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시즌] 삼성화재 김나운 "올 시즌 100점 만점에 30점"
-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04-07 00:18:00
올 시즌 공격 본능 뽐내며 팬 눈길 사로 잡아
30점 준 이유? "박한 점수를 줘야 내가 더 노력한다'
비시즌에는 리시브와 체력 훈련에 매진할 계획
둘째아이 태명은 '팡팡이'…임신중 아내가 고마울뿐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올 시즌 100점 만점에 30점을 주고 싶어요."
삼성화재는 올 시즌 외인들의 부상과 부진, 송희채의 부상 등이 겹치며 시즌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결국 올 시즌 순위 역시 창단 후 처음으로 5위라는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소득도 있었다. 윙스파이커진에서 공격 본능을 뽐낸 김나운(33)의 재발견이다.
김나운에게 올 시즌은 뜻깊은 시즌으로 남는다. 데뷔 후 처음으로 득점 200점(202점)을 넘겼고, 서브 역시 세트당 0.267개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또한 올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수훈선수 인터뷰실 방문 및 주관 방송사 인터뷰까지 가졌다. 특히 지난해 10월 22일 대한항공전이 끝난 후 가진 방송사 인터뷰에서는 빛을 보기까지 걸린 10년의 시간 그리고 아내와 아이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6일 <더스파이크>와 전화 통화를 가진 김나운은 "경기를 많이 뛰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기면서도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아무래도 많은 경기를 뛴 경험이 없다 보니 후반부에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김나운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수비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리시브가 약하다. 많이 모자라다. 수비에서 보탬이 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이너스 요소였다. 올 시즌 나는 30점 밖에 줄 수 없다. 박한 점수를 줘야 더 노력을 한다."
올 시즌 경기 출전 시간이 늘어날수록 기록에 대한 욕심도 생겼을 법하다. 하지만 김나운은 그런 욕심은 접어두고 훈련에 임했다고 했다.
그는 "그런 부분을 신경쓰면 오히려 집중이 안 된다. 형들이 그런 것을 신경 안 쓰고 연습에만 집중하면 성적은 따라온다고 조언해 줬다"라고 말했다.
시즌이 끝난지 한참 지났어도 김나운은 지난해 10월 22일 대한항공전을 잊지 못한다. 당시 15점을 올린 김나운은 데뷔 후 처음으로 방송사(KBSN스포츠)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를 가졌다. 또한 그날은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은 날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둘째의 태명을 KBSN스포츠 '팡팡 플레이어'의 앞 글자를 딴 '팡팡이'로 지었다.
"경기 끝나고 가족 이야기를 하는데 미안함이 크게 느껴지면서 나도 눈물이 나오더라. 여태껏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다가 보상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은 우리 둘째 팡팡이의 임신 소식을 들은 날이다. 행운을 갖다 줬던 날이다."
김나운은 요즘 시즌 중 하지 못한 남편과 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지만 가족들과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그는 "어깨 치료를 받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기도 유치원을 못 가고, 가족들과 어디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라고 웃었다.
김나운은 비시즌 기간 동안 체력 관리와 리시브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운은 "아픈 것을 잘 조절해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 리시브도 안정적으로 해야 되고 집중력도 높여야 한다. 또한 미들블로커진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시즌에는 (류)윤식이도 돌아온다. 이로 인해 아포짓 스파이커로 뛸 수도 있을 것 같다. 윙스파이커와 아포짓 둘 다 병행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김나운의 머릿속은 더 나은 활약을 보이고 싶은 내년 시즌을 향하고 있다.
"올 시즌 팀이 많이 져서 그런지 선수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형들이 없어도 나머지 선수들이 주축이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임해야 한다. 그런 마음들이 있다면 좋은 성적이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우승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도전자 입장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나운은 내년 시즌 개인 목표에 대해서도 한 마디 보탰다. 그는 "일단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다. 항상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올 시즌 팀에 부상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나운은 올 시즌 많은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팬들 역시 체육관에서 김나운을 연호하는 날이 늘어났다. 김나운은 이런 팬들의 관심이 그저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를 많이 뛰었던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항상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해 아쉬운 마무리를 하게 됐다. 내년 시즌에도 경기장 많이 찾아와주셔서 응원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김나운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아내가 아기를 혼자 보며 힘들어한다. 모든 운동선수 아내분들이 그렇겠지만 항상 고마울 뿐이다. 고맙다는 표현을 잘 안 했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 오는 7월에 팡팡이가 나오는데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힘냈으면 좋겠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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