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그녀’ 1,200블로킹으로 보는 양효진의 존재감

여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03-02 0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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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블로킹은 남녀부 통틀어 첫 기록
2013~2014시즌 세트당 1.044개는 역대 한시즌 최다
여자부 통산 득점도 5,562점으로 전체 1위

[더스파이크=수원/서영욱 기자] 현대건설 양효진(31)이 V-리그 역사에 또 한 장의 페이지를 남겼다.

양효진은 1일 GS칼텍스와 수원 홈경기에서 통산 1,200블로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198블로킹을 기록 중이던 양효진은 1세트 21-16으로 앞선 상황에서 러츠 공격을 막아내 1개를 추가했고 2세트 초반, 2-2를 만드는 블로킹 득점을 올리면서 통산 1,200블로킹 고지에 올랐다. 3세트에도 블로킹 2개를 보탠 양효진은 통산 1,202블로킹으로 경기를 마쳤다. 양효진은 블로킹 4개 포함 16점을 기록했고 현대건설도 이런 양효진 활약에 힘입어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꺾고 다시 1위로 올라섰다.

통산 1,200블로킹은 남녀부 통틀어 최초 기록이다. 1,000블로킹 이상 기록한 선수도 남녀부 각각 한 명뿐이다. 여자부에서는 양효진만이 통산 1,000블로킹을 달성했고 남자부에서는 현재 은퇴한 이선규(현 KB손해보험 유소년 담당)만이 1,000블로킹 고지를 밟았다. 이선규의 통산 블로킹 개수는 1,056개였다.

양효진은 아직 현역임에도 여자부 통산 블로킹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자부 통산 블로킹 2위는 정대영으로 936개를 기록 중이다. 그 뒤를 김세영(925개)이 잇지만 양효진과 격차는 상당하다.

이처럼 압도적인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건 꾸준함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007년 프로데뷔한 양효진은 V-리그 3년차였던 2009~2010시즌 첫 블로킹 1위(세트당 0.98개)에 오른 이후 2018~2019시즌까지 10시즌 연속 블로킹 1위에 올랐다. 2019~2020시즌 세트당 0.85개를 기록 중인 양효진은 이변이 없다면 올 시즌도 블로킹 1위가 유력하다.

올 시즌은 출발이 순조롭진 않았다. 1라운드 다섯 경기에서 세트당 블로킹 0.5개로 기존 V-리그와 다른 대표팀 블로킹 시스템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2라운드 세트당 0.81개로 살아났고 3라운드 0.94개를 거쳐 4라운드에는 1.25개를 기록했다. 좋지 않은 출발에도 결국 자기 페이스를 찾았다.

양효진은 누적 블로킹 기록뿐만 아니라 블로킹 관련 수치에서 굉장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양효진은 1일 경기 포함 총 1,409세트를 소화하며 블로킹 1,202개를 잡았다. 세트당 0.853개에 달하는 기록으로, 웬만한 시즌 블로킹 1위가 한 시즌에 기록할 수치를 커리어 평균으로 기록 중이다. 남자부에서 가장 빠른 페이스로 블로킹 개수를 쌓고 있는 현대캐피탈 신영석의 통산 세트당 블로킹은 0.765개로, 이와 비교해도 굉장한 수치다.



한 시즌 최다 블로킹 기록도 양효진의 몫이다. 블로킹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2013~2014시즌에는 세트당 1.044개에 달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여자부 한 시즌 세트당 기록 중 최고 기록이다(남자부에서는 2006~2007시즌 방신봉이 기록한 세트당 1.093개가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워낙 블로킹 수치가 압도적이고 공격도 일반적인 미들블로커와는 다른 패턴을 가져가다보니 통산 득점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양효진은 통산 5,562점으로 여자부 역대 통산 득점 1위에 올라있다. 공격 득점도 통산 4,073점으로 역대 2위(1위는 황연주로 4,538점), 서브 득점에서도 역대 4위(287점)에 올라있다. 데뷔 후 정규시즌에서 단 네 경기만 결장했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도 철저했기에 가능한 기록들이다.

이런 양효진을 더 빛나게 만드는 건 그의 마음가짐이다. 매 시즌 V-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쓰고 있지만 그는 그때마다 기록보다는 경기에 뛴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전한다. 양효진은 1일 GS칼텍스전 이후에도 “기록에 연연하기보다 그런 생각을 한다. 경기를 하다 보면, 잘 될 때는 잘 못 느끼는데 안 될 때를 보면 경기를 뛰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걸 잊고는 한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경기에 뛰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효진은 지난 2월 4일 공격 득점 4,000점을 달성한 이후에도 “이제 선수 생활을 해온 날이 할 날보다 더 많다.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 경기 감사하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도 하시는데, 어렸을 때는 힘들면 거기에 너무 빠져 있었다. 하루만 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감사하게 생각하며 뛰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제 양효진은 현대건설 소속으로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양효진 입단 후 현대건설은 통합우승을 달성한 2010~2011시즌 이후 정규리그 우승 기록이 없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2015~2016시즌이 마지막이다. 현대건설은 GS칼텍스와 마지막 맞대결을 잡으면서 선두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개인 기록에 이어 우승이라는 값진 타이틀을 향해서도 달려갈 양효진이다.


사진=더스파이크_DB(홍기웅,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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