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스태프에 성희롱한 대표팀 감독과 대회 기간에 새벽까지 술 마신 코치들

국제대회 / 김종건 / 2022-10-04 07: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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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가르기와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일삼은 외국인 사령탑과 코치들, 눈물 흘린 한국인 스태프들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던 한국 여자 배구가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2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벌어진 2022 세계선수권대회 B조 리그 최종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를 세트스코어 3-1로 누르고 첫 승을 따냈다. 세자르 감독 지휘 이후 16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대표팀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반드시 1승을 따내 파리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했다. 많은 선수의 부상으로 베스트 멤버를 꾸리지 못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준 선수들의 노력과 책임감은 칭찬한다.

 

대표팀은 4경기를 연달아 0-3으로 패하며 FIVB(국제배구연맹) 세계랭킹 25위까지 떨어졌다. 26위까지 참가하는 올림픽 예선전 출전을 못 할 수도 있었지만, 크로아티아를 27위로 끌어내리면서 순위를 23위로 끌어올렸다. 이 결과는 칭찬 받을 일이겠지만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니다. 1년 전 올림픽 4강을 달성했던 팀이 다음 올림픽 예선전 출전 여부를 걱정할 정도로 급격히 추락한 것도 그렇고 세계선수권을 대비해 2달이나 훈련하고 보여준 배구는 걱정스럽기 그지없었다. 4연패 동안 매 세트 20점도 내지 못하는 경기력은 매우 우려스러웠다. 이 실력으로 더 험난한 올림픽 예선전을 통과할 것인지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은 휴식기에 들어간다. 내년은 VNL과 올림픽 예선전, 아시안게임 등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팀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올해처럼 많은 부상자가 속출할 경우, 어떤 대비책은 있는지 등을 찬찬히 생각해봐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남았다. 바로 세자르 감독 체제의 유지 여부다. 그가 계속 여자 대표팀을 맡는 것이 과연 한국 배구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에 협회는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동안 쉬쉬 해왔지만, 세자르 감독은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선수 선발을 놓고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을 부리다 프로 구단 감독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더 큰 문제는 감독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능력의 부재다. 그는 대표팀의 많은 구성원을 하나의 팀으로 이끌어갈 리더로서의 소양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감독을 처음 시작해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는 한국 배구와 스태프를 대놓고 무시했고 편 가르기를 했다. 차별적인 언행과 행동에 분노한 한국인 스태프 누구도 함께 일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자르 감독의 고압적인 태도와 상대를 무시하는 말에 상처를 받은 스태프는 VNL과 세계선수권 대회 내내 가슴앓이를 했다. 감독의 말도 안 되는 지시를 전하는 통역은 누구보다 심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대사를 앞두고 한국 배구를 위해 스태프가 입을 다물고 참았기에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는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충분한 행동도 했다. 대표팀에게 새 유니폼 등이 지급된 날이었는데 옷의 사이즈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며 훈련장에서 상의를 훌렁 벗었다. 여자 스태프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서였다. 이런 상황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기준이다. 점잖게 말해서 성인지 능력 부재고 스태프가 심한 불편함과 모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다. 감독의 성적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훈련이 끝나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태연하게 바지도 벗었다. 선수들과 여자 스태프는 원치 않게 그의 속옷도 봐야 했다.

 

세자르 감독은 한국인 스태프와 외국인 스태프를 눈에 띄게 차별했다. 그는 한국 배구를 위해 협회가 계약을 맺은 일꾼인데 마치 총독이나 점령군 사령관처럼 행동했다. 자신의 위치를 앞세워 부당한 지시를 내리고 언어 폭력도 일상적이었다.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도 V리그도 무시했다. “30년 전의 구식 시스템이다.” “왜 대한민국 의사의 진단서는 모두 4주 이상의 휴식이 필요하냐. 조금 다치기만 해도 4, MRI를 찍기만 해도 4라며 전문가의 진단을 조롱했다. 그는 또 “V리그 감독과 팬, 언론의 시선은 두렵지 않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온 세계 최고의 감독, 세계 최고의 피지컬 트레이너다. 다른 클럽은 무조건 따라와야 한다며 한국배구를 깔아뭉개는 말도 쉼 없이 했다. 이런 편견과 아무런 근거 없는 우월감을 가지고 V리그 감독들을 만났으니 대화가 제대로 이어질 리 없었다.

 

 


대표팀의 중심은 분명 감독이지만 세자르 감독은 권위를 앞세워 주변 사람의 불만을 자초했다.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 자신이 허락하기 전에는 식탁을 떠나지 말라고 지시했다. 어느 스태프가 식사를 마치고 먼저 일어나겠다고 하자 내가 밥을 다 먹지 않았으니 기다리라고 해서 싸움이 날 뻔 했다. 존중은 윗사람이 옳은 행동을 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데도 그는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 존중을 강요했다. 유일하게 선수들에게만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뒤로는 험담을 멈추지 않았다. 인신공격 적인 발언도 많았다. “저 선수는 배구 선수 맞냐. 몸이 럭비선수 몸이라고 했고 또 다른 어린 선수에게는 네가 XX고 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그 선수는 두 번 다시 대표팀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인 스태프를 구단과 협회의 스파이로 취급하는 세자르 감독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다른 외국인 스태프도 한국 배구와 스태프를 존중하기는커녕 팀워크에 방해가 될 행동을 했다. 어느 외국인 코치는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도중인데도 자신만 홀로 코트에서 배구 공을 베개로 삼고 누워서 핸드폰을 봤다. 이를 참지 못하고 한국인 코치가 지적하자, 그날 이후 한국인 스태프를 대놓고 무시하며 자기들끼리만 외국어로 말하며 팀을 분열시켰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샜다. 이들은 대회 기간 도중에 심야에 밖에 나가서 새벽까지 술을 먹고 숙소에 들어왔다. 이 중의 한 명은 대표팀의 공항 출발 시간을 맞추지도 못했다. 이처럼 직업 윤리조차 없는 외국인 코치들을 바라보는 한국인 스태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선수들의 신성한 일터인 코트에서 누워 있는 외국인 코치, 당시 선수들은 훈련 도중임.

 

 왜 세자르 감독 체제의 대표팀에서 부상 선수가 많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는 다음 기회에 쓰겠다. 대한배구협회가 그동안 대표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조사해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사진 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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