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승 선봉장’ 양효진 “이렇게까지 올려줄지는 몰랐어요”

여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02-04 22: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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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서영욱 기자] “다영이가 3세트부터 많이 줄 테니 준비하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나 줄지는 몰랐어요.”

현대건설은 4일 흥국생명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0-2를 뒤집고 3-2 역전승을 거둬 4연승을 달렸다. 그 중심에는 양효진이 있었다. 현대건설은 3세트부터 양효진 공격 점유율을 급격히 높였다. 3세트 27.91%를 시작으로 4세트에는 무려 51.61%에 달했다. 5세트에도 23.81%의 점유율을 가져간 양효진의 이날 최종 점유율은 26.71%로 아포짓 스파이커 헤일리(27.95%)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양효진은 블로킹 4개 포함 26점을 기록해 역전승에 앞장섰다.

경기 후 양효진은 힘든 하루인 것 같다는 말에 “힘든 하루가 몇 주째 계속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초반에는 조금 덜 힘들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두 세트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졌다. 어떻게 하나 싶었다. 경기가 끝나고는 힘들었지만 이겨서 다행이다”라고 경기 소감을 덧붙였다.

3세트부터 늘어난 점유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효진은 “아무래도 미들블로커다 보니 많이 때릴 때도, 안 때릴 때도 있다”라며 “다영이가 3세트부터는 많이 줄 테니 준비하라고 하더라. 이렇게까지 줄지는 몰랐지만 준비를 더 하려고 노력했다. 다영이도 믿고 많이 줬고, 잘된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날 현대건설은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발목 부상을 입고 코트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효진도 넘어지면서 순간 현대건설 벤치를 철렁하게 만드는 장면도 있었다. 다행히 양효진은 부상을 입은 건 아니었고 다시 일어났다. 양효진은 “(고)예림이한테 맞고 누웠는데 누군가 있었다. 잘못 넘어지면 다칠 수 있다. 내가 키가 커서 넘어지면 당황한다. 나보다도 연견이가 다친 게 조금 그렇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을 치른 양효진은 정규시즌까지 쉴 틈 없이 달리고 있다. 특히 휴식기 이후에는 팀마다 이틀 휴식 후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많아져 팀들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팀까지 다녀오며 이 문제에 더 직격탄을 맞은 양효진도 이에 대해 언급했다. “일정이 조금 빡빡하다. 선수들에게 가혹하다 싶을 정도다. 대표팀에 안 간 선수들은 회복했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쉬지 못하고 곧장 시즌을 치러야 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기 계속 있으려 한다. 너무 생각하면 더 힘들다.”

양효진 말처럼 빡빡한 V-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대표팀까지 다녀오며 국가대표 선수들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김연경은 터키에 갔다가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재영은 무릎과 허리,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아 휴식기 이후 계속 결장 중이다. 김희진도 종아리 부상이 악화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양효진은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정말 많이 아팠다. 그래서인지 남 일 같지 않다”라며 “선수들에게는 리그도 중요하다. 팀에서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다. 누구보다 선수들이 뛰고 싶을 텐데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양효진은 태극마크에 더 자부심을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예전보다 자부심이 커졌다. 어릴 때 대표팀에 막 들어갔을 때는 관심이 이렇게 많진 않았다. 예선전에 나가도 중계가 없고 사람들도 잘 몰랐는데 지금은 예선에도 많은 관심을 주셔서 놀랐다”라고 회상했다. 양효진은 “그러면서 선수들도 알게 모르게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 대표팀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자리다. 어린 선수 중에도 마인드가 성숙한 친구들이 많다”라며 그런 관심이 대표팀을 향한 자부심을 더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힘든 일정을 치르는 와중에도 현대건설은 4라운드 4승 1패에 이어 5라운드 첫 경기서도 승리해 순항 중이다. 양효진은 “이기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인 것 같다. 선수단 기본 구성도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 전력에 선수들 마음이 더해지니 이기는 것 같다”라고 상승세 원동력을 짚었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선수들간 믿음과 조직력이 이전보다 좋아진 게 올 시즌 상승세 원동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효진은 “지난 시즌에도 수비와 리시브, 특히 리시브가 향상되면서 많이 이겼다. 그리고 끈끈함이 생겼다”라며 “수비가 되면서 쉬운 경기를 했고 안되더라도 다른 선수가 보완해주려 했다. 그렇게 하면서 신뢰가 쌓였다. 수비와 리시브해주는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인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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