8개 팀이 참가한다. 홈팬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어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떻게든 해봐야 팬들도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2023년 국제배구 일정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변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코로나19 탓에 2022년에 개최됐어야 할 대회가 1년 뒤로 늦춰졌다. 2023년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린다. 이 일정대로라면 우리 여자대표팀은 파리올림픽 최종 예선전을 마치자마자 항저우로 이동해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한다. VNL부터 시작해서 힘든 강행군을 펼쳐야 하는 대표선수들의 체력이 얼마나 버텨낼지 걱정스럽다.
이를 앞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세자르 감독의 현 소속팀 바키프방크와의 사전 교통정리다. 올림픽 예선전 기간은 FIVB에서 인정하는 국제대회 일정이기에 소속 팀에서도 협조해주겠지만 아시안게임은 다를 수 있다. 세자르는 바키프방크의 전력분석 담당이다. 구단과 감독 등의 허락이 필요하다. 9월 말에서 10월 초순까지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유럽 리그의 시즌 일정과 맞물려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아시안게임은 다른 대회와는 달리 대한배구협회도 성적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재의 일정이라면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 참가한 선수단이 계속해서 출전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태국도 우리와 비슷한 방법을 택할 것이고 중국은 자국이 개최하는 대회라 베스트 멤버가 출전할 것이다. 여러모로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남녀 모두 메달 획득은 당연할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지만, 최근 다른 나라의 전력이 급상승해 4강 진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세자르 감독은 2022년 대표팀을 이끌며 VNL에서 12전 전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승 5패를 거뒀다. 많은 배구인과 한국배구연맹(KOVO)은 대한배구협회가 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켜봤다. 부진한 성적과 대표팀에서 불거졌던 외국인 스태프의 추문에 책임을 지고 박기주 여자부 경기력향상이사는 이미 10월 초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배구협회는 11월 25일 새 경기력향상이사로 김철용 추계초등학교 중앙여중고 총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이도희 장윤희 홍지연 등 호남정유 주축 선수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따냈던 여자배구의 레전드 감독이다. 호남정유의 9연속 우승의 신화를 섰던 그는 세자르 감독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야 한다. 규정상 대표팀 감독은 경기력향상이사와 많은 것을 협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은 “세자르 감독이 우리 배구인, V리그의 감독들과 좀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주변의 의견도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급격한 변화를 선택할 것 같지도 않다. 현재 상황에서 누가 대표팀을 지휘한다고 해서 전력이 갑자기 좋아질 수도, 지금의 난국을 풀어갈 수는 없다고 협회는 판단하고 있다.
전임감독이기에 한 번 맺은 계약을 존중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현실적인 사정도 있다. 세자르 감독과 이동엽 수석코치는 2024년까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의 외국인 스태프는 1년 단위, 토종 스태프는 2~3개월 단위의 초단기 계약이다.
그래서 VNL이 끝난 뒤 토종 스태프가 모두 교체됐고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에도 토종 스태프 전원은 대표팀과 작별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토종 스태프들의 노하우가 쌓일 수 없고 매번 대회 때마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편 파리올림픽에 나갈 방법이 전혀 없는 남자배구는 이미 2028LA올림픽으로 눈을 돌렸다. 서둘러 장기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 하는 데 어떤 마스터플랜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진 FIVB, K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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