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디그 1위' 박경민, 역시 여오현 후계자다웠다 [포지션별 결산③]
-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2-04-16 10:00:28
현대캐피탈 날다람쥐 박경민의 2021-2022시즌은 엄청났다. 왜 그가 대한민국 리베로의 전설 여오현의 후계자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시즌이었다.
현대캐피탈은 2021-2022시즌을 창단 첫 최하위로 마무리했지만, 그래도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2년차 리베로 박경민이 지난 시즌보다 더 농익은 기량과 안정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경민은 데뷔 시즌이었던 2020-2021시즌에 곧바로 팀의 주전을 꿰찼다. 그에게 적응기는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박경민은 리시브 효율 43.02%, 세트당 디그 2.239개를 기록하며 각각 2위, 5위에 자리했다. 신인 선수가, 그것도 리베로라는 부담감이 큰 포지션에서 그러한 활약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데 박경민은 여러 부담을 이겨냈다.
최태웅 감독은 박경민의 이러한 활약을 두고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박경민을 눈여겨봤다. 우리 팀에 복덩이가 와 기분이 좋다"라고 칭찬한 바 있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여오현 플레잉코치와 어느 정도 출전 시간을 나눠 가졌다면 올 시즌은 출발부터 달랐다.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홀로 리베로진을 책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체력적으로 부침을 겪을 수도 있지만, 어린 그에게 그런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리시브 효율 51.82%, 세트당 디그 2.68개를 기록하며 두 개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리시브와 디그를 합산한 수비 부문 역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 시즌 디그에서 곽승석에 0.004개(2.243-2.239)로 밀렸던 박경민인데, 결국 1위를 가져왔다.
특히 리시브 효율이 눈부시다. 남자부에서 리시브 효율 50%를 넘긴 선수가 나온 건 2018-2019시즌 이후 처음이다. 2018-2019시즌에는 KB손해보험 정민수가 52.86%, 대한항공 석석 듀오 정지석과 곽승석이 각각 50.95%, 50.11%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두 시즌은 없었다.
최태웅 감독은 "아직 어려서 그렇지,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칭찬한 바 있다.
기죽지 않고, 빠른 발을 이용해 반격 기회를 제공하는 건 박경민만이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월 20일 우리카드와 경기에서는 A보드를 넘어가며 공을 걷어 올리는 묘기에 가까운 디그를 보여준 적이 있다. 이 수비 성공 후 현대캐피탈은 득점에 성공했고, 경기 승리도 챙겼다.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과 순발력은 국내 TOP 수준이다.
여오현 플레잉코치는 물론이고 박종영 코치에게도 많은 가르침과 배움을 얻고 있는 박경민. 팀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 정도의 성적이라면 올 시즌 BEST7 리베로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미래의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 한 자리를 꿰차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리시브 효율 2위는 윙스파이커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가 차지했다. 시즌 중반, 전역 후 돌아온 현대캐피탈 전광인이 리시브 효율 2위(47.16%)에 올랐다. 물론 시즌 중반 합류했기에 리시브 시도 횟수가 최소 600에서 최대 800 이상까지 달하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시도(475회) 횟수는 적다.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이전과 변함없는 활약을 펼친 건 사실이다.
3위부터 6위까지는 모두 리베로가 차지했다. OK금융그룹 정성현이 44.83%, 우리카드 이상욱이 41.8%, 한국전력 오재성이 40.98%를 기록했다. 세 선수 모두 관록과 노련미가 있는 선수들이다. 여러 위기와 어려운 순간이 있었지만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디그 부분에서는 박경민과 마찬가지로 빠른 발을 자랑하는 KB손해보험 정민수가 세트당 2.45개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KB손해보험과 정민수 모두 첫 챔프전을 경험하는 등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지만, 정민수 개인의 기록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정민수는 전역 후 지난해 11월 3일에 코트 복귀전을 가졌다. 꾸준히 경기를 뛰었고, 팀의 수비 라인에 힘을 보탠 것도 맞다. "정민수가 합류하면서 수비가 안정됐다. 경기 감각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기본적인 테크닉은 훌륭한 선수다"라고 후인정 감독도 칭찬했지만, 우리가 알던 정민수를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군대 가기 전 시즌이었던 2019-2020시즌 정민수의 리시브 효율은 45.8%, 세트당 디그는 2.875개였다. 하지만 2021-2022시즌 리시브 효율은 38.15%였고, 세트당 디그는 2.447개로 모두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즌 기록한 38.15%의 리시브 효율은 데뷔 후 기록한 가장 낮은 기록이다. 물론 전역 후 맞은 첫 시즌이기에 적응기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시즌에는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대한항공 오은렬도 간신히 리시브 효율 40%를 넘겼다(40.42%). 세 시즌 연속 리시브 효율 40%를 넘기는 데 성공했지만, 리시브 1위 자리를 박경민에게 넘겨줘야 했다. 오은렬은 지난 시즌 리시브 효율 45.17%를 기록했다.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다. 오은렬 스스로도 시즌 중반 "지난 시즌보다 페이스가 떨어져 걱정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허리 통증을 이겨내고 돌아온 선배 리베로 정성민과 함께 끝까지 코트를 지켜내며 팀의 2년 연속 챔피언 등극에 작은 힘을 보탰다.
다가오는 시즌에도 박경민의 활약이 돋보일까. 아니면 다른 선수들이 분발할까.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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