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네 번째 TC’ 정지석이 밝힌 반전 계기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02-14 21:34:00
[더스파이크=인천/서영욱 기자] “팀을 더 생각하면서 경기력도 좋아졌어요.”
대한항공 정지석은 14일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말 그대로 펄펄 날았다. 1세트부터 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2개를 기록한 정지석은 이날 총 블로킹 7개, 서브 에이스 3개, 후위 공격 득점 3점을 기록해 개인 통산 네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총 23점을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도 72.22%에 달했다. 대한항공은 정지석 활약에 힘입어 KB손해보험을 3-0으로 꺾고 7연승을 달렸다. 한 경기 덜 치른 우리카드(승점 58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대한항공 승점 59점).
경기 후 정지석은 “개인 경기력을 올리려고 신경도 많이 썼지만 팀이 승점 3점을 얻는 게 더 중요했다. 팀을 위해 훈련했다. 이전에는 안 될 때 팀을 생각하기보다 개인적으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지금은 반대로 팀을 먼저 생각하니 개인 기록도 따라왔다”라며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면서 바뀐 것 같다”라고 오늘 경기 활약한 이유를 돌아봤다.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개인 한 경기 최다인 블로킹 7개를 기록한 소감도 들었다. 정지석은 “분석관님이랑 코치님, 감독님이 코스 연구를 많이 하신다. 다른 형들은 안 잡힐 줄 알았는데 나랑은 잘 맞은 것 같다. 평소대로 한 것 같은데 걸렸다.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정지석은 2세트에 일찍이 블로킹과 서브 3개 이상을 기록해 트리플크라운 기준을 달성했다. 후위 공격 득점이 모자랐지만 3세트 파이프 공격을 여러 차례 시도하면서 달성했다. 정지석은 “처음에는 트리플크라운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운이 좋으면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약하게 때렸는데 먹혔다”라며 “(한)선수 형이 2세트에 이상한 리시브를 하고 올려줘서 말릴 뻔했는데 잘 처리됐다. 3세트에는 공이 잘 올라왔다. 기록 달성을 도와준 선수 형에게 감사하다”라고 트리플크라운 달성 과정을 돌아봤다.
정지석은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치르고 온 이후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지석도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차이가 있다. 지난 시즌에는 힘들었을 때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안 되면 쫓기는 느낌이고 불안하다. 새벽 3~4시까지 못 자기도 한다. 이전에는 자신감이 있는데 올 시즌에는 자신감도 떨어지고 플레이로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더 그랬다”라고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봤다.

정지석은 페이스를 찾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지석은 “올림픽 예선 이후 안 될 때 감독님이 여러 방법으로 도와주려 하시고 조언도 많이 주셨다. 그런데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으니 말씀을 안 하시고 더 편하게 해주셨다”라며 “내가 이 지경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습 때 더 간절해졌다. 잘된 경기를 몇 번씩 돌려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한선수를 비롯해 곽승석, 김규민까지 베테랑 활약도 크다고 전했다. 정지석은 “오늘도 1세트에 위험한 상황이 있었는데 선수 형이 잡아줬다. 지금 선수 형이 고생을 많이 한다. 리시브가 널뛰고 있는데 선수 형이 힘들지 않도록 도와주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규민이 형도 군대 가기 전에 쉬고 싶을 텐데 휴식도 반납하고 열심히 해주고 있다. 비예나도 그렇고 코칭스태프도 마음을 많이 써주셨다. 팬들도 안타까워서인지 쓴소리도 해주셨다. 아버지도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 다들 나에게 동정심을 가져주니 간절함도 생겼다. 서서히 마음가짐을 바꾼 것 같다”라고 주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우리카드와 치열한 1위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정지석은 “오늘 나도 잘 돼서 기분 좋았는데 팀도 1위로 올라섰다. 규민 형도 입대 전에 1위를 꼭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게 돼서 좋았다. 오늘 경기가 너무 잘 풀리니 형들이 로또라도 사보라더라”라며 “이제는 우리나 우리카드나 버티기 싸움이다.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도 밑에서 올라오고 있다. 다음 한국전력전과 6라운드까지 모두 중요하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인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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