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리버스 스윕승' 평생 잊지 못할 데뷔전을 가진 이영택 감독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02-26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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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대전/이정원 기자] "하필 이럴 때 (이영택) 감독님이 감독 데뷔전을 갖는다니 너무 아쉬워요." KGC인삼공사 황의성 홍보팀장은 25일 대전 경기 전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첫 경기는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일이다. 경기를 처음 뛰는 선수도 그렇고,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되어 감독 데뷔전을 갖는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감독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KGC인삼공사 이영택 감독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감독 승격후 맞는 첫 경기가 25일 대전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홈경기였다. 홈 팬들을 박수들을 받으며 자신의 실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남녀부 경기를 모두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 외에는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무관중 경기로 감독 데뷔전을 가져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황의성 팀장은 "팬들에게 시즌권 환불 등을 해줘야 하는 것도 있지만 오늘 감독님이 정식 데뷔전을 갖는데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게 너무 아쉽다. 오늘 경기 포함해서 홈경기만 네 번 남았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관중 없이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영택 감독은 경기전 "감독이 되고 많은 축하를 받았다.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다. 하지만 정식 감독 데뷔전에 무관중 경기라니 아쉽긴 하다"라면서 "그렇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다. 관중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선수들이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해주길 바란다"라고 웃었다.

고요함이 흐르는 가운데 경기는 시작됐다. 팬들의 응원은 못 받은 탓일까, 아니면 이영택 감독에게 승리를 안겨주고자 하는 마음의 부담감이 컸던 탓일까. KGC인삼공사는 1~2세트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디우프의 1~2세트 공격 성공률은 20%대에 머물렀다. 국내 선수들의 화력도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1세트 중반 지민경이 발목 부상으로 웜업존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KGC인삼공사는 5세트 경기의 장인이었다. 올 시즌 보여줬던 경기들처럼 이번 경기에서도 3세트부터 강력한 화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디우프의 맹공은 물론이고, 윙스파이커 최은지와 미들블로커 한송이도 득점에 가세했다.

KGC인삼공사는 결국 3-2 리버스 스윕승을 거두며 3위 흥국생명과 승점 차를 6점 차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주관 방송사 인터뷰를 갖는 이영택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스승의 첫 경기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영택 감독은 "오늘 정식 감독 첫 경기라고 하지만 나는 크게 의미 부여를 안 했다. 감독대행 때부터 쭉 해왔기에 별생각 안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고, 데뷔전에 승리를 안겨줬다. 날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만약 KGC인삼공사가 이날 경기를 내줬더라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더욱더 희박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영택 감독도 "정식 감독이 되고 첫 경기인 것도 의미가 있지만 봄 배구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의 다음 경기는 3월 3일 흥국생명전이다. 이날 경기가 플레이오프 진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감독도 "올 시즌을 좌우할 수 있는 경기다"라고 말했다.

감독 데뷔전에서 프로 배구 사상 첫 무관중 경기를 맛보고, 5세트까지 가는 혈투 끝에 짜릿한 리버스 스윕승을 거둔 이영택 감독. 감독 데뷔전에서 무관중 경기에 리버스 스윕승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은 매우 적다. 아마 감독 데뷔전을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경우는 앞으로도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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