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종덕 장내아나운서 "지휘자 앞에 관객들이 없으니 허전하죠"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03-02 0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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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모든 사태가 진정되어 선수들이 빨리 흥을 되찾길 바란다."

V-리그가 무관중 경기를 실시한 이후 각 구단은 경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을 코트 위에 배치한 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힘쓰고 있다. 관중들의 흥을 돋우던 치어리더, 응원단장 역시 경기장 투입 대신 구단 자체 중계에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집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단, 장내아나운서는 다르다. 장내아나운서는 기본적인 경기 진행을 위해 무관중 경기 속에서도 매일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 선수 소개, 선수 교체 신호, 홈 팀의 득점 소식 등을 똑같이 전하고 있다.

V-리그 출범 때부터 마이크직을 놓지 않고 배구장을 지키고 있는 흥국생명 김종덕 장내아나운서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무관중 경기는 처음 겪어본다.

지난 2월 29일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경기가 열리던 날 만난 김종덕 아나운서는 "처음이어서 그런지 무관중 경기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다. 경기장이 공허하다. 내가 지금까지 온 경기장과 다른 느낌이다. 어색하다"라고 운을 뗐다.

관중들이 없다 보니 장내아나운서의 역할도 축소되는 건 당연하다. 김종덕 아나운서는 "관중들에게 몰입감을 줘야 하는 사람이 장내아나운서다. 선수들의 분위기를 이끌고, 팬들과 선수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관중들의 응원을 이끌 필요가 없다보니 내 역할이 줄어는 게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팬들의 응원이 없다 보니 연습 경기의 느낌이 날 수도 있다. 감독들이나 선수들도 이 부분이 가장 신경 쓰이는 바다. 김종덕 아나운서도 "이제는 선수들이 이런 부분을 오롯이 헤쳐 나가야 한다. 홈의 이점이 사라졌고, 집중력이 요구되는 게 무관중 경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현장감 있는 중계가 힘들다. 연습하는 느낌이 든다. 부담감, 긴장감이 많이 없어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그는 위급한 사태 속에서도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과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을 위해 오늘도 마이크를 잡는다.

"선수들의 어색함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 관중들이 없더라도 심판 신호, 선수 교체 사인 등 선수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어색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하고 싶다." 김종덕 아나운서의 말이다.

끝으로 김종덕 아나운서는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지길 바란다. 선수들은 관중들이 있어야 빛이 난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전체 분위기를 그리는 위치다. 그런데 현재 지휘자 앞 객석에 관객들이 없으니 흥이 안 난다. 모든 사태가 진정되어 선수들이 빨리 흥을 되찾길 바란다. 선수들이 끝까지 힘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사진_인천/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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