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철 감독이 박철우에게 전한 한마디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에서 함께 뛰자”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04-20 13:02:00
한국전력, 박철우와 3년 총액 21억원 계약 공식 발표
권영민 코치는 직접 박철우와 만나 영입 설득
외국인선수는 윙스파이커 뽑아 박철우와 좌우 쌍포 구축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이 박철우 영입 과정에서 그에게 남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한국전력은 20일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박철우의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자유계약선수(FA) 박철우가 한국전력으로 전격 이전한다는 소식은 지난 18일 나왔다. 한국전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박철우와 3년, 연봉 5억 5천만 원, 옵션 1억 5천만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총액은 3년 최대 21억원이다.
박철우 이적은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놀라운 소식 중 하나였다. 삼성화재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기에 타 팀 이적을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거액을 제시해 영입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였다.
장병철 감독 역시 이번 박철우 영입을 두고 “우리 구단 차원에서 보면 획기적인 일이긴 하다. 다른 분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단에서도 변화를 위해 도움도 많이 주시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 점에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2019~2020시즌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한 한국전력은 박철우라는 든든한 베테랑을 더했다. 장 감독이 박철우에게 바라는 것 역시 베테랑이 가져다줄 수 있는 리더십이었다. 장 감독은 “이것 역시 리빌딩의 과정이다”라고 운을 뗀 후 “베테랑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철우가 거기에 걸맞은 선수라고 생각해 과감하게 투자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철우 영입으로 노리는 또 한 가지 효과는 공격력 강화였다. 2019~2020시즌 한국전력은 가빈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득점을 보태줄 공격수가 부족했다. 가빈 역시도 삼성화재 시절과 비교하면 파괴력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많은 경기에서 부족한 공격력으로 고민해야 했다(공격 성공률 7위). 장 감독은 “외국인 선수와 젊은 선수들만으로는 경기를 풀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철우가 온다면 외국인 선수와 함께 양쪽에서 공격을 풀어갈 수 있다. 득점력도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이번 남자부 FA 최대어였던 나경복 영입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미들블로커 영입 역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장 감독은 “사무국과 코치진 회의를 통해 대안을 논의했다. 초기 계획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박철우마저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에 과감히 영입에 나섰다”라고 돌아봤다.
장 감독은 박철우와 협상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도 전했다. 장 감독은 “워낙 커리어가 대단한 선수이기에 리빌딩 과정에 있는 팀에 와서 리더 역할을 해주리라 믿었다. 기량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고 원하는 곳에 가는 게 프로라면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결정은 네가 하는 것이고 친정팀 생각도 있겠지만 프로선수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서 뛰는 게 맞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장인어른(신치용 진천선수촌장)이 뛰었던 팀에서 플레이한다면 그것도 나름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권영민 수석코치도 이번 박철우 이적에 많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민 코치는 박철우가 경북사대부고 졸업 후 현대캐피탈에 입단할 당시 많은 도움을 줬고 이번 영입 과정에서도 박철우를 설득했다. 장 감독은 “권영민 코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섭외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권 코치를 비롯해 구단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철우가 합류하면서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구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박철우를 아포짓 스파이커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 장 감독은 “당연히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를 보고 있다. 공격이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박철우를 영입한 것도 그런 이유다. 양쪽의 공격력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라고 구상을 밝혔다.
끝으로 향후 선수단 운영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를 영입했지만 장준호 이탈이 유력한 상황이기에 미들블로커 보강은 필요한 상황이다. 장 감독은 미들블로커와 관련해서도 구상하는 바는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철우 영입으로 꾸려야 하는 보호선수 명단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희생이 필요한 부분이다. 베테랑을 풀지, 젊은 선수를 풀지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사진=더스파이크_DB(박상혁 기자), 한국전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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